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혼 중개업 이용자 절반은 대졸, 학력·소득 수준 확 높아졌다
여성가족부, 결혼중개업체 실태조사 발표
9년 전엔 고졸이하가 70%, 지금은 대졸자가 절반 상회
국제결혼 덕에 혼인건수도 늘었다, 10명 중 1쌍 '국결'
최근 들어 국제결혼의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적지 않은 소득을 올리는 한국 남성이 외국에서 대졸 30대 여성 배우자를 찾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사만 짓던 늦깎이 총각이 10대 후반~20대 초반의 외국 여성을 만난다는 통념과는 사뭇 다른 추세다.
‘농촌 총각’들만 국제결혼? 대졸 직장인 대폭 증가
23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3년 결혼중개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용자(남성) 연령은 매달 월급을 받는 임금근로자(70.5%)가 대다수를 차지했다. 월평균 소득이 400만원 이상이라고 답한 사람이 34.8%로 가장 많았고 300만~399만원(29.1%), 200만~299만원(28.9%)이 뒤를 이었다. 월평균 소득이 300만원 이상인 이용자는 2014년 조사 이후 계속 증가하는 반면, 199만원 이하는 감소하는 추세다.
최종 학력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9년 전에는 결혼중개업체를 이용한 사람 10명 중 7명이 고등학교 이하 학력이었던 반면, 이번 조사에서는 대학교 이상 학력이 50.6%를 차지했다. 만혼 트렌드 및 재혼 등의 영향으로 남성 연령은 40대가 55.7%, 50세 이상이 30.8%로 나타났다. 2014년 조사에서 50세 이상은 14.9%에 불과했으나 9년 만에 배로 늘어난 것이다.
안정적인 소득을 가진 고학력자들이 국제결혼 시장으로 진입하면서 외국인 배우자 학력과 연령에도 눈에 띄는 차이가 생겼다. 2014년 외국인 배우자 중 대학교 이상 학력을 가진 사람은 12%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이 비율이 26%로 높아졌다. 외국인 배우자 연령대는 20대(60.6%)가 여전히 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나, 그 숫자는 2017년 조사 이후 감소하는 추세다. 반면 30대 이상(39.4%)은 2014년 조사(22.2%) 때보다 17.2%포인트 증가했다. 외국인 배우자 출신국은 베트남이 80%로 2위인 캄보디아(11.9%)와 6배 이상 차이가 벌어졌다. 베트남 사람들은 한국인과 외모가 유사하고, 유교 문화가 다소 남아 있어 한국 이용자들이 베트남 배우자를 선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속전속결식 결혼 행태는 여전, 평균 기간 9일
다만 ‘속전속결식 결혼’은 여전했다. 여가부에 따르면 ‘현지 맞선 이후 결혼식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9.3일이었다. 맞선 이후 결혼식까지 ‘2~3일’ 걸렸다는 답변도 10명 중 2명(18.6%)으로 조사됐다. 2017년(4.4일)과 2020년(5.7일) 조사 때보다 맞선에서 결혼식에 이르는 평균 기간은 길어졌지만, 여전히 속성 만남이 주를 이룬 것으로 보인다. 여가부는 현지 만남 전 화상 맞선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대화를 나누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했다.
만난 지 열흘도 안 돼 결혼을 결정한 사례가 많았지만 이용자의 절반 이상은 충분한 시간을 가졌다고 답했다. ‘충분한 시간 동안 1명과만 1대1 만남’으로 현지 맞선이 이뤄졌다고 답한 이들의 비율은 56.6%였다. 여가부 관계자는 “소통의 시간을 원하는 만큼 충분히 가졌는지,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할 만큼 했는지 묻는 말에 대한 답변”이라고 설명했다. 단 ‘짧은 시간 동안 여러 명과 1대1 만남’(31.4%)을 진행한 사례 또한 여전히 적지 않았다.
맞선부터 한국 입국까지 걸린 기간은 채 10개월이 걸리지 않았다. 지난해 맞선부터 혼인신고까지는 평균 4.8개월이 소요됐다. 혼인신고에서 한국 입국까지는 다시 평균 4.3개월이 걸렸다. 맞선을 위해 방문 국가에서 체류한 기간은 13.1일로 조사됐다.
국제결혼 증가, 전체 혼인 건수 끌어올려
한편 국제결혼의 증가는 전체 혼인 건수를 끌어올리는 데 일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지난 3월 발표한 ‘2023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건수(혼인신고 기준)는 19만4,000건으로 추산됐다. 이는 전년보다 1.0%(2,000건) 늘어난 수치다. 혼인 건수가 전년과 비교해 증가한 해는 2011년(0.9%) 이후 최초다. 1996년 43만 건으로 정점을 찍은 혼인 건수는 1997년(38만9,000건) 30만 건대로 내려온 뒤 등락을 거듭하다 2016년 20만 건대에 진입했다. 2021년(19만3,000건)부터는 20만 건에도 못 미친 뒤 계속 이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이 중 국제결혼은 2만 건으로 전체 결혼의 10.2%를 차지했다. 외국인과의 혼인은 전년보다 18.3%(3,000건) 증가했다. 성별을 나눠 여자 외국인과의 혼인은 74.6%, 남자 외국인과의 혼인은 25.4%였다. 전체 혼인 증가 건수가 2,000건임을 따졌을 때 내국인 간 혼인은 지난해 1,000건 감소했다. 외국인 아내 국적은 베트남(33.5%), 중국(18.1%), 태국(13.7%) 순이었고 외국인 남편 국적은 미국(27.7%), 중국(18.4%), 베트남(15.8%) 순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