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시대에 ‘상급지’로 쏠리는 수요, 서울서도 강남권-비강남권 양극화 심화 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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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아파트 1채=비강남 아파트 2채? 격차 벌어지는 서울 아파트값
재건축 흐름에 전셋값도 올랐지만, "재건축 마무리 시점에 사그라들 것"
전국 아파트 매매 가격 하락 추세, "집값 상승 흐름 중심은 여전히 강남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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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서남부 아파트 밀집지역 중 하나인 구로구 아파트 단지들 사이에서 하락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주변 양천구와 영등포구에서 상승 거래가 나오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특히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는 홀로 별도의 가격 움직임을 보이면서 서울 지역 내 집값 양극화가 더욱 극심해졌다. 전문가들은 시장의 집값 상승 기대 심리가 높아지긴 했으나 향후 집값 상승 흐름 또한 강남 3구를 중심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락 거래 이어지는 구로구, 집값 격차 ‘확대’

2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구로구 개봉동 한마을 전용면적 84㎡는 지난 19일 7억7,000만원(약 56만 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12월 거래가 8억원보다 낮은 것으로, 2022년 최고 거래가(10억원)와 비교하면 2억3,000만원이라 하락한 수준이다.

하락 거래가 이어지면서 최근엔 7억원 중반대 매물까지 시장에 나오는 모양새다. 인근 개봉동 현대 역시 마찬가지다. 이달 6억4,000만원에 거래됐는데, 한 달 전 거래가(6억9,000만원)와 2022년 최고가(8억5,000만원)와 비교하면 하락세가 더욱 두드러진다. 같은 단지 전용면적 84㎡도 2021년 최고가(10억1,000만원) 대비 이달 거래가(7억7,900만원)가 20% 이상 하락했다.

반면 주변 양천구 목동·신월동이나 영등포구 양평·문래동 단지는 최근 상승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유독 구로구에서만 가격 하락세가 가파른 셈인데, 이에 대해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서울 아파트 가격이 많이 내렸다는 생각에 상급지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늘어 하락 거래가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에 집값이 약세를 보이면서 고가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영향이라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시장에선 서울 내 집값 양극화가 더 심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KB부동산 월간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의 ‘5분위 배율’은 4.968배를 기록했다. 5분위 배율은 상위 20% 아파트 평균 가격을 하위 20% 평균 가격으로 나눈 값으로, 배율이 높을수록 양극화 정도가 심하다는 의미다. 서울의 아파트 5분위 배율은 지난해 5월(4.638배) 이후 10개월 동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매월 증가 폭이 커지며 지난달 배율은 2018년 9월(5.01배) 이후 약 5년 3개월 만에 가장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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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와 그 외 서울 지역 간 집값 격차가 확대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우리은행 자산관리컨설팅센터에 따르면 강남 3구와 그 외 지역 간 아파트 3.3㎡당 매매가격 격차는 2022년 3,178만원에서 2023년 3,309만원, 올해(3월 집계 기준) 3,372만원 등으로 확대됐다.

강남 3구 아파트 3.3㎡당 가격으로 서울 그 외 지역 아파트 3.3㎡당 가격을 나눈 배율을 살펴보면 집값 호황기인 2020∼2022년에는 1.9배였지만 집값이 하향 조정기를 거친 2023∼2024년에는 2배로 증가했다. 강남 3구 아파트 1채로 기타 서울 지역 아파트 2채를 구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집값 상승기엔 서울 대부분 지역의 집값이 동반 상승하는 분위기였지만, 시장 침체기엔 수요자의 자산선택이 제한되며 대기수요가 높은 지역으로 몰리는 차별화 양상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전셋값도 상승세지만, “둔촌주공 입주 기점으로 떨어질 가능성 높아”

눈에 띄는 건 서울 집값 흐름에 전셋값 상승률이 조금씩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024 4월 넷째 주(22일 기준) 전국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 대비 0.07% 올랐다. 지난주(0.08%)에 비해 오름폭이 다소 축소하긴 했지만, 작년 5월 넷째 주 이후 49주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데 눈길이 쏠린다. 전세 수요가 급격히 늘어난 가운데 신규 입주 물량은 줄면서 공급이 부족해져 전셋값이 상승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다만 시장에선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올림픽파크 포레온) 입주를 기점으로 전셋값 상승률이 뚝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전세 수요가 급격히 증가한 배경에 재건축의 영향이 적지 않았단 분석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전셋값 상승을 주도하던 가장 큰 심리 중 하나가 ‘재건축 전 잠깐 거주할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으로 불리는 둔촌주공에 1만2,032가구가 들어서면 전셋값 상승을 주도하던 시장심리도 자연히 불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전셋값 상승세가 일시적 허상에 불과하다는 시선에서 본다면, 결국 서울 집값 상승 흐름은 강남 3구를 중심으로만 이뤄지고 있는 셈이 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한 주요인으로 ‘저출생 흐름’을 꼽는다. 저출생·고령화를 겪으면서 가구 수가 감소하니 고가의 상급지 아파트처럼 수요가 몰리는 상품이 아닌 이상 상대적 가격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총주택수요량은 한계가 있기에 저출생·고령화 시대 집값 하락 추세는 필연적”이라며 “2040년 이후부터 빈집이 급격히 늘어나 2050년엔 전체의 13%가 빈집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 집값 하락 및 특정 지역에 수요가 몰리는 양극화는 이 과정의 일환”이라고 강조하는 모양새다.

집값 상승 기대 심리↑, 하지만

한편 이와는 별개로 집값이 상승하리란 기대 심리는 오히려 높아지는 양상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4월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101로, 전월 대비 6p 상승했다. 주택가격전망 CSI는 1년 후 주택가격에 대한 소비자 전망을 나타내는데, 지수가 100보다 높으면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응답한 가구 수가 하락할 것으로 응답한 가수 수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택가격전망 CSI가 100을 넘어선 건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 만이다. 하락을 기대하던 소비자들의 생각이 5개월 만에 뒤바뀌었단 소리다. 이에 대해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매매 가격 하락세가 둔화하고 거래량이 소폭 회복하면서 기대 심리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전국적으로 매매 가격이 여전히 하락 추세인 데다 거래량도 보합 수준이라,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 심리가 실제 시장에 영향을 미칠지 여부는 미지수로 남아 있다. 특히 전문가들 사이에선 향후 집값 상승도 강남 3구를 중심으로만 이뤄지는 등 현 구도가 유지될 것이란 의견이 적지 않다. 상술했듯 서울 내에서도 양극화가 강화하는 분위기인 데다 강남권은 타지역 대비 자산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치가 선반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 부동산 전문가는 “강남 지역의 초고가 하이엔드 아파트는 별도의 가격 움직임을 보이는 양상”이라며 “‘강남 불패’를 재확인한 강남권이 지방과 비강남 지역을 제치고 홀로 훈풍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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