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중동발 쇼크에 ‘유류세 인하’ 2개월 더 연장한다
6월 말까지 유류세 인하 2개월 추가 연장
석유류값 상승의 전체물가 자극 우려한 조치
호르무즈해협 봉쇄시 국제유가 130달러 돌파 전망
중동 불안이 고조되면서 국제유가가 강세를 보이자 정부가 유류세 인하 조치를 2개월 연장하기로 했다. 당초 유류세 인하는 이달 말 종료될 예정이었지만,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커진 대외 불확실성이 국내 물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종료 시점을 연기한 것이다.
유류세 인하 종료 시한 연장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5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국제금리 변동성 확대, 이란의 이스라엘 공급에 따른 중동 불안 고조 등 대외 부문의 불확실성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며 “민생 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현 유류세 인하 조치와 경유·압축천연가스(CNG) 유가연동보조금을 6월 말까지 2개월 추가 연장하겠다”고 말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국내 휘발유 가격은 ℓ당 1,687원, 경유는 1,558원이다. 현재 유류세는 휘발유가 25%, 경유와 액화석유가스(LPG)부탄이 37% 각각 인하된 상태다. 휘발유의 경우 ℓ당 유류세는 615원으로, 탄력세율 적용 전(820원)과 비교하면 205원 낮다.
연비가 ℓ당 10㎞인 차량으로 하루 40㎞를 주행한다고 가정하면 월 유류비가 2만5,000원가량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유류세 인하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11월 처음 한시적으로 시행했다. 인하 조치는 국민 물가 부담을 덜어줄 필요성이 있다는 이유로 재연장을 거듭해 왔으며, 이번이 9번째 연장이다.
중동 위기에 치솟는 국제유가
이번 연장의 핵심 이유도 생활물가 부담이다. 석유류 가격 상승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에 기여하는 정도가 높은 데다 중동 정세 불안까지 겹친 만큼 인하 조치 연장이 불가피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13일(현지시간) 외신 등에 따르면 이란은 무인기(드론)와 미사일 등을 동원해 이스라엘을 직접 공격했다. 지난 1일 발생한 시리아 주재 자국 영사관 폭격의 보복이다.
앞서 이란의 보복 공격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제기되자 12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일 대비 0.64달러(0.75%) 상승한 85.6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6월물 브렌트유 가격은 장중 배럴당 92.18달러까지 올랐고 종가는 0.71달러(0.8%) 오른 90.45달러였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이 92달러를 웃돈 것은 지난해 10월 말 이후 5개월여 만이다. 중동은 세계 원유 생산의 30% 이상을 담당하는 지역이다. 이 중에서도 이란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3번째로 원유 생산량이 많은 만큼 이번 충돌의 향후 전개 양상에 따라 국제유가가 더욱 오를 수 있다.
3차 오일쇼크 우려도 제기
특히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경우 국제유가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호르무즈 해협은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이라크, 이란.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산유국의 수출 통로다. 세계 천연가스(LNG)의 3분의 1, 석유의 6분의 1이 이곳을 거친다. 국내로 들어오는 중동산 원유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수입된다.
이에 일각에서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 국제유가가 단기간에 13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에너지 컨설팅기업 래피던그룹의 밥 맥널리 대표는 미국 CNN과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란의 무력 충돌로, 국제 원유 운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다면 유가가 배럴당 120~13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로 ‘3차 오일쇼크’가 글로벌 경제를 덮칠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잖아도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3고(高)의 파고까지 겹쳐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오일쇼크까지 덮치면 물가·환율 급등으로 수출과 성장률이 더욱 가파르게 추락하게 되는 만큼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