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나라빚 1,126조원’으로 역대 최대, 재정준칙도 못 지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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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재정수지 87조원 적자, GDP 대비 적자 비율 3.9%
1인당 국가 채무도 1년새 120만원 늘어난 2,195만원
각종 감세 정책에 세수 펑크 늘어나, 재정건전성 우려
국가채무_20240412

지난해 나라빚(국가채무)이 1,100조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은 사상 처음으로 50%를 넘어섰으며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재정준칙 기준 3%를 훌쩍 넘긴 3.9%를 기록했다. 56조원에 달하는 세수 펑크가 국가 재정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국가 채무 비율 50.4%, 세수 결손도 56조에 달해

11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3 회계연도 국가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 채무가 1,126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59조4,000억원 증가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채무는 각각 1,092조5,000억원, 34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1인당 국가 채무는 2,195만원으로, 2022년 2,075만원과 비교해 1년 새 120만원 증가했다.

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은 50.4%로 사상 처음으로 50%를 돌파했다. 국가 채무 비율은 지난 2011년 처음으로 30%를 넘어선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40%를 돌파하면서 30%대에서 40%대로 오르기까지 9년이 소요됐다. 하지만 40%대에서 50%대로 진입하는 데는 불과 3년이 걸렸다. 경제 성장 속도에 비해 나랏빚이 늘어나는 속도가 더 가팔라진 것이다.

지난해 역대 최대인 56조4,000억원의 세수 결손이 발생하면서 총수입이 줄어 재정건전성도 악화됐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36조8,000억원의 적자를 나타냈다. 이는 GDP의 1.6%의 해당하는 규모다. 관리재정수지는 87조원 적자로 GDP의 3.9%에 달했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고용보험 등 4대 사회보장성 기금의 흑자분을 차감한 지수로 실질적인 나라 살림을 나타내는 지표다.

앞서 지난 2022년 정부는 ‘건정재정’을 강조하며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3% 이내,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60% 이하로 유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재정준칙 기준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국가 채무와 세수 결손으로 인해 재정 건전성이 악화되면서 관리재정지수 적자 비율이 재정준칙 기준 3%를 넘어서게 됐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세수 감소가 예상됐지만 침체된 경기 회복을 위해 지출을 크게 줄일 수 없어 관리재정수지가 적자를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최악의 성적표에 총선 이후로 발표했다는 지적도

회계연도 국가결산은 지난 한 해 동안 정부의 나라 살림을 최종 확정하는 절차로 기재부의 총 세입·세출 마감 결과에 68개 기금 운용 결과를 반영한 전체 재정수지와 국가채무 지표는 국무회의를 통해 최종 확정된다.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정부는 매년 4월 10일까지 전년도 국가결산보고서를 국무회의에서 의결해 감사원에 제출해야 한다. 이에 따라 매년 4월 첫째 주 화요일 국무회의를 열어 결산보고서를 의결해 왔다.

예년과 같은 일정이라면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2023년 회계연도 국가결산’ 안건을 의결했어야 하지만 올해는 당초 일정보다 열흘을 넘긴 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 결산보고서를 의결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역대 최대 국가 채무로 국가재정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정부가 총선에 불리할 것을 의식해 일부러 늑장 발표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2023 회계연도 국가결산’은 이전 정권 영향 없이 윤석열 정부가 온전히 계획·편성·집행한 재정 운용 결과가 담긴 성적표라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기재부는 “법이 정한 제출기한 4월 10일이 공휴일이었기 때문에 익일 제출이 가능한 만큼 국가재정법을 어긴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선거를 고려해 불리한 발표라서 미룬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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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선심성 공약에 계류 중인 법안까지 세수 악화 우려

정부와 여야는 국가 채무가 역대 최대에 이른 상황임에도 지난 4·10총선 과정에서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개발사업을 비롯해 각종 세제혜택까지 선심성 공약을 경쟁적으로 쏟아냈다. 주요 세제개편 정책 중 절반 이상이 유권자인 일반 개인을 대상으로 한 감세 방안이었지만 이 중 어느 것도 제대로 된 추계치를 제시하지 않았다.

선거 막바지에 여당은 가공식품·육아용품의 부가가치세를 10%에서 5%로 낮추겠다는 공약을 내놨고 고물가 대책을 마련에 고심하던 정부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며 화답했다. 소득세 부양가족 공제가 적용되는 자녀의 나이 기준을 20세에서 23세로 올리고 배우자 소득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야당도 경쟁적으로 감세 정책을 내놨다. 대표적인 감세 공약으로 통신비 공제를 비롯해 월세 세액공제 기준 시가를 4억원에서 6억원으로 올리고 교육비 세액공제 대상을 초등학생 자녀의 예체능 학원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내놨다.

이 외에도 세수 펑크가 늘어날 조세감면 법안들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야당이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만큼 변화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국회에 계류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의 경우, 법안이 통과되면 세수 결손분은 내년에만 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시설투자 세액공제 1년 연장,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세제지원 확대 등도 최대 2조원의 추가 결손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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