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징금 수조원대” 방통위-공정위 잡음이 담합 의혹 불렀다?

160X600_GIAI_AIDSNote
이통 3사 번호이동 담합 조사 마무리, 과징금 수조원대 추산
"방통위 지시 따랐는데 과징금이라니" 반발하는 이통 3사
지속 누적돼 온 통신업계 담합 사례, 수백억원대 과징금 부과도
mobile-carrier_20240430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동통신 3사(이하 이통 3사) 번호이동 담합 의혹에 대해 제시한 과징금 규모가 수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공정위가 집계한 번호이동 관련 매출 규모를 고려하면 상당액의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업계에서는 공정위와 방송통신위원회의 관련 법률 해석이 대립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발생한 잡음이 시장 전반에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는 비판이 흘러나온다.

‘철퇴’ 꺼내든 공정거래위원회

3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공정위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의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했다. 이통 3사는 지난 2015년부터 휴대전화 번호이동과 관련한 판매장려금, 거래 조건, 거래량 등을 담합한 혐의를 받는다. 판매장려금은 통신사가 자사 할인율을 제고하기 위해 휴대전화 판매점에 지급하는 일종의 지원금으로 마케팅 비용에 속한다.

공정위는 이통 3사가 판매장려금을 비슷한 수준에서 유지하기 위해 내부 정보를 공유했다고 판단했다. 번호이동 실적이 상대적으로 낮으면 뒤처진 가입자 수를 회복할 정도로만 판매장려금을 풀고, 실적이 높으면 판매장려금을 줄이며 경쟁사 간 실적 균형을 맞추는 식이다. 공정위는 이 같은 담합 행위가 시장 내 공정한 경쟁을 저해했다고 보고 제재에 착수했으며, 조사를 마치고 각 통신사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에 심사보고서를 발송한 상태다. 심사보고서는 검찰의 공소장과 유사한 성격으로, 조사 대상의 법 위반 혐의와 과정 등이 담겨 있다. 

업계의 이목은 추후 이통 3사에 부과될 공정위 제재에 집중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조사 과정에서) 직접적으로 과징금 규모를 적시하지는 않는다”면서도 “관련 매출 집계 규모와 전후 관계를 살펴보면 담합으로 인한 과징금은 수조원대에 달할 것이라는 (업계) 예상이 많다”고 귀띔했다. 일종의 ‘검찰’ 역할을 수행하는 공정위의 조사부서 심사관은 번호이동 상황반이 운영된 기간인 2015~2022년(만 8년) 동안 번호 이동으로 발생한 이통 3사의 매출 전체를 관련 매출로 집계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통위와 공정위의 견해 충돌

이런 가운데 이통3사는 이동통신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 준수를 위한 방통위 정책을 따른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번호이동 변동 상황에 따른 판매장려금 조정은 담합이 아닌 방통위의 지도에 따른 적법한 경쟁 행위라는 주장이다.

판매장려금에는 유통망 추가지원금과 달리 법정 한도가 없다. 이에 방통위는 단통법이 제정된 지난 2014년 판매장려금을 30만원 이하로 지급하라는 행정지도를 내렸다. 판매장려금이 제한 없이 지급될 경우, 단통법이 허용하는 유통망 추가지원금(15%) 이상의 불법 보조금 지급이 성행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더해 방통위는 이통 3사가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번호이동시스템을 활용해 번호이동 건수를 20~30분 간격으로 공유하도록 지시했다.

이통 3사 측은 지금까지 이 같은 방통위의 행정지도를 고려해 판매장려금을 결정해 왔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공정위는 통신 3사가 번호이동 현황을 공유하면서 유통 채널에 지급할 판매장려금을 조절했다는 점을 지적, 운영 과정에서 방통위의 행정지도를 넘어선 자율적 담합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두 개의 유관 기관이 특정 법률을 두고 대립각을 세운 것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공정위와 방통위의 견해 차이가 통신업계 전반의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흘러나온다.

Fair-Trade-Commission_20240430

“담합 한두 번 아냐” 이통 3사의 은밀한 협력

주목할 만한 부분은 이통 3사 및 계열사의 담합 관련 분쟁이 이미 수년 전부터 지속돼 왔다는 점이다. 2019년 4월 공정위는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세종텔레콤이 2015~2017년 공공분야 전용회선 사업 입찰에서 담합한 사건에 과징금 133억원을 부과한 바 있다. 당시 KT는 담합을 주도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는데, 2020년에는 해당 사건으로 인해 KT 법인과 관련 임원진이 재판에 넘겨지기도 했다.

2019년 11월에는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자회사 미디어로그 △스탠다드네트웍스가 2014~2017년 조달청의 모바일 메시지 서비스 제공 사업자를 선정하는 입찰에서 담합했다는 사실이 확인돼 13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된 바도 있다. 이외로도 통신업계에서는 △SKT, SK브로드밴드, KT, KT SAT의 국방 광대역통합망 임대회선 사업 입찰 관련 담합 △SK브로드밴드, KT, LG유플러스의 데이터 요금제 및 유심칩 판매 가격 담합 △이통 3사의 휴대전화 할부 수수료 및 소액결제 과금 대행 수수료 담합 등 수많은 의혹이 제기돼 왔다.

올해 1월에는 통신설비 설치 장소의 임차료를 담합한 이통 3사와 SKT 자회사인 SK ONS 등이 과태료 폭탄을 맞기도 했다. 이들 기업은 2013년 3월부터 2019년 6월까지 임대인과 재계약을 할 때 협의를 통해 동일한 수준의 낮은 가격을 제시, 통신 장비를 설치할 부지의 임대인을 압박한 혐의를 받는다. 특히 장비 설치를 위한 신규 계약을 할 때는 지역별 기준 가격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제작해 임차료 협의에 적극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