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오토파일럿’ 관련 조사 착수한 美 당국, 로보택시 공개 앞두고 봉변
"오토파일럿 리콜 조치 적절성 의심된다" 칼 빼든 NHTSA
빗발치는 오토파일럿 소송에 고집 꺾고 '합의' 도출한 테슬라
8월 로보택시 공개 앞두고 신뢰 회복 착수했다는 분석도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주행 보조 기능인 ‘오토 파일럿’이 지난해 말 대규모 리콜·업데이트 이후에도 충돌 사고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미국 교통 당국인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테슬라의 리콜 조치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에 나섰다.
NHTSA, 오토파일럿 관련 조사 착수
26일(현지시간) NHTSA는 지난해 12월 테슬라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진행한 오토파일럿 리콜 조치의 적절성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국은 테슬라가 리콜을 진행한 후에도 오토파일럿 관련 충돌 사고 20건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앞서 테슬라는 2012년 이후 생산된 모델3, 모델S, 모델X, 모델Y, 사이버 트럭 등 총 200만 대 이상의 차량을 리콜한 바 있다. 이는 미국에서 판매한 거의 모든 차량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이후 테슬라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운전자의 오용을 방지할 수 있는 새로운 안전장치를 설치했다고 공지했다.
그러나 NHTSA는 리콜 이후로도 운전자들로부터 제어 장치 변경 사항에 대해 비정상적으로 많은 수의 불만을 접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운전자들이 리콜 후 불필요한 경우에도 경고 기능이 작동한다고 주장했다는 설명이다. 지금까지 오토파일럿과 관련해 발생한 사고는 최소 467건에 달하며, 이로 인해 최소 14명이 사망했고 수십 명이 부상을 당한 것으로 집계됐다.
NHTSA는 오토파일럿에 대한 자체 검사 결과 “주의 깊은 운전자라면 볼 수 있었던 위험과 관련된 피할 수 있는 충돌이 발생하는 추세를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테슬라의 취약한 운전자 참여도 시스템이 오토파일럿의 허용된 운영 능력에 적절하지 않다는 증거를 발견했으며, 이로 인해 운전자들이 기대하는 안정성과 시스템의 실제 기능 사이에 중요한 격차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오토파일럿 소송전’에 변화 생겼다?
테슬라 오토파일럿의 허점은 수많은 ‘소송전’으로 이어졌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의 28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내년 오토파일럿 관련 교통사고 재판은 최소 8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소장에 의하면 한 여성은 2022년 오토파일럿 기능을 켠 채 주행하다 고속도로에서 멈춰 서 있던 다른 차량을 들이받았고, 이후 차에서 나왔다가 다른 차량에 치여 숨졌다. 다른 남성은 지난해 음주 후 오토파일럿을 사용해 귀가하다 몇 분간 역주행했고, 마주 오던 차량과 충돌해 상대 운전자를 숨지게 했다.
이들 원고 측은 테슬라가 오토파일럿의 성능을 지나치게 과장했다는 입장이다. 테슬라의 주장을 믿은 운전자들이 안심하고 관련 기능을 이용하다가 사고를 당했다는 것이다. 반면 테슬라 측은 지금까지 운전자가 최종적으로 차량 통제 책임을 지는 만큼 테슬라의 책임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2020년에는 직접적으로 “오토파일럿은 자율주행 기술이 아니며 운전자를 대체하지 않는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좀처럼 입장을 꺾지 않던 테슬라가 이달 오토파일럿으로 인한 사망 사고 관련 소송 1건을 합의하에 마무리했다는 점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추후 테슬라가 로보택시(무인택시) 등 자율주행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본격적으로 사태 봉합에 나섰다는 분석이 흘러나온다. 테슬라 측이 주가 부양과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표면적인 갈등을 최소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8월 공개’ 로보택시 어쩌나
앞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지난 5일 자신의 X(구 트위터)를 통해 오는 8월 중으로 로보택시를 공개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23일(이하 현지시간)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는 자율주행 로보택시를 ‘사이버캡’(CyberCab)이라고 지칭, “에어비앤비(숙박 공유 플랫폼)와 우버(차량 호출 플랫폼)의 결합 같은 것으로, 테슬라가 직접 차들을 소유하고 운영할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아울러 그는 테슬라가 완전 자율주행 기술에 도달할 수 있다고 거듭 장담했다. 머스크 CEO는 “누군가 테슬라가 자율주행을 해결할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면, 그런 회사에 투자해서는 안 된다”며 “우리는 그것을 할 것이고, 이미 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머스크 CEO가 사실상 회사의 미래를 로보택시를 비롯한 자율주행 기술에 걸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머스크 CEO에게 있어 지금은 오토파일럿에 발목을 잡힐 때가 아니라는 시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오토파일럿과 관련한 소송전이 이렇다 할 결론 없이 누적될 경우, 자율주행에 대한 투자자들과 소비자의 신뢰가 크게 훼손될 수 있다”며 “고집불통 테슬라가 최근 합의를 선택한 것도 소송전으로 인한 신뢰 훼손을 막고, 미래 청사진을 그리기 위한 전략일 수 있다”고 추측했다.
다만 문제는 NHTSA 외에도 미 법무부, 증권거래위원회(SEC) 등이 오토파일럿에 대한 자체 조사를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각 기관의 조사 결과에 따라 테슬라의 신뢰 회복 및 주가 부양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재 법무부와 SEC는 테슬라가 오토파일럿 기능을 과대 포장해 소비자와 투자자를 오도했는지에 대해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