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통제 피해 ‘레거시 반도체’ 생산 늘린 중국, 미국은 “좌시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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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1분기 반도체 생산량 40% 급증
요구 기술력 낮은 '레거시 반도체' 생산에 집중
미국·EU 등의 통제, 레거시 반도체까지 확대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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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지난 1분기 반도체(IC) 생산량을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 첨단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통제를 이어가자, 범용(레거시) 반도체 생산을 확대하며 자립을 도모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동맹국들은 레거시 반도체에 대한 본격적인 제재에 착수했다.

반도체 생산 확대하는 중국

1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국가통계국(NBS)은 1분기 반도체 생산량이 전년 대비 40% 늘어난 981억 개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3월에만 362억 개에 달하는 반도체를 생산했다는 설명이다. 반도체 생산량 확대의 원인으로는 신에너지차(EV·HEV·FCEV), 스마트폰 등 첨단 산업 분야의 반도체 수요 증가가 지목된다. 실제 중국 1분기 신에너지차 생산량은 전년 대비 29.2% 증가한 208만 대를 기록했으며, 같은 기간 스마트폰 생산량도 16.7% 증가했다.

SCMP는 “중국은 최근 몇 년 동안 반도체 생산 능력을 확대했고, 올해 1분기 생산량은 2019년 같은 분기 대비 거의 3배 증가했다”며 “중국 전역에 반도체 제조 시설이 연이어 새로 생겨나며 (생산량이) 늘어난 것”이라고 짚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중국이 미국 제재에 28나노미터(㎚, 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 이상 공정에 집중하고 있으며, 해당 제품군 세계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31%에서 2027년 39%로 늘어날 것이라 전망하기도 했다.

다만 SCMP는 중국 정부의 반도체 자립 노력에도 불구, 중국이 여전히 반도체 수요 상당수를 수입을 통해 충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반도체가 원유를 제치고 최대 수입 품목에 이름을 올렸다는 것이다. 실제 중국 관세청에 따르면 중국의 지난해 1분기 반도체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12.7% 증가한 1,215억 개를 기록했다.

레거시 반도체로 자립 꾀한다

한편 중국은 미국의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에 대응하기 위해 자체 반도체 생산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현재 중국의 주력 제품은 레거시 반도체다. 레거시 반도체는 2011년 양산을 시작한 28나노미터와 그 이전 공정에서 생산되는 제품으로, 요구되는 기술 수준은 낮지만 가전부터 자동차, 항공기, 무기까지 다양한 제품에 활용된다.

레거시 반도체에는 미국의 수출 통제가 집중되고 있는 극자외선(EUV) 장비 등이 필요하지 않다. 중국이 반도체 자립을 도모하기에 적합한 상품이라는 의미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차후 중국의 신규 시설은 모두 레거시 반도체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2022년 이후 올해 말까지 미국에서 착공되는 반도체 공장은 25곳이며, 같은 기간 중국에서도 20곳의 반도체 공장이 지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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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일각에서는 중국이 향후 반도체 공급망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분석도 흘러나온다. 현시점 레거시 반도체는 반도체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핵심 상품’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이 레거시 반도체 시장의 장악력을 키워 가격을 올리거나 공급량을 줄일 경우, 자동차나 가전제품의 글로벌 공급망이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될 수 있다.

美·EU·日, 중국 첨단 반도체 이어 레거시 반도체도 제재

이에 미국과 EU·일본 등은 중국의 레거시 반도체 생산에까지 제재를 가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지난 1월 국가 안보나 핵심 기반 시설과 관련된 공급망에 레거시 반도체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조사하기 시작했으며, EU도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미국과 EU는 “레거시 반도체에서 왜곡 효과나 과도한 의존으로 이어질 수 있는 비(非)시장 경제 정책과 관행에 대한 우려를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이 값싼 반도체로 세계 시장을 공략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어 미국과 EU는 지난 4~5일(현지 시각) 벨기에 루뱅에서 열린 무역기술협의회(TTC) 장관회의에서 공동 성명을 내고 “레거시 반도체가 세계 공급망을 왜곡하는 것에 대응하기 위한 공동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해당 성명에서 제재 대상으로 중국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의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중국 정부가 이 산업(레거시 반도체)을 엄청나게 보조하는 것을 알고 있고, 이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하며 제재를 시사했다.

아울러 지난 10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 공동성명에는 “성숙한 노드(레거시) 반도체의 경우, 정보 공유, 정책 조정 및 비(非)시장 정책 및 관행에서 발생하는 취약성에 대한 대처를 통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강인화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양국은 이 같은 합의 내용을 주요 7국(G7)과 공유하며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실제 일본 정부는 중국 레거시 반도체 비중을 줄이는 일본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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