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 ‘中 전기차 관세 100%’ 움직임에 中 맞불 대응 예고, 극단으로 치닫는 美中 무역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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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행정부, 14일 中 친환경 제품에 관세 조치 결정
中 전기차에 태양광·이차전지·의료기기까지 포함될 듯
中 "터무니 없는 과잉생산 주장으로 탄압, 보복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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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중국 기업들의 과잉생산과 저가 공세에 대응해 관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 중국산 전기차에 관세 100%를 부과하고 반도체, 태양광, 이차전지 등에도 새로운 관세가 부과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중국은 근거 없는 논리로 탄압하고 있다며 보복을 예고해 무역 갈등 고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관세 조치 현실화하면 中 전기차 미국 진출 어려워져

13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오는 14일 중국산 전기차 등 친환경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조치 사항을 발표할 예정이다. 외신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막바지 조율 중이며 특히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현행 25%에서 100%로 4배 인상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관세를 큰 폭으로 인상해 사실상 중국산 전기차의 미국 진입을 막으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그동안 미국은 중국의 과잉생산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왔다. 중국이 자국의 전기차 제조업체들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해 저가 생산을 유도함으로써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공정 경쟁을 저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지난 2022년부터 바이든 행정부는 이른바 ‘슈퍼 301조’로 불리는 ‘통상법 301조’에 따라 중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총 3,000억 달러(약 407조원) 규모의 관세에 대해 재검토해 왔다. 이어 지난 2월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나서 중국산 커넥티드카에 기술 유출의 우려가 있다며 조사를 지시했고,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도 중국산 제품에 대한 수입 전면 금지 조치를 시사하며 압박하기도 했다.

미국의 100% 관세 조치가 현실화하면 사실상 중국산 전기차의 미국 진출은 어려워진다. 추가되는 관세의 상당 부분이 판매 가격에 반영되면서 가격 경쟁력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번 조치를 통해 중국산 전기차와 함께 반도체, 태양광 장비, 이차전지 등에도 새로운 관세가 추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주사기 등 중국산 의료기기에 대해서도 관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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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美 관세 조치에 원재료 수출 제한 등으로 맞설 듯

이에 대해 중국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같은 날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사설을 통해 “중국 발전을 탄압하고 저해하려는 미국의 숨은 동기가 드러났다”며 “친환경 제품의 과잉생산이라는 비논리적이고 근거 없는 비방은 바이든 행정부가 오랫동안 구상한 보호무역주의 조치의 디딤돌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전기차, 태양광, 이차전지 등을 공급함으로써 전 세계의 녹색 전환에 기여하고 있다”며 “그동안 중국은 미국의 도발에 절제된 자세를 유지해 왔지만 미국의 완고한 보호무역주의 조치로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반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동안 중국은 반도체 등 미국 정부의 수출 통제 조치가 이뤄질 때마다 원재료 수출 제한 등을 통해 맞대응해 왔다. 이 때문에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가 실제로 이뤄질 경우 중국 측의 보복 조치로 글로벌 공급망이 다시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중국에 대해 광범위하게 관세를 부과하면서 중국과의 관세 전쟁이 촉발됐다”며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인 두 나라 사이의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이번 조치가 중국의 보복을 불러올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 내에서는 관세 부과 일변도의 정책이 오히려 자국의 산업을 위축시킬 수도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블룸버그는 칼럼에서 “미국 자동차 업체들은 마치 라이벌과 경쟁 없이 덩치를 키우는 외딴섬의 새들처럼 점차 날 수 있는 능력을 잃게 될 것”이라며 “더욱이 관세 부과 조치는 저렴하고 혁신적인 자동차를 구입하고 싶어 하는 소비자의 선택을 제한해 손해를 보게 한다”고 꼬집었다.

中 전기차 업계, 내수시장 침체에 글로벌 시장 공략

새로운 대중국 관세 조치의 배경에는 중국 전기차의 저가 공세가 있다. 올해 들어 중국산 전기차 업체들은 10만 위안(1,855만원) 이하의 전기차를 잇달아 출시하는 등 본격적인 가격 인하에 나서고 있다. 지난 2월 19일 중국 상하이자동차(SAIC)와 미국 제너럴모터스(GM), 우링모터스 등 3개 회사가 합작한 ‘상하이지엠우링’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전기차 세단의 가격을 10만5,800위안(1,963만원)에서 9만9,800위안(약 1,851만원)으로 인하하기로 했다. 같은 날 전기차 회사 호존도 전기차 SUV의 가격을 12만1,800위안(약 2,261만원)에서 9만9,800위안으로 내렸고, 창안자동차도 전기차 SUV 가격을 8만5,900위안(약 1,594만원)에서 7만3,900위안(약 1,371만원)으로 인하한다고 밝혔다.

이번 가격 인하는 전날 중국 최대 전기차 회사 비야디(BYD)의 가격 인하에 대응한 조치다. 앞서 지난 2월 18일 비야디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모델인 ‘친 플러스’의 가격을 7만9,800위안(1,480만원)으로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기존 10만5,800위안에서 무려 24.5%나 낮춘 가격이다. 비야디는 이에 대해 “규모의 경제 효과와 수직 계열화에 힘입어 비야디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전기차를 동급 내연차보다 싸게 만들 수 있다”며 “전기차를 넘어 내연기관차의 수요를 뺏어오는 데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폴크스바겐 라비다, 도요타 코롤라 등이 주도하고 있는 9만~15만 위안 대 소형 가솔린 차량의 수요를 뺏어오겠다는 취지다.

중국 전기차 업계의 가격 경쟁은 내수 시장의 둔화에서 기인한다. 매년 100% 이상 성장하던 중국의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 37.5% 성장하는 데 그쳤고 올해는 20%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예상보다 빠르게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중국 전기차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비야디를 위시한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들은 세계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대폭적인 정부 보조금을 받은 대가로 저렴하게 판매할 수밖에 없는 내수시장에서 확보하지 못한 이익을 글로벌 시장에서 챙기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중국 자동차 회사들은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세계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데 성공했다. 비야디는 지난해 4분기 전기차 52만 대를 팔아 48만 대를 판매한 미국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1위 전기차 회사가 됐다. 여기에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아시아 시장 진출도 서두르고 있다. 일례로 전통적으로 일본 자동차가 강세를 보였던 태국 등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최근 중국산 전기차의 점유율을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마크라인스에 따르면 지난해 태국에서 비야디의 소매 판매 점유율은 3.9%로 전년 대비 소폭 상승했다. 비야디는 올해 3분기 중 한국에도 전기 승용차를 출시할 예정이다.

美 태양광 업계도 中 ‘저가 공세’로 투자 위축 이어져

태양광 분야의 저가 공세도 양국 간 관세 전쟁을 격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달 24일(현지시각) 코발트에너지, 퍼스트솔라 등 미국 태양광 회사 7곳은 중국·베트남·캄보디아·태국·말레이시아 등에서 수입하는 태양광 제품에 대해 반덤핑 조사를 개시해 관세를 부과해 달라는 청원서를 이날 미 상무부와 국제무역위원회에 제출했다. 현재 미국 정부는 수입 태양광 패널에 14.25% 관세율을 부과하고 있는데 태양광 발전 확대를 위해 양면형 태양광 패널에는 관세를 면제하고 있다. 이에 미국 태양광 업계는 해당 관세를 최소 70.4%, 최고 271.5%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 회사는 청원서를 통해 “중국이 자국 경제와 안보를 위해 미국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며 “중국 태양광 제조사들이 자국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이 힘입어 생산 원가도 안 되는 저가로 태양광 제품을 과잉 공급하면서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IRA(인플레이션감축법)를 통해 확보했던 수십억 달러 규모의 태양광 산업 투자도 위험에 처해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기업이 관세를 줄이기 위해 베트남·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를 거쳐 제품을 우회 수출하고 있는 것도 업계 불만이다.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글로벌 태양광 패널 거래가격은 1장당 평균 약 11센트(약 151원)까지 떨어졌다. 중국산 저가 제품이 범람해 제품 가격이 하락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되자 미국 태양광 업계의 투자도 위축되고 있다. 실제로 수익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미션솔라에너지, 에넬 등 미국 태양광 제조사들은 연이어 생산 설비 확충 계획을 중단하거나 보류하고 있다. 미 무역대표부(USTR)도 최근 하원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중국의 불공정한 정책과 관행이 미국 전역의 많은 노동 공동체와 산업을 황폐화했다”면서 피해업종으로 태양광 산업을 꼽았다.

미국 정부가 태양광 업계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미·중 무역 분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 상무부 등이 관세 인상을 위한 반덤핑 조사를 하는 데 1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닝가오닝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기업인자문위원회(ABAC) 중국 대표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이 인터뷰에서 “인류 이익을 위해 미·중이 전기 자동차와 태양광 패널·배터리 등 신에너지 제품 관세를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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