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 깜짝 성장에도 체감 경기는 ‘먹구름’, 미숙한 민간 주도 성장의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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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한국 GDP, 시장 예상 뒤엎고 급성장
수출 회복세 견조한 가운데 내수도 '일시적 회복'
수출 성장 '낙수 효과' 미미한 韓 경제, 내수 시장 향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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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깜짝 성장세’를 보였다. 주요 기업들의 매출이 수출을 중심으로 급성장한 가운데, 내수 경기가 일부 회복되며 GDP 성장률이 시장 기대치를 크게 웃돈 것이다. 다만 이 같은 GDP의 가파른 성장이 내수 시장의 근본적인 ‘회복’을 견인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다.

수출이 끌고, 내수가 밀었다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분기 실질 GDP는 전 분기 대비 1.3%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1년 4분기(1.4%) 이후 2년 3개월 만에 최고치이자, 시장 전망치(0.5~0.6%)를 큰 폭으로 웃도는 수준이다. 이와 관련 윤인대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재정에 의존한 성장이 아닌 민간 주도 성장의 모습을 보였고, 내수가 반등하며 수출과 내수의 균형 잡힌 회복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 역시 1분기 GDP 성장세에 대해 “수출 개선세가 이어진 가운데, 민간 소비와 건설 투자를 중심으로 내수가 반등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본격화한 수출 회복세가 지속된 데 더해, 그동안 부진했던 내수 역시 회복 흐름을 보였다는 의미다. 실제 1분기 내수의 성장 기여도는 직전 분기 -0.4%P에서 0.7%P로 플러스 전환했다. 민간소비(0.1%P→0.4%P)와 건설투자(-0.7%P→0.4%P)의 기여도가 눈에 띄게 높아진 결과다.

관건은 1분기에 나타난 내수 회복세가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을지다. 1분기 내수 성장의 주요 요인으로는 지난해 4분기 역성장했던 건설투자를 중심으로 한 기저 효과, 신제품 출시 등이 지목된다. 내수를 견인한 것이 대부분 일회성 요인이라는 의미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 전문가는 “내수가 1분기 GDP 성장을 일부 견인한 것은 사실이지만, (1분기 상황만 보고) 내수가 회복세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며 “국내 경제는 여전히 내수보다는 수출에 의존해 성장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주요 기업은 ‘내수 대신 수출’

실제 지난 1분기, 대다수 국내 주요 기업들은 수출 중심 성장 전략을 택했다. 수출을 중심축으로 삼는 반도체 기업들이 대표적인 예다. 삼성전자와 국내 반도체 시장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SK하이닉스의 경우, 지난 1분기에 12조4,29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1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다. 같은 기간 발생한 영업이익은 2조8,860억원으로 1분기 기준 2018년 이후 두 번째로 높았다. 인공지능(AI) 기술의 고도화로 수요가 급증한 고대역폭메모리(HBM)가 D램 부문 성장을 견인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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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HBM3 24GB/사진=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의 경우 국내 자동차 판매가 감소한 와중에도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현대자동차의 1분기 매출은 40조6,585억원, 영업이익은 3조5,574억원 수준이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해당 기간 현대차의 국내 시장 판매량은 15만9,967대에 그쳤으나, 해외 판매량은 84만6,800대에 달했다는 점이다. 북미·유럽·인도 등 주요 시장이 호조를 보이며 수출 중심으로 매출이 성장한 것으로 풀이된다.

LG전자 역시 1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인 21조95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같은 기간 발생한 영업이익은 1조3,354억원 수준이다. 이에 대해 김창태 LG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기업간거래(B2B) 사업이 1분기 LG전자 전체 매출의 30% 비중을 넘어 실적 안정에 기여했다”고 밝혔다. 특기할 만한 점은 LG전자 역시 매출의 60% 이상이 해외에서 나오는 수출 기업이라는 점이다. 사실상 상기 3사가 모두 ‘수출 확대’에 힘입어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는 의미다.

낙수 효과 없는 한국의 ‘민간 주도 성장’

이번 GDP 급성장이 국가 재정에 의존한 성장이 아닌 ‘민간 주도 성장’의 형태를 띤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민간의 GDP 성장 기여도는 1.3%P, 즉 상승분 전체를 차지했다. 정부 기여도는 0%P였다는 의미다. 통상 민간 주도로 수출이 호조를 보일 경우 투자와 고용이 확대되고, 이를 통해 소비가 성장하는 선순환이 이뤄지게 된다.

다만 한국 시장의 경우 수출 대기업으로부터 좀처럼 이 같은 ‘트리클 다운 효과(Trickle-down Effect, 낙수 효과)’가 발생하지 않는 상황이다. 주요 기업의 성장이 내수 성장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외형에 치중된 깜짝 성장은 실제 경기와 체감 경기의 괴리로 이어졌다. 수출 중심 기업들이 줄줄이 ‘역대급 성적표’를 받아 든 가운데, 내수 기업들은 침체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유다.

실제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4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대기업(+3p)과 수출기업(+5p)의 PSI가 상승하는 동안 중소기업(-1p)과 내수기업(-1p)의 BSI는 소폭 하락했다. 이에 따라 수출기업(80)과 내수기업(69)의 BS는 10p 이상 벌어지게 됐다. BSI는 현재 경영 상황에 대한 기업들의 진단을 수치화한 지표로, 수치가 기준선(100)보다 낮을수록 부정 평가가 긍정보다 많다고 풀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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