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철수 재차 언급한 트럼프, 방위비 분담금 공세 ‘트럼프 리스크’ 눈앞으로
방위비 분담금 압박↑, 트럼프 "왜 우리가 다른 사람 방어하나"
'트럼프 리스크'에 분담금 협상 조기 착수했지만, "개입 가능성 여전"
동북아 국방비 경쟁서 밀리는 한국, 세수 불안에 국방비 확대도 '부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를 재차 시사하고 나섰다. 방위비 분담금 부담을 거듭 압박한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기 시작하면서 국내에선 ‘트럼프 리스크’를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한국, 미국 올바르게 대해줘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공개된 타임지 인터뷰에서 “우리는 (군사적으로) 불안정한 위치에 4만 명의 군인을 보냈다(We have 40,000 troops, and in a somewhat precarious position)”며 “우리는 한국이 미국을 올바르게 대해줬으면 한다(I want South Korea to treat us properly)”고 말했다.
‘재선할 경우 주한미군을 철수하겠느냐’는 질문엔 즉답을 피하면서도 “왜 우리가 다른 사람을 방어하느냐(why would we defend somebody)”며 “그들(한국)은 매우 부유한 나라가 됐다(They have become a very wealthy country)”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에 성공할 가능성은 미국 내에서도 5:5 정도로 점쳐지고 있다. 현지 커뮤니티 일각에선 트럼프 재임을 사실상 기정사실화하는 경우도 있다. 트럼프 리스크가 다시금 눈앞으로 다가온 셈이다. 통상 동맹을 거래적 관계로 보는 트럼프 전 대통령 경향상 한국 국가안보는 협상의 칩으로 전락할 확률이 높다. 더군다나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방 장관을 지낸 마크 에스퍼가 2022년 본지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주한미군의 ‘완전 철수’를 수차례 주장했었다”고 주장한 바 있는 만큼,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후 안보 공세는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과중한 분담금, 미래 불안도 커
문제는 방위비 분담금이 이미 과중한 상황이란 점이다. 앞서 지난 2021년 한국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으로 1조1,833억원을 부담하고 향후 4년간 전년도 국방비 증가율만큼 매해 방위비를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2019년 한국이 분담했던 1조389억원 대비 1,444억원(13.9%) 늘어난 금액을, 협정 유효기간이 끝나는 2025년엔 대략 1조5,000억원을 분담하게 되는 셈이다.
약 6조원에 가까운 금액을 지불하라던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갈취 압박을 막아냈다는 점에선 평가할 만하지만, 다년 협정 기간 연간 방위비 상승률을 물가 상승률과 연동하되 4%를 넘지 않게 한 관례를 유지하지 못했단 점에서 비판의 여지가 있는 협상안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미래 불안도 크다. 올해 진행되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개입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앞서 한미 양국은 2026년부터 적용될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조기 착수한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을 염두에 둔 조치로 풀이되나, 오는 11월 미국 대선 전 협상이 타결된다 해도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면 이전 합의를 갈아치울 가능성이 있다. 다시금 ‘6배 분담금’ 압박이 시작될 수 있단 의미다.
국방비 확충에도 어려움, “국세 수입 감소 직격타”
이런 가운데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당장 분담금보다 국방비 확충이 더 큰 문제라는 의견도 나온다. 동북아시아 군비 경쟁이 과열되는 동안 한국은 국방예산 측면에서 크게 뒤처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동북아 4강(한국·중국·러시아·일본)의 5년간(2019~2023년) 군비를 보면 한국의 연평균 국방비 증가율은 꼴찌다. 러시아가 8.8%, 일본이 6.9%, 중국이 6.8%의 증가율을 나타낼 때 한국은 5.2%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21년 일본을 추월했던 국방예산이 다시 역전되기도 했다.
격차는 앞으로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일본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1% 이내로 책정했던 방위비 예산(방위관계비 포함)을 2027년부터 GDP의 2%까지 끌어올리기로 했고, 러시아는 2025년까지 18조5,000억 루블(약 369조2,600억원)을 국방예산을 쏟아붓겠다고 밝혔다. 중국의 경우 2023~2027년 국방비 증가율이 평균 7.2%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우리 정부는 중기재정계획에서 2023년부터 5년간 연평균 국방비 지출 증가율을 4.0%로 설정해 총 296조8,000억원의 국방비를 지출하겠다고 계획한 정도다. 확연히 적은 수준이다. 더욱이 최근엔 국세 수입마저 줄면서 국방비 확충에 어려움이 더해졌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더불어 내부적인 국방체계도 다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듭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