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예산 삭감에 SW 타격 가시화, 업계선 “AI 사업 세분화·효율성 강화 ‘기회’로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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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R&D 효율화' 방침에, SW 업계 "타격 너무 심해"
일각선 "오히려 기회, 사업 세분화 등 단계적 정책 수렴 이뤄야"
당면 과제는 R&D 관리 역량 제고, 파편화된 R&D 사업 재정립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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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R&D(연구개발)와 정보화에 대한 예산 삭감이 국내 소프트웨어(SW) 및 클라우드 업계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관련 기업들이 공공사업 비중을 줄이거나 상대적으로 예산 운용이 자유로운 지방자치단체 사업 비중을 높이는 등 비상 경영에 돌입한 것이다. 다만 일각에선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결국 정부의 R&D 예산 삭감이 효용을 찾기 위해선 SW 업계의 단기적인 추락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SW와 묶여 있던 AI 업계의 독립성 인정, R&D 예산 재배치 등 단계적인 정책 수렴의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R&D 예산 삭감 ‘직격타’ 맞은 SW 업계, “정상적인 과업 수행 어려워”

18일 SW 업계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인 SW 기업 크라우드웍스는 최근 공공사업본부를 폐지했다. 지난 2022년 본부를 설립한 지 불과 2년여 만이다. 크라우드웍스가 공공사업본부를 없앤 건 공공사업 예산 축소로 조직 운용 필요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크라우드웍스 관계자는 공공사업 수익성이 적어진 것이 공공사업본부를 폐지한 한 이유”라며 “다만 엔터프라이즈 본부 내에 퍼블릭팀을 신설해 공공사업에 대응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클라우드 업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CSP)뿐만 아니라 클라우드 시장 성장에 맞춰 클라우드 관리서비스 제공(MSP) 사업에 진출한 중견·중소 IT서비스 기업도 정부 예산 축소에 타격을 받았다. 이렇다 보니 자발적으로 공공 시장을 포기하는 움직임도 나온다.

공공 부문에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를 납품하기 위한 클라우드 보안인증(CSAP) 현황을 보면, 2016년 제도 시행 이후 누적 인증 113건 가운데 17건이 지난해 취소됐다. 아울러 공공 R&D 예산 축소에 따른 영향도 속속 발생하는 모양새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공공 SW와 관련해 R&D 과제를 수주했는데, 예산이 50%나 삭감됐다”면서 “필요 인력 등을 확보해서 과제를 수행해 왔는데, 일방적인 예산 삭감 통보로 정상적인 과업 수행이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대안 사업 찾기에 한창이다. 민간 수요를 찾거나 중앙정부 대신 지자체 사업 비중을 확대하는 식이다. 대표적으로 네이버는 기존 공공사업 담당자를 계열사인 네이버 클라우드로 전보 조치하고 지자체 사업을 담당하게 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자체 사업으로 실적을 만회하려는 접근이다.

이와 더불어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정부가 장기적이고도 안정적인 공공사업을 펼침으로써 이에 맞는 예산 배정으로 관련 기업들에 사업 예측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SW 기업 대표는 “우리나라 SW 기업이 저평가받는 이유는 경영 불확실성 때문”이라며 “갑작스러운 정책 변화로 공공사업이 부침을 겪지 않도록 정부가 일관된 사업 정책과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정 업계 타격은 불가피한 것, AI 독립성 강화 등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다만 일각에선 공공 R&D를 줄인 만큼 SW 업계에 타격이 가는 건 불가피한 일이며, 정부가 SW 업계에 휘둘리며 공회전하기만 한다면 R&D 예산 삭감의 효용이 떨어질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이번 기회에 ‘다음 스텝’을 밟아 나갈 필요가 있다는 언급도 있다. 대표적인 주장이 AI 업권의 독립성을 정책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AI 업계 관계자는 “현재 대부분의 정부기관이 AI 산업과 IT 산업을 동일선상에 두고 있는데, 이는 엄연히 잘못된 것”이라며 “‘딥러닝’을 활용하면 무조건 AI라 생각하는 안일한 감성부터 빼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공 SW 사업에서 SW뿐 아니라 AI도 직접구매(분리발주)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현재 AI 솔루션·기술은 공공 SW 사업에서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는 경우에도 시스템통합(SI) 사업에 묶여서 통합발주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AI 업계 관계자는 “AI는 SI나 일반 SW와는 특성이 달라 별도로 직접구매를 해야 한다”며 “AI는 파인튜닝, 데이터 업데이트가 실시간 이뤄져야 하는데 분석-설계-구축-테스트, 운영-유지관리 형태로 정형화된 SI 사업 체계에서는 AI 기술을 온전히 제공·구현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AI를 다른 영역으로 인정하고, 이에 맞는 공공 발주 프로세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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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18일 세종 정부세종청사 인근 식당에서 열린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R&D 효율화 목소리도, 관리 역량 제고 필요성↑

정부가 R&D 효율화를 직접 강조했던 만큼 관리 체계 전반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그간 정부는 R&D 예산 삭감을 전후로 예산 효율화를 거듭 언급해 왔다. 지난해 12월 정부세종청사 인근 한 음식점에서 열린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연구비가 낭비되고 비효율적으로 쓰이는 측면이 있어 예산이 감축됐는데, 예산 구조조정뿐 아니라 제도 개선을 통해 비효율적인 부분을 해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R&D 구조개혁의 필요성을 설명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또한 직접 나서 “이번 예산 삭감은 과학 분야의 ‘재정혁신’ 차원”이라며 “국정에는 외교·안보도 있고 경제·사회·교육 정책도 있지만 우리 정부에 제일 중요한 것은 과학”이라고 힘줘 말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업계가 피력하는 건 파편화된 R&D의 재정립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가 R&D 예산은 2023년 기준 5년 동안 10조원이 늘었지만, 정작 과제당 평균 연구비는 2016년 3억4,662만원에서 2021년 3억5,560만원으로 1,000만원이 채 늘지 않았다. 반면 동기간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소관 정부출연 연구기관에서 수행하는 과제 수는 3,123개에서 4,288개로 1,000개가 넘게 늘었다.

갈라먹기식 R&D 운영이 파편화된 자금 배분으로 가시화한 셈인데, 업계는 올해도 R&D 총량만 줄고 이 같은 예산 나누기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는 것이다. ‘과학 대통령으로서 국민에게 기억됐으면 한다’는 윤 대통령이 바람을 이루기 위해선 단순 예산 삭감을 넘어선 R&D 관리 역량 제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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