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모아카드 전후 민원 폭증한 신한카드, 민원 건수 1위에 일각선 ‘제재’ 의견도
1분기 민원 건수 366건 기록한 신한카드, 7개 카드사 중 최다 민원
더모아카드 사태 이후 민원 늘었다지만, 이전에도 민원 1위는 신한카드
일각선 제재 필요성 의견도, 민원 증가세 장기화에 시장 내 신뢰도 추락 가시화
금융감독원이 직접 평가하는 7개 카드사 중 올 1분기 민원 건수가 가장 많은 카드사는 신한카드로 파악됐다. 지난해 초 취임 당시 고객 중심의 디지털 경영을 발표하며 포부를 밝힌 문동권 신한카드 대표의 발언이 무색한 수준의 결과다. 이후 민원의 상당수가 더모아카드·분할결제 논란에 쏠려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업계 내 동정론이 불거지기도 했으나, 일각에선 대다수 비판적인 시선이 포착된다. 더욱이 신한카드는 더모아카드 사태 이전부터 민원 건수 최다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었던 만큼 금융당국 차원의 제재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준을 신설해 무리한 영업을 타파하고 소비 경험을 제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민원 건수 1위 신한카드, 왜?
13일 여신금융협회 공시정보포털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올 1분기 기준 자체민원과 대외민원을 합쳐 366건의 민원이 접수됐다. 금감원이 직접 평가하는 7개 카드사 중 최다 민원 수다. 신한카드는 민원 건수가 직전 분기 322건 대비 44건(13.7%) 늘어나 건수 기준 2위인 KB국민카드(145건)를 200건 이상 큰 격차로 따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 고객 10만 명당 민원 건수인 환산건수도 신한카드가 회원 10만 명당 1.66명으로 7개 카드사 중 1위로 조사됐다. 2위와 3위는 현대카드(1.08건), 롯데카드(1.07건)였는데, 역시 1위와 2위 사이 격차가 컸다. 지난해 문 대표가 “소비자 보호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 전사적인 고객 경험(CX) 혁신에 나서겠다”며 포부를 밝힌 것이 무색할 정도다.
민원 건수 증가세에 대해 신한카드 관계자는 “고객 수가 많아 비율적으로 많은 것으로 본다. 민원 예방 모니터링 등을 통해 고객의 불편 사항을 미리 해소하고 있다”며 “민원에 대해 정책 반영 등 고객과 적극적인 소통으로 민원 감축 노력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고객 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탓에 어쩔 수 없다는 설명인데, 막상 지난해 고객 수가 증가한 현대카드는 오히려 민원 건수가 466건으로 2022년 518건 대비 10% 줄면서 신한카드의 민원 건수 폭증 사태와 대조를 보였다. 롯데카드 또한 지난해 총 민원 건수가 전년 대비 20.1%, 비씨카드는 16.1% 각각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고객 수가 많아 민원 건수도 많아졌단 설명엔 어폐가 있는 셈이다.
더모아카드 ‘쪼개기 결제’ 제한이 민원 폭증 원인
업계에선 더모아카드 및 분할결제를 둘러싼 논란이 신한카드 민원 건수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모아카드는 5,000원 이상 결제하면 1,000원 미만 금액을 포인트로 적립해 주는 카드다. 쉽게 포인트를 쌓을 수 있어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지만, 쪼개기 결제로 포인트를 무제한 적립하는 편법이 이어지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5,999원을 결제하면 999원을 포인트로 적립해 주는 구조 탓에 5,999원씩 쪼개기 결제를 통해 포인트를 대거 환급받는 이들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쪼개기 결제 편법으로 1,000억원 이상의 손실을 본 신한카드는 결국 지난해 6월 통신·도시가스 요금 결제 시 동일 가맹점에서 카드를 여러 장 사용하는 분할결제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1매의 매출전표로 처리해야 할 거래를 2매 이상의 매출전표로 처리해서는 안 된다’는 신용카드 가맹점 표준약관이 근거였다.
그러나 통신·도시가스 요금이 ‘1매의 매출전표로 처리해야 할 거래’에 해당하는지가 명확하지 않아 논란이 불거졌다. 약관 해석이 명백하지 않을 경우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는 데다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서비스를 제한하는 건 부당하다는 반발이 거세진 것이다.
이에 신한카드는 별다른 소득 없이 결정을 번복, 포인트 적립 한도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약관 변경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금융당국도 더모아카드 약관 변경을 수리하면서 상품권·유가증권 등 본래 포인트 적립이 불가능한 상품을 구매하거나 물품 대금으로 보기 어려운 5,999원 거래를 반복하는 경우 등에 대해 기적립 포인트를 회수 조치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산적해 있다. 정확히 어떤 가맹점에서의 어떤 결제 건이 포인트 회수 대상이 될지 명확하지 않은 탓이다. 결과적으로 신한카드는 더모아카드·분할결제 출시 원죄 아래 민원 건수 최다 업체의 오명을 쓰게 됐다는 게 업계의 시선이다.
2019년에도 민원 건수 ‘최다’, 일각선 “선 넘었다” 의견도
다만 일각에선 동정의 여지가 없다는 비판도 적잖이 나온다. 더모아카드 사태 이전부터도 고객 민원 건수 최다 업체는 신한카드의 차지였기 때문이다. 실제 여신금융협회가 공시한 ‘2019 3분기 신용카드 민원 건수’에 따르면 당시 7개 전업 카드사 고객민원 1,361건 중 406건이 신한카드 민원이었는데, 이는 지난 분기 대비 43.5% 급증한 수준이다. 고객 10만 명당 민원 환산건수 1위 역시 신한카드(1.85건)가 차지했다.
더모아카드 사태를 차치하더라도 신한카드의 민원 건수 증가율은 선을 넘었다는 의견도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2022년 1분기 카드사 7곳의 민원 건수는 1,455건으로 직전 분기 1,257건 대비 3.3% 소폭 증가한 정도에 그쳤다. 반면 동기간 신한카드의 환산건수는 2.13건으로 전 분기 1.67건 대비 무려 28.1% 급증했다. 전업 카드사 중 유일한 두 자릿수대 증가 폭을 기록한 것이다. 당시 2위인 롯데카드의 전 분기 대비 환산건수가 오히려 6.3% 줄었음을 고려하면 신한카드의 민원 증가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해 2분기에도 신한카드의 민원 증가세는 여전했다. 당시 7개 카드사 전체 민원 건수는 2,368건으로 전 분기(1,562건) 대비 51.6% 증가했는데, 증가 폭이 가장 큰 건 역시 신한카드였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2023년 2분기 신한카드의 민원 증가율은 249.2%(392건→1,369건)에 달했다. 이 시기 더모아카드 사태가 본격화한 영향이 컸던 건 사실이나, 민원 건수가 꾸준히 증가세를 보여 온 데 더모아카드 탓만 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 팽배하다.
이렇다 보니 시장 일각에선 당국 차원에서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무리한 영업과 방만 경영을 이어가면서 소비 경험을 위축시킨 것은 신한카드의 책임이 크며 지금이라도 이를 타파하고 기준을 신설해 업계 정상화를 이뤄내야 한다는 논리다. 민원 건수 증가세가 거듭 이어지면서 시장 내 신뢰도 추락이 점차 가시화하기 시작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