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경매 43% 늘고 낙찰률은 8.9% 하락, 경기 침체 장기화에 제조업도 ‘불황의 늪’
고금리·경기 침체 장기화에 공장 낙찰가율·낙착률 '뚝뚝'
경기 불황기 가시화, 한국 제조업 생산지수도 3.9% 하락
글로벌 제조업 경기도 악화 일로, "거시적인 대책 마련 필요한 시점"
고금리와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경매시장에 매물로 나온 공장이 늘었지만 수요 부족으로 매물 3건 중 2건은 주인을 찾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제조업 산업이 전반적인 침체기를 겪고 있는 영향이 크다. 특히 최근엔 글로벌 제조업 산업도 부진을 겪고 있어, 업황 부진을 타개하고 공장 수요를 끌어올리기 위해선 국내외 산업 환경을 직시하고 보다 거시적인 정책을 타진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장 경매 늘었는데, 감정가 대비 낙찰가율은 하락세
28일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전국에서 진행된 공장·제조업소 경매는 모두 709건으로 지난해 1분기(495건)보다 43.2% 늘었다. 1분기 기준으로 보면 지난 2021년(928건) 이후 3년 만에 최대치다. 반면 응찰자는 오히려 줄면서 공장의 감정가 대비 낙찰가율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공장의 감정가 대비 낙찰가율은 2023년 1분기 78.2%였는데, 지난 1분기 70.5%로 7.7%p 낮아졌다.
이처럼 공장 경매의 상황은 아파트 경제 시장과는 정반대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아파트 경매시장은 응찰자가 몰리면서 지난 3월 평균 응찰자 수가 2001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하고 낙찰가율이 오르는 등 거래세가 활발하다.
그러나 공장 경매는 여러 차례 유찰을 거듭한 끝에 감정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팔린 사례가 적지 않다. 예컨대 충북 음성의 한 화장품 공장은 감정가 21억2,000만원으로 경매에 나왔으나 8차례나 유찰된 끝에 7억3,200만원으로 팔렸다. 전남 장흥의 한 건강기능식품 공장은 5차례 유찰된 끝에 감정가 23억806만원의 33.7%인 7억7,866만8,000원에 팔리기도 했다.
낙찰률도 저조, “경기 불황 영향”
가장 큰 문제는 공장의 낙찰률도 저조하단 점이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법원에서 진행된 공장·제조업소 경매는 총 2,287건이었지만, 이 가운데 낙찰된 건 745건에 불과했다. 낙찰률이 32.6%에 그친단 의미로, 이는 지난 2022년 41.5% 대비 8.9%p 떨어진 수준이다. 응찰자도 줄었다. 지난해 공장·제조업소 경매 응찰자 수는 건당 평균 2.74명으로 전년(3.30명) 대비 0.56명 줄었다. 공장 부지가 제대로 순환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지지옥션 측은 “공장 경매는 아파트 경매와 달리 경기를 느리게 반영한다”며 “지속된 고금리로 차입금을 갚지 못하는 사업주가 늘면서 경매 매물은 늘어나지만, 경기 침체에 수요가 감소하면서 낙찰률이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실제 공장 낙찰가율 및 낙찰률 하락은 경기 불황기의 전조로 해석된다. 공장은 일반 부동산 경매 물건과 달리 일반 투자자들이 선뜻 매입할 수 없다. 매각가가 수십억~수백억원대에 이르고 부동산 가치뿐 아니라 공장 내 설비와 기계의 가치도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장이 경매시장에 나오면 주로 동종업계 종사자들이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용도로 입찰에 참여하는데, 해당 지표가 낮다는 건 그만큼 확장 수요가 없다는 뜻이다.
제조업 침체기 장기화, 글로벌 경기도 ‘불황 사이클’
국내 제조업 산업이 전반적인 침체기를 겪고 있단 점도 영향을 미친 것을 분석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12월 및 연간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지난해 한국 제조업 생산지수(2020년=100)는 105.6으로 전년 대비 3.9% 하락했다. 1998년(-6.5%) 이후 최대 하락 폭으로, 절대적인 생산 규모도 2021년(108.4)에 미치지 못했다. 제조업 생산이 전년 대비 감소한 건 1975년 관련 통계 발표 이래 단 여섯 번뿐이다.
회복세도 점차 둔화하는 양상이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해 12월 98.6으로 전월 대비 0.3 급락했다. 6개월 뒤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4개월 연속 상승하고 있으나, 상승 폭이 지난해 10월부터 낮아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상승 폭은 0.1이다. 이와 관련해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경기종합지수를 보면) 아직 우리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며 “경기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더딘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제조업 경기마저 불황 사이클에 진입하면서 국내 제조업 경기가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이투자증권은 지난 1월 ‘글로벌 제조업의 위기’ 보고서를 통해 “주요 선진국과 중국의 제조업 경기가 2010년 초 이후 사실상 최장 국면의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지수의 ‘위축 국면’(50 이하)이 16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특히 신흥국보다 선진국과 중국 제조업의 경기 부진이 두드러진다.
보고서는 △고금리·고물가 △중국 효과 △디지털 산업으로의 전환을 제조업의 3대 위기 요인으로 꼽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면서 글로벌 제조업 경기가 동반 부진에 빠졌고, 여기에 저가 제품을 주력으로 내세우던 중국 제조업계마저 침체기에 접어들자 독일과 한국의 제조업 산업도 덩달아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산업계 흐름의 주류가 디지털 산업으로 옮겨 가면서 제조업이 부진에 빠졌다고도 했다. 결국 국내 환경 개선만으로 제조업 업황 부진을 타개할 방안을 찾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