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이 채찍에 기지개 켜는 아르헨티나 경제, 국민들은 “이러다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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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이 대통령, 좌파 포퓰리즘 굴레 끊어내는 데 총력
강력한 긴축으로 치솟는 빈곤율, 경제는 '안정 국면'
엇갈리는 시장 전망, 관건은 정책 지속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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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ixabay

지난해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 당선 이후 ‘좌파 포퓰리즘’의 굴레를 끊어낸 아르헨티나가 성장 진통을 겪고 있다. 급격한 긴축 기조가 낳은 경제 충격으로 인해 빈곤율이 60%까지 뛰어오른 것이다. 다만 국가 재정은 고질적인 인플레이션이 일부 완화되며 점차 안정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밀레이 긴축’이 낳은 빈곤

12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밀레이가 취임하면서 약속한 ‘자유 시장 개혁’이 당장은 아르헨티나에 깊은 경제적 고통을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르헨티나 가톨릭대에 따르면 현재 아르헨티나의 빈곤율은 약 60%로, 지난해 12월 44% 대비 5개월여 만에 16%p 급등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공무원이 지나치게 많다”며 공공 부문 일자리 감축을 추진했고, 현재까지 수천 개에 달하는 공공 일자리를 없앴다. 정부가 진행 중이던 인프라 구축 등 공사의 약 90%가 중단되며 건설 부문의 고용이 대폭 위축되기도 했다. 궁핍해진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당장 식비를 절감하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WSJ는 아르헨티나의 소고기 소비가 수십 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아르헨티나 경제가 긴축 정책을 통해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을 내놓고 있다. 치솟는 빈곤율은 경제 체질 개선에 동반되는 일종의 ‘성장통’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밀레이 행정부는 올해 1분기에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는 무분별한 화폐 발행을 중단했고, 이를 통해 16년 만의 재정 흑자를 달성한 바 있다.

“경제 회복될 것” 낙관적 전망

시장 일각에서는 아르헨티나의 국제 금융시장 접근 제한 조치가 조만간 해제될 수 있다는 전망도 흘러나온다. 접근 제한은 전임 좌파 정권의 무분별한 화폐 발행으로 인해 발생한 일종의 ‘페널티’다. 아르헨티나 경제 관리들은 접근 제한 해제를 위해서는 150억 달러(약 20조원)의 지급준비금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는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이 최근 지급준비금 120억 달러(약 16조원)를 확충했다는 분석을 내놓은 상태다.

일부에선 추후 대규모 규제 완화, 물가 안정 등을 통해 아르헨티나 경제 전반이 활성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실제 국제통화기금(IMF)은 밀레이 대통령 세력이 “(외환) 보유고를 다시 구축하고, 물가관리의 실책을 수정하고, 중앙은행의 재정 균형을 강화하며, 규칙 기반의 시장 지향적 경제를 창출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의 ‘충격 요법’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드러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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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우파 인사들도 아르헨티나의 변화에 낙관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특히 밀레이 대통령이 최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내놓은 ‘통제 없는 자본주의만이 빈곤을 줄일 유일한 모델’이라는 취지의 연설은 우파 인사들 사이에서 적잖은 주목을 받았다. 해당 연설에 대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소셜미디어에 “무엇이 나라에 많이 또는 적게 번영을 가져오는지에 대한 훌륭한 설명”이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역시 “(밀레이 대통령이) 아르헨티나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고 있다”며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곳곳에서는 반대 목소리도

관건은 긴축 정책의 지속 가능성이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아르헨티나의 재정 흑자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경기 부양을 위한 추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현재 아르헨티나 의회가 ‘여소야대’ 상황이라는 점이다. 실제 밀레이 대통령은 660개 조항으로 구성된 ‘옴니버스 법안’ 개혁안을 제시했지만, 의회의 반대로 이를 대폭 축소했다. 현재 밀레이 대통령은 국영기업 민영화, 노동규제 완화, 소득세 복원 등 약 230개 조항으로 줄어든 개혁법안을 의회에 제출하고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노동계가 밀레이 정부의 강경책에 반기를 들고 있다는 점 역시 걸림돌이다. 올해 초 전국노동자총연맹(CGT), 아르헨티나자치노동자연맹(CTA-A), 아르헨티나노동자연맹(CTA-T) 등 3개 단체는 12시간 동안 한시 총파업을 단행, 밀레이 대통령의 긴축 정책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이들은 밀레이 대통령이 “노동자와 중산층에게 일방적으로 고통을 떠넘기고 있다”며 “사회적 대화를 통해 지속 가능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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