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맥도날드 안 가는 미국인들, 소비 둔화 우려 현실화
WSJ "美 소비자들, 식음료 가격에도 부담 느껴"
인플레이션 장기화하면서 식료품 지출에 한계
실질임금 둔화·저축률 하락에 소비도 위축 흐름
스타벅스, 맥도날드 등 미국의 대형 식음료 브랜드들이 잇달아 가격을 인상한 이후 매출이 하락에 직면했다.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하면서 식료품 지출에 한계를 느낀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은 탓이다. 여기에 실질임금 상승률 둔화, 저축률 하락 등 실제 소비자의 주머니 사정이 악화하면서 소비 둔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가격 올린 스타벅스, 매장 방문객 7% 급감
5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코로나19 팬데믹 후 식품 회사들이 고객 충성도만 믿고 가격을 인상했다가 결국 소비자의 외면을 받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는 미국 소비자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던 식음료 가격에 부담을 크게 느끼면서 식품 소비를 줄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레비뉴매니지먼트솔루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국의 패스트푸드 이용객은 전년 대비 3.5% 감소했다.
이용객 감소는 기업 실적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맥도날드의 1분기 주당 순익은 2.7달러로 시장 예상치인 2.72달러를 밑돌았다. 맥도날드 경영진은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지출 억제 분위기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최근 소비 감소세는 놀라울 정도”라고 우려했다. 스타벅스 역시 지난달 30일 실적 발표에서 올해 1분기 스타벅스의 미국 매장 방문객 수가 7% 급감했으며 매출도 전년 대비 4% 줄어들었다고 발표했다.
WSJ는 “흥미로운 점은 과거에는 외식 가격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주로 슈퍼마켓에서 대안을 찾았다면 이제는 일부 대형 식료품 업체들의 매출도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식료품 가격은 지난 3년 동안 26% 상승했다. 식료품 지출이 미국의 가계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조금이라도 저렴한 상품을 찾기 위해 더 많은 식료품점으로 발품을 팔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시장조사업체 누머레이터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들은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평균 20.7곳의 소매점에서 식료품을 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4년 전 16.8곳에서 큰 폭으로 증가한 수치다.
팬데믹 이후 보복소비, 부기 브로크 등 소비 광풍
식료품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물가가 오르면서 인플레이션이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점차 커지고 있다. 지난 4월 10일 공개된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보면 헤드라인 CPI와 근원 CPI 모두 전월 대비 0.4% 상승했다. 이는 월가 전망치를 뛰어넘은 수치다. 이처럼 전망치를 웃도는 물가 관련 데이터들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명분을 흐려 놓고 있다.
미국의 소비지출은 팬데믹 이후 급등해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경기부양을 위해 뿌려진 재정지원금이 ‘보복소비’와 만나면서 소비 광풍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올해 2월 기준 PCE는 19조 달러(약 2경5,923조원)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팬데믹 직전인 2020년 2월 15조 달러 미만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폭발적으로 증가한 수치다.
여기엔 사회 분위기도 한몫했다. 이른바 ‘부기 브로크(Bougie Broke)’ 현상이 팬데믹을 거치는 과정에서 폭발한 것이다. 부기 브로크란 일종의 소비 행태를 일컫는 신조어로, 본인의 재정 능력 이상으로 부를 과시하는 현상을 말한다. SNS에는 자신의 고급 자동차, 명품 의류를 자랑하는 사진과 영상이 넘쳐났고 비싼 음식 가격의 식당, 호화로운 5성급 호텔, 고급 휴양지에서 찍은 셀카를 올리는 것이 유행했다.
美 경제, 소비 흔들리면 경기 침체 이어질 수도
미국 경제는 소비 의존적인 구조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소비가 무너질 경우 경기 둔화와 침체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문제는 팬데믹 이후 이어진 이러한 소비 행태가 지속 가능한지 여부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현재 페이스로 소비를 지속할 여지가 천천히 고갈되면서 더 이상 미국의 소비가 계속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를 위해서는 물리적으로 돈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로써는 고금리에 대출받는 것도, 임금을 올리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수치만 보면 미국의 임금 상승률은 팬데믹 이후 추세선을 웃도는 성장률을 보였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2022년 이래 연평균 실질임금의 상승률은 0.5% 이하로 둔화 흐름이 뚜렷하다. 팬데믹 이전 3년 동안 2.3%였음을 감안하면 오히려 실질임금 상승률은 감소한 셈이다. 무엇보다 인플레이션이 이어지면서 명목임금 성장률은 팬데믹 전으로 회귀하고 있으며 최근 임금 상승률은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수준까지 둔화했다.
설상가상으로 가계 저축도 줄어들고 있다. 미국의 저축률은 2024년 1월 기준 3.8%로 2008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저축 총액은 팬데믹 전이던 2017년 수준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수치를 차감한 실질 저축액은 10년 사이 가장 낮은 수준에 가깝다.
여기에 전체 부의 3분의 2를 부유한 10%가 보유하는 미국 경제의 특성을 고려하면 저축 총액 중 미국 국민 다수의 저축액과 그 실질 가치는 미미할 것으로 추산된다. 실제로 연준이 지난해 6월 발표한 ‘미국 가계의 경제적 복지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가구의 3분의 1 이상이 돌발적인 400달러 지출도 감당할 수 없다고 응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