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퀄컴 수출 허가 취소” 미국 정부, 화웨이 수출 제재 강화
미국, 자국 반도체 기업 '중국 수출' 라이선스 취소
실적 하향 조정하고 나선 인텔, 주가도 '곤두박질'
추가 제재 암시한 미국, 화웨이 공급망 규제 현실화하나
미국이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제재 강도를 높였다. 화웨이에 반도체를 수출해 온 미국 업체의 수출 면허를 일부 정지, 화웨이의 신제품 생산·판매에 제동을 건 것이다. 업계에서는 추후 미국이 중국을 향한 수출 통제 압박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화웨이에 반도체 팔지 마라” 미국의 제재
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자국의 반도체 업체인 인텔과 퀄컴의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수출 허가를 취소했다. 이는 지난달 화웨이가 인공지능(AI) 노트북 신제품 ‘메이트북 X 프로’에 인텔 ‘코어 울트라 9’ 프로세서를 탑재한다고 발표한 뒤 이뤄진 조치다. 당시 일부 공화당 인사들은 “상무부가 인텔에 반도체 수출 허가를 해줬기에 화웨이가 재기할 수 있었다”며 화웨이에 대한 수출 통제 강화를 주장한 바 있다.
미국은 지난 2019년 국가 안보를 근거로 화웨이를 수출 통제 명단(entity list)에 올렸다. 미국에서 수출 통제 명단에 포함된 업체에 제품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수출 면허를 획득해야 한다. 문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조 바이든 행정부 모두 자국 반도체 업체들에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수출 허가를 내줬다는 점이다. 사실상 관련 제재가 실효성을 잃었다는 의미다.
실제 지난해 8월 화웨이는 중국 SMIC가 제작한 7나노미터(nm)급 반도체를 탑재한 스마트폰 ‘메이트60 프로’ 출시 소식을 전했다. 중국 반도체 기업이 미국의 강력한 수출 통제 속에서도 7nm 반도체 제품 양산에 성공한 것이다. 당시 미국은 화웨이가 메이트60 프로를 만들 수 있었던 동력이 심자외선(DUV) 장비라는 결론을 내렸고, 이후 올해 1월 뒤늦게 네덜란드 DUV 장비 제조사 ASML의 중국 수출을 차단했다.
양사의 주가 변동 상황
정부가 인텔과 퀄컴의 수출 면허를 취소한 다음날(현지시간 기준 8일), 인텔 측은 증권 신고서를 통해 “미국 정부로부터 중국 고객에게 반도체를 판매할 수 있는 라이선스 취소 통보를 받았다”며 2분기 매출이 당초 예상한 수준을 밑돌 것이라고 밝혔다. 애초 125억~135억 달러 수준이었던 2분기 매출 전망치를 130억 달러(약 17조7,800억원)로 낮춰 잡은 것이다. 다만 인텔은 신고서에서 고객명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인텔 주가는 2.2% 하락했다.
같은 날 퀄컴도 “화웨이에 대한 수출 허가 중 하나가 취소됐다”고 밝혔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해당 발표 이후로도 퀄컴의 주가가 이렇다 할 하락세를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시장에서는 화웨이의 5G 전환 기조가 퀄컴의 주가 하락을 방어했다는 평이 흘러나온다. 현재 퀄컴이 화웨이에 수출하는 제품은 구세대 4G 이동통신 모뎀이다. 화웨이가 5G 전환을 마무리할 경우, 이전 세대인 퀄컴의 4G 모뎀 제품 수출은 자연스럽게 종료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실제 퀄컴은 이달 초 공시를 통해 “올해 이후에는 화웨이에 대한 칩 판매가 어려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추후 제재 강도 높아질 가능성↑
한편 시장에서는 추후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 기조가 한층 심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실제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은 8일(현지시간)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우리는 점점 더 AI 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들을 내놓을 것”이라며 “최첨단 반도체 기술들도 대중 수출 제한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발언했다. 추후 한층 강력한 수출 통제 전략을 채택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이다.
이에 일각에선 지난 1분기 모습을 드러낸 미국의 ‘화웨이 공급망 규제’ 전략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3월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이 화웨이와 협력 관계에 있는 중국 반도체 업체들을 추가 제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한 바 있다. 미국이 단순 자국 기업과 화웨이의 거래를 제한하는 것을 넘어, 화웨이 제품 생산을 좌우하는 반도체 공급망 전반에 압박을 가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한 것이다.
당시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든 행정부가 화웨이와 관련된 여러 중국 반도체 회사를 블랙리스트(수출 통제 명단)에 올리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며 “이러한 움직임은 중국의 AI, 반도체 야망을 차단하고 축소하려는 미국 캠페인의 또 다른 확대를 의미할 것”이라고 전했다. ‘블랙리스트’에 오를 수 있는 중국 업체로는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칭다오 시엔 △스웨이슈어 △선전 펀쑨 테크놀로지(PST) △시캐리어 △선전 펑진 하이테크 등이 지목됐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 반도체 업체들이 미국 기술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조치는 물론, 중국산 구형 반도체에 대한 수입 관세를 인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바이든 행정부가 언제 제재 결정을 내릴지는 불확실하다”며 “그 시기는 미·중 관계 상황에 달려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