“전세 뛰고, 분양 조건도 낮아지고” 수도권 일부 미분양 매물 빠르게 소진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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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등 수도권 지역 중심으로 미분양 문제 해소돼
수도권 외 지방 지역은 여전히 미분양으로 '골머리'
이어지는 관망세로 전셋값 상승세, 전세가율이 회복세 견인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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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을 중심으로 미분양 아파트 매물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이어지는 고금리·고분양가 기조로 신규 주택 매입 수요가 말라붙은 가운데, 건설업체들이 계약금 부담 경감·중도금 무이자 혜택 등을 앞세워 적극적으로 분양 조건을 완화한 영향이다. 지속되는 관망세로 인한 전셋값 및 전세가율 상승 역시 수도권 매매 시장에 활기를 더하고 있다.

수도권 미분양 매물, 줄줄이 새 주인 찾

최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영통 자이 센트럴파크’는 가라앉은 시장 속 조기 완판에 성공했다. 전용면적 84㎡ 분양가가 10억원을 웃도는 고분양가 단지였지만, 수인분당선 영통역 인근 역세권 단지라는 이점을 강조하며 성공적으로 분양을 마무리한 것이다. 이후 수원시 권선구 세류동에서 분양 중이던 ‘매교역 펠루시드’도 미분양 매물을 빠르게 소진하며 모든 가구의 계약을 마무리했다. 매교역 펠루시드 역시 인근 지역 대비 고분양가 단지였으나, 영통 자이 센트럴파크의 완판 및 계약금 인하(5%)에 힘입어 빠르게 새 주인들을 찾았다는 전언이다.

용인시 기흥구 서천동에 위치한 ‘영통역 자이 프라시엘’도 비교적 수요가 적은 일부 저층을 제외하고 완판됐다. 영통역 자이 프리시엘은 초기 미분양 문제가 극심했던 단지지만, 분양가 10억원대의 영통 자이 센트럴파크가 완판에 성공하며 덩달아 계약률이 뛰었다. 지난해 말 현대건설이 경기도 파주시에서 분양한 ‘힐스테이트 더 운정’의 미분양 매물 또한 점차 소진돼 가고 있다. 힐스테이트 더 운정의 분양가는 전용 84㎡ 8억원으로, 주변 단지 시세(6억~7억원)보다 수억원가량 높았다. 부진한 수요에 건설사 측은 계약금 부담을 줄이고, 발코니 무상 확장·중도금 무이자 등 각종 혜택을 내걸며 수요자들을 끌어모았다.

최근 들어 건설사들이 분양 조건을 낮춰가면서까지 수요자들을 끌어모으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업계 관계자는 “매매 수요가 한동안 침체되면서 시장 전반이 가라앉지 않았나. (지금과 같은) 고금리 상황에 미분양 매물이 계속해서 쌓이면 대다수 건설사·시행사들이 부실에 빠지게 된다”며 “일단 있는 매물을 처분하고, 자금을 회수해야 다음 신규 분양으로도 넘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분양, 수도권에서만 팔린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같은 기간 전국 기준 미분양 매물은 오히려 증가했다는 점이다. 전국 미분양 매물 수는 지난해 2월(7만5,438가구)부터 11월(5만7,925가구)까지 꾸준히 감소해 왔으나, 지난해 12월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반등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올해 들어 전국 미분양 주택 수는 1월 6만3,755가구, 2월 6만4,874가구 등으로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미분양 매물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는 것은 결국 수도권 일부 지역뿐이라는 의미다.

전국-미분양-매물-수-변동-추이

실제 주택산업연구원이 주택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분양 전망지수는 전월 대비 6.1포인트 상승한 89.9로 집계됐다. 특히 서울의 아파트 분양 전망지수는 11.8포인트 상승한 100을 기록, 6개월 만에 기준선을 웃돌기도 했다. 같은 기간 인천(76.7→77.4)과 경기(86.5→92.3) 역시 분양 전망지수가 소폭 개선됐다.

반면 같은 기간 지방광역시 전망지수의 경우 지난달 대비 11.0포인트 하락한 71.4에 그쳤다. 미분양 매물 누적 기조 속 모든 광역시의 전망지수가 미끄러진 결과다. 아파트 분양 전망지수는 100을 기준선으로 하는 지표로, 지수가 기준선을 넘을 경우 차후 분양 시장을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사업자가 더 많다는 뜻으로 풀이한다.

시장 내에서는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흘러나온다. 실제 국토교통부의 2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주택(6만4,874가구) 중 지방 미분양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은 자그마치 81.6%(5만2,918가구)에 달했다. 소위 ‘악질 미분양’으로 불리는 지방 준공 후 미분양 매물은 9,582가구로 전월(9,115가구) 대비 5.1% 증가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방의 경우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쌓이며 분양가보다 1억원 이상 저렴한 매물까지 쏟아지는 실정”이라며 “고금리 부담은 쌓여가는데, 미분양 물건마저 해소되지 않아 대다수 건설사가 부실 리스크에 떨고 있다”고 전했다. 

전셋값과 미분양의 상관관계

수도권 부동산 매매 시장이 ‘나 홀로 봄바람’을 맞이한 배경으로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전세가 상승 기조가 거론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4월 첫째 주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는 00.08% 상승하며 전주 대비 상승폭을 키웠다. 매매시장 관망세 장기화로 전세 수요가 좀처럼 꺾이지 않는 가운데, 매물 부족 현상이 발생하는 역세권 및 정주 여건이 양호한 지역 위주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매매 수요 관망세가 전세 수요로 전환되면서 전세 공급이 부족해지고, 이에 따라 자연히 전세가가 상승했다. 특기할 만한 점은 매매 시장이 가라앉은 현재, 전세 시장의 과열은 자연히 전세가율 상승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의하면 지난 1월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54.0%로 지난해 7월(52.7%) 대비 1.3%p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은 0.7%p(66.1%→66.8%) 오르는 데 그쳤다. 서울의 전세가율 상승세가 특히 가팔랐다는 의미다.

전세가율은 실수요자가 전세 보증금을 끼고 주택을 매입할 때 필수적으로 고려하는 잣대다. 전세가율이 높은 지역은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금으로 주택 매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전세가율을 고려한 실수요자의 움직임은 전셋값이 뛰면 주택 수요가 함께 증가하고, 반대로 전셋값이 하락하면 주택 수요도 덩달아 미끄러지는 상황을 연출하기도 한다. 수도권 내 전셋값 상승세가 수도권 부동산 매매 수요를 촉진하고, 미분양 매물 해소 및 일부 집값 회복세를 견인하고 있다고 해석할 여지가 충분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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