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시장 ‘찬바람’,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 10%대로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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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똘한 한채’ 선호 현상에 빌라는 찬밥 신세
"전셋값 밑으로 내놔도 안 팔린다" 무너지는 빌라 시장
대항력 있어도 진퇴양난, 결국 막대한 손실 HUG가 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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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아파트 매맷값이 상승 추세로 돌아섰고 서울 아파트는 전고점을 넘보는 단지가 나왔지만 빌라 시장은 연일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2022~2023년 전세사기와 역전세 등으로 초토화됨에 따라 거래가 끊기면서 전세가와 매매가가 동시 내림세다. 경매 시장에서도 낙찰률이 10%대로 주저앉았다. 빌라 소유자들은 “아무도 찾지 않고 가격은 계속 내려가는 최악의 상황으로 가고 있다”면서 “빌라 시장을 정상화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2021년 32%에서 2023년 10%대로 뚝

14일 부동산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2021년 32%에 달했던 서울 빌라 경매 낙찰률은 지난해 10%대로 떨어졌다. 낙찰률 10%라는 것은 경매에 10건이 나오면 1건만 낙찰된다는 의미로 수요가 그만큼 줄었다는 얘기다. 2020년 31%, 2021년 30%였던 서울 빌라 낙찰률은 이듬해부터 빌라 경매 건수가 늘더니 2022년 한해 서울 빌라 경매 진행 건수가 5,384건, 2023년 1만1,339건으로 급증했다. 경매물건은 쏟아지는데 낙찰이 잘 이뤄지지 않으면서 낙찰율은 2022년 17%, 2023년 10%로 추락했다. 올해도 1월~3월 낙찰율은 12%로, 여전히 10%대에 머물러있다.

빌라 시장이 초토화된 이유는 복합적이다. 먼저 전세사기 이후로 빌라 전세 수요는 급감했다. 빌라 임대차시장은 전세 위주에서 월세 중심으로 재편 중이다. 부동산 정보제공 업체 경제만랩이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월 기준 전국 빌라 전·월세 거래량 2만1,146건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56.2%로 정부가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매년 1월 기준) 가장 높다. 2021년 월세 비중은 34%였지만 3년새 22%포인트가량 증가한 것이다.

빌라 전세를 공급하려는 수요도 없다. 빌라 전세 시세는 전세보증보험 한도로 결정되는데, 정부가 깡통전세를 막기 위해 빌라 보증한도를 공시가의 150%에서 126%로 축소했다. 빌라 전세 보증금은 보증보험 한도에 맞춰지기 때문에 사실상 전세 시세를 낮추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기존 전세를 공급하고 있던 빌라 보유자들은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부도 위기’에 놓였다. 집을 팔아서라도 보증금을 돌려주려 해도, 집이 팔리지도 않아 진퇴양난인 상황이다.

아파트보다 저렴하게 거주하려는 빌라의 실수요는 아예 전문한 실정이다. 문재인 정부 당시 각종 규제로 ‘실거주 한채’를 장려한 정책 탓이 크다. 1주택자만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고, 2주택자부터는 취득세율이 중과되기 때문이다.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소형 신축 빌라는 청약 무주택자 적용 혜택을 주더라도 일단 빌라를 사면, 나중에 안 팔려 다른 집으로 갈아탈 수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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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G가 대항력 포기한 물건들만 낙찰

다만 HUG가 대항력을 포기한 물건들은 빠르게 낙찰되고 있다. 올해 들어 그나마 낙찰률이 소폭 오른 것도 HUG가 대항력을 포기한 빌라 경매가 늘었기 때문이다. HUG는 지난해 깡통전세와 전세사기 등의 여파로 전세보증보험에 가입됐던 빌라들 상당수에 대한 대위변제를 하게 됐는데, 이처럼 HUG가 채권자인 물건들은 낙찰자가 대위변제액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경매시장에서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수도권의 한 다세대주택이 6번이나 유찰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유찰로 인해 최저입찰가가 아무리 떨어지더라도 낙찰자는 여전히 임차인의 보증금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HUG는 이처럼 유찰이 반복되는 물건에 대해서는 사실상 낙찰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결국 대항력을 포기하는 절차를 밟는다. HUG가 대항력을 포기할 경우 낙찰자는 HUG의 대위변제액과 관계 없이 입찰 금액만 지불하면 된다.

실제로 HUG가 법원에 대항력 포기 의사를 밝히는 등 ‘임차권 인수 조건 변경부 경매’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한 물건들 중 경매가 진행 중인 물건들의 수는 지난해 10월 298건에서 올 1월 45건으로 급감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최근 경매에 나오는 빌라 물건들은 대부분 깡통 전세와 관련된 것들인데 추가로 유입될 물건들도 많은 상태”라며 “빌라 경매 낙찰률이 10%대까지 하락한 상황에서 HUG의 대항력 포기가 없었다면 이보다도 더 하락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빌라 시장 부실, HUG 공적 재원으로 퍼져

HUG는 이처럼 경매를 통해 회수하지 못한 금액은 기존 채무자인 임대인에 대한 구상권 청구 소송 등을 통해 회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회수에 성공할 가능성은 낮아 HUG의 손실로 처리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빌라 시장의 부실은 HUG 등 공적 재원으로 퍼지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HUG 자료에 따르면,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 대위변제에 따른 HUG의 채권 잔액은 지난해 4조2,503억원까지 불어났다.

전세 계약이 끝났는데도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반환하지 않는다면 보증보험에 가입한 세입자는 HUG로부터 이 돈을 대신 받을 수 있다. HUG는 일단 세입자에게 돈을 내주고 차후 집주인을 상대로 구상권 청구나 경매 등을 통해 보전해야 하는데, 채권 잔액이 4조원에 달했다는 것은 그만큼 HUG가 채권 회수를 못했다는 의미다. HUG 채권 잔액은 2021년 6,638억원, 2022년 1조3,700억원으로 2배로 증가한 이후 지난해 다시 3배로 늘어났다.

채권 회수율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연간 회수율은 2019년 58%였으나 2020년 50%, 2021년 42%, 2022년 24%로 갈수록 줄고 있다. 지난해 7월 기준으로는 15%로, 10%대까지 떨어지는 등 HUG의 재정건전성이 악화하고 있다. 그렇다고 낙찰 가능성이 전무한 상황에서 유찰이 반복되기만 하는 것을 지켜만 볼 수도 없어 HUG로서는 사실상 진퇴양난에 놓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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