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야후 탈취 논란에 경제 안보 내건 일본, 진짜 속내는 ‘AI 역량 강화·네이버 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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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야후의 네이버 지우기 본격화, 경제 안보 기조 아래 '인프라 지키기' 나섰나
진짜 목적은 AI? "자국 AI 영토 확보 위해 네이버 견제한 것일 수도"
라인 사태는 일본판 '틱톡 강제 매각'? 우방국 일본과의 외교관계 향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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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메신저 ‘라인(LINE)’ 운영사 라인야후가 네이버 지우기를 본격화하면서 국내에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지만, 일본 내부에선 어쩔 수 없는 수순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일본에서 라인은 단순히 문자를 주고받는 메신저가 아니라 쇼핑·금융·오락 등을 할 수 있는 핵심 생활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상태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자국 AI 역량 강화를 위한 네이버 견제가 주목적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역량이 풍부한 네이버와의 경쟁에 돌입하기 위해 자국 기업에서 네이버를 도려낸 것이란 분석이다.

일본 전반에 발 뻗친 라인, 네이버 지우기 원인은 ‘안보 우려’?

라인은 2011년 당시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NHN 재팬이 개발한 메신저로, 당해 3월 동일본 대지진 발생 때 기지국 파괴로 통신이 먹통이 되는 일을 겪은 후 이해진 당시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재난 상황에서도 연락할 수 있도록 개발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단순히 메시지를 주고받는 메신저에서 출발한 라인은 영상통화와 이모티콘, 게임 등 각종 기능을 추가하면서 출시 2년 만에 4,000만 명 가까운 이용자를 모았다.

현재 라인은 일본 국민 10명 중 8명이 사용하는 국민 메신저로 자리 잡았다. 일본 국민들은 라인을 활용해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편의점에서 물건값을 결제할 뿐 아니라 공과금을 납부하고 뉴스를 확인하며, 쇼핑과 비대면 진료를 하는 등 일상과 관련된 대부분의 서비스를 이용한다. 결제와 송금 등이 결합된 금융 허브의 역할도 라인이 수행 중이다. 사실상 라인이 일본 내 생활 인프라로써의 입지를 확고히 한 셈이다.

다만 일본 내 영향력 확대가 꼭 긍정적으로 작용한 건 아니었다. 라인의 인프라로써의 입지가 커져갈수록 라인 속 해외 기업의 지분이 눈엣가시로 부각되기 시작한 것이다. 앞서 일본 총무성은 라인야후에 ‘자본 관계 재검토’ 행정지도 처분을 내리며 은연중 라인야후의 경영을 일본 기업 단독으로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에 일본 정부 측은 지난해 11월 네이버 클라우드를 통해 라인 이용자 개인정보가 유출된 데 따른 행정지도라는 입장이지만, 기시다 후미오 내각이 경제 안보를 중시하는 성격을 거듭 표출한 바 있음을 고려하면 개인정보 유출 피해는 표면적 이유에 지나지 않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라인에 대한 네이버 지우기 행태에 국내에서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는 것과 달리, 일본 내부적으론 호응하는 목소리가 크다. 라인이 일본인의 생활 중심에 자리 잡은 주요 인프라로 입지를 넓힌 탓에 국내 주요 인프라는 국내 기업이 운영해야 한다는 시선이 확산한 것이다. 정치권의 입장도 확고하다. 실제 집권 자민당 일부 의원들이 라인야후에 대해 “명실공히 일본 인프라가 아니면 안 된다”며 엄정한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는 보도가 아시히신문을 통해 나온 바 있으며, 아마리 아키라 자민당 경제안보추진본부장은 “플랫폼 사업자는 사기업인 동시에 공공재”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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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역량 강화하는 일본, “라인 사태 목적 ‘네이버 견제’일 수도”

이런 가운데 국내 일각에선 일본 정부의 네이버 지우기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미 5년 전 지배력을 넘긴 상황에서 네이버 측 지분 인수가 큰 의미가 있냐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9년 11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라인-야후재팬 합병을 합의한 뒤 경영권은 이미 일본 측에 넘어갔다. 그러다 2021년 3월 라인야후 합병회사를 지배하는 합작사(JV) A홀딩스가 출범하면서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지분 절반씩을 보유하는 현 지배구조가 마련됐고, 이후 라인야후는 네이버에 관계회사로, 소프트뱅크에 연결 자회사로 이름을 올렸다. 당시부터 라인야후는 이사회 과반을 일본인으로 구성하고 핵심 서비스 정관부터 관리·운영 절차 모두 일본 법률을 따르는 등 사실상 일본 기업이었단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일본 정부와 소프트뱅크가 네이버 잔여지분을 인수했을 때 실익이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미 경영권을 쥐고 있으니 일본 정부의 경영권 탈취 시도로 보기에도 애매하다는 시선에서다. 합병에 대한 양사 계약서에 ‘소프트뱅크가 완전 희석 기준으로 JV(A홀딩스) 의결권을 50% 이상 보유할 시 연결 재무제표에 포함하는 데 양자가 동의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단 점도 의구심에 무게를 더한다. 경영권에만 초점을 맞추면 50%를 초과하는 지분 취득은 불필요한 지출에 불과한 셈이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업계에선 일본 정부가 노리는 건 단순한 경영권 탈취가 아닌 네이버에 대한 ‘견제’에 있다는 견해에 힘이 실리고 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최근 일본 정부와 소프트뱅크는 자국 AI 역량 확보를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AI 패권 경쟁은 크게 자본력과 기술력, 정보력을 기반으로 펼쳐지는데, 특히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건 학습을 위한 방대한 데이터다. 그런데 라인야후가 현재 지배구조를 그대로 가져가면 라인야후가 보유한 일본과 동남아 시장 사회관계망·모빌리티·결제 정보 접근권을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반씩 나눠 갖게 된다.

결국 일본 입장에선 동북아 지역에서 출발해 자체 AI 칩 설계까지 나아갈 정도로 역량이 풍부한 네이버와의 경쟁에 돌입하기 위해 자국 기업에서 네이버를 도려내는 작업이 필수적이었단 의미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도 “AI 산업 자체는 민간 중심으로 커지고 있는데 아직은 국가 간 협력 모델도 없고 미국 외 국가들은 자국 기업부터 지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일본이 과거 메신저, SNS 시장에서 해외 빅테크에 영토를 내준 상황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복안이라면 지금 자본 재검토 요청이 어느 정도 설명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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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 강제 매각과 닮은꼴, 미중갈등-한일갈등 동일 선상 올랐나

한편 시장 일각에선 일본의 라인야후 사태를 두고 미국의 틱톡 강제 매각 건과 다를 바 없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치적 이해관계와 안보 문제 등이 결부되면서 사기업이 압박받고 있다는 점이 사실상 동일하다는 시선이다. 앞서 미 의회는 틱톡의 미국 사업을 270일 안에 매각하게 하는 법안을 초당적 합의로 통과시킨 바 있다.

틱톡이 중국 공산당의 선전 도구이자 미국인의 개인정보 탈취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안보 우려에서다. 해당 법안에 따르면 대통령 권한으로 매각 기한을 90일 연장 할 수는 있지만 이후에도 매각되지 않으면 미국 내 각종 앱장터에서 틱톡이 전부 사라지게 된다. 기존 틱톡 이용자들은 기기에 다운로드 받은 틱톡을 계속해서 사용할 수는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보안 업데이트 등이 누락되며 결국은 사용이 어렵게 된다.

라인야후 사태가 틱톡 강제 매각 건과 엮이는 현실은 한국 입장에서 다소 충격적인 사안이다. 틱톡 사태는 견원지간인 양국의 갈등이 폭발적으로 발산한 결과 정도로 해석할 여지가 있지만, 한국과 일본은 기본적으로 우방국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미국과 함께 중국의 팽창에 대응하기 위해 한일 관계 개선에 공을 들여왔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일본이 한국 기업을 타깃으로 정보 유출 우려를 제기하며 미중갈등과 같은 선상에 올려진 건 심각한 외교 문제라는 지적이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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