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17 안착에 팔 걷었지만” 갈팡질팡 금융당국에 답답한 보험업계, 자율과 관리의 모호한 ‘경계’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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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RS17 연착 노리는 금융당국, 계도 기간 운영 등 혼란 방지책 추진
업계선 비판 여론 급증, "'오락가락'하는 당국 태도부터 고쳐야"
자율성 낮추고 세부 가이드라인 덧붙인 당국, "당분간 압박 이어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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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회계제도(IFRS17)가 시행되면서 금융당국이 새로운 제도에 따른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보험부채 평가 관련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등 조치를 추진한다. 보험업계의 신뢰를 제고할 수 있도록 감독과 지원을 병행하겠단 취지지만, 업계에선 “제도 안착을 위해선 금융당국의 처신 결정이 더 우선돼야 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IFRS17 도입 이후 금융당국의 갈팡질팡하는 모습으로 인해 보험업계가 적잖은 피해를 입은 탓이다.

금융당국 “IFRS17, 탄력적 운영 이어나갈 것”

금융당국은 앞서 지난해 말부터 3개월 동안 IFRS17 연착 노력의 일환으로 결산점검TF를 운영했다. 다만 그럼에도 보험업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뤄지는 격변기에 신제도가 안정화히가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거란 게 시장의 대체적인 시선이었다. 이에 금융당국은 새로운 보험회계제도의 안착을 지원하고 보험업의 신뢰성과 합리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감독과 지원을 병행하겠다고 11일 밝혔다.

우선 IFRS17 이슈에 대한 체계적 대응 관리를 강화한다. IFRS17 이슈는 회계뿐만 아니라 보험계리·상품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만큼 공동협의체를 운영해 효과적인 이슈 대응을 하겠단 방침이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학계 등 외부 전문가를 포함해 금융감독원의 보험 및 회계부서 공동으로 협의체를 구성하고 주제별 전문가를 초빙해 탄력적 운영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또 IFRS17 핫라인(공용 이메일) 등으로 이슈를 접수해 검토하는 프로세스를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실무 영향이 큰 이슈의 경우 공동협의체 논의 등을 거쳐 신중히 검토하도록 했다. 여타 이슈는 실무 부서를 중심으로 신속히 검토 후 대응하는 등 경중도에 따라 탄력적인 운영일 이어나갈 예정이다.

이어 △보험사 자체 점검 △회사 간 상호 점검(Peer Review) △금감원 점검 등 3중 점검 체계도 구축한다. 점검과 소통을 강화함으로써 내실 있는 자체 점검을 활성화하고 회사 간 상호 점검 결과를 환류(feedback)해 신속성·효과성을 제고하겠단 취지다. 이외 △계도 기간 운영 △부채 평가 알고리즘, 기초가정 관리 등 업무 프로세스 모니터링 △재무정보에 대한 생산자(보험사 결산 담당)-확인자(회계법인 등 외부감사인)-이용자(애널리스트 및 기자 등)별 릴레이 간담회 개최 등도 함께 진행한다.

‘건조’한 시선 유지하는 보험업계, “당국의 처신 결정이 더 우선돼야”

시장에선 금융당국의 제도 안착 노력을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일각에선 볼멘소리도 나온다. 제도 안착을 위해 가장 필요한 건 IFRS17에 대한 당국의 일관적인 태도라는 지적이다. 실제 IFRS17의 영향을 크게 받은 보험업계의 경우 불만이 적지 않다. 지난해부터 금융당국이 입장을 바꿔가며 보험사의 자율성을 상당 부분 침해해 왔기 때문이다.

당초 금융당국은 IFRS17을 도입하면서 보험사의 자율성을 존중하겠단 입장을 견지해 왔다. 그러나 이후 금융당국이 애매모호한 신규제를 거듭 신설하기 시작함에 따라 ‘자율성 존중’의 의미는 사실상 퇴색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금감원은 지난해 IFRS17 관련 세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무·저해지보험 해약률, 계약서비스마진(CSM) 수익 인식 기준, 변동수수료접근법(VFA), 실손보험 계리적 가정, 위험조정(RA) 산출 등의 세부 기준을 세웠다. 보험사들의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CSM 산출을 두고 보험사별 큰 편차가 나타난 데 일부사들이 반발하며 ‘실적 부풀리기’ 논란이 일자 보험사별 계리적 가정 산출 기준을 각사에 맡기지 않고 통일하려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이후 가이드라인을 적용할 회계처리 방식을 직접 지정하기도 했다. 전진법과 소급법이 그 대상으로, 전진법은 회계변경 효과를 향후 공시될 재무제표에만 반영하는 데 반해 소급법은 회계변경 효과를 과거 재무제표까지 반영한다는 게 골자다. 금감원은 보험사들의 계리적 가정의 원칙으로 전진법을 적용할 것을 지침했다.

결과적으로 보험사를 옥죄는 양상이 이어진 셈인데,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애매한 포지션이 보험사의 내부 혼란을 가중하는 모양새”라며 “추가적인 가이드라인이 지속 예고되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금융당국은 보험사에 자율성을 준다는 입장이지만 명확하지 않아 혼란스러운 느낌”이라며 “차라리 그럴 거면 해외처럼 아예 금융당국에서 터치하지 않을 정도의 모든 자율성을 주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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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준비한 IFRS17, ‘좌불안석’ 당국 태도에 업계는 답답하기만

이렇다 보니 시장에선 10년 간의 도입 준비 기간이 무색하게 제도적 미비함만 드러난 꼴이라는 싸늘한 반응이 흘러나온다. ‘원칙 중심’이란 IFRS17의 근간을 정부가 직접 깨버리는 양상이 이어진 데다 지켜야 할 회계기준을 세세하게 정해놓은 ‘한국식 회계정책’을 글로벌 제도인 IFRS17에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단 지적이다. 회계정보가 회사별로 다른 기준으로 산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과거 수차례 제기됐음에도 대비책에는 손을 놓고 있었음이 금융당국의 헛발질로 하여금 드러나고 있단 비판도 있다.

다만 각종 비난 여론에도 금융당국의 보험사 제재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IFRS17 도입 이후 실적이 대폭 확대된 보험사들의 모습에 배당 잔치 우려가 큰 폭으로 확대된 탓이다. 실제 금융당국은 지난해 10월 말께 보험사에 “배당가능이익을 전년도와 동일하게 안정적으로 가져가라”며 과도한 배당 자제를 주문한 바 있다. IFRS17 도입에 따라 순익이 대폭 늘어난 보험사가 법무부 및 금융위원회의 상법 개정 이후 배당가능이익이 전년 대비 대폭 확대될 것을 경계한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당시 보험사 전체 순익은 9조1,100억원으로 전년 동기간 5조6,100억원 대비 2배 가까이 늘었다.

결국 거듭된 가이드라인 세부 기준 재정에서 드러나는 금융당국의 시선은 ‘원칙적으로 배당은 각사의 자율적인 경영에 맡겨야 하지만 재무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과도한 배당은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보험업계의 자율성마저 직접 관리하겠단 게 금융당국의 태도다.

문제는 자율성을 관리하겠단 발상 자체가 지나치게 ‘모호’하단 점이다. 어디부터 어디까지 자율을 보장하겠단 건지, 또 어디부터 어디까지 관리하겠단 건지 명확히 알 수가 없는 데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관리 규정을 새로 덧붙이면서 IFRS17이 누더기 규제로 전락했단 비판도 나온다. 사실상 대충 글로벌 제도를 도입한 뒤 눈치만 사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힐난도 있다. 10년을 준비한 제도가 받기엔 아쉬운 평가다.

IFRS17 도입 이후 세부 가이드라인이 빡빡하게 들어선 ‘이레귤러’는 우리나라 외엔 찾아보기 힘들단 점도 주요 지적 대상이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해외 사례를 보면 감독당국이 계리 기준을 이렇게 제시한 나라를 찾아보기 힘들다”며 “비합리적인 계리적 가정을 정당하게 고친다곤 하지만, 결국 시장 개입으로 혼란을 일으킨 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제도가 안착되고 업계가 안정을 이루기 위해선 IFRS17 도입 이후 혼란 창출의 근원으로 낙인찍힌 금융당국의 신뢰 제고가 먼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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