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세 올리겠다” 미중갈등 격화에 요동치는 주식시장, ‘대중 의존도’ 높은 한국 이대로 괜찮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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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관세전쟁 확산 양상, 국내 태양광 등 관련주 주가도 상승세
반사이익 얻는 데 집중하는 유럽, "대중 무역적자 줄이고 대미 흑자 늘렸다"
높아져만 가는 한국의 '중국 의존도', 2021 요소수 부족 사태 재현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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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간 관세전쟁이 유럽까지 확산할 조짐을 보이면서 관련주들의 주가가 요동치고 있다. 특히 중국발 공급 과잉에 시달리던 태양광 업체, 에너지저장장치(ESS) 관련 업체들의 상승세가 눈에 띈다.

이처럼 시장 변화가 눈에 띄게 나타나는 가운데 이를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건 유럽이다. 유럽연합(EU)은 대중 무역적자를 줄이면서도 친환경 기술을 앞세워 미국과의 무역에 집중, 유의미한 성과를 얻는 데 성공했다. 반면 한국은 대중 의존도가 높았던 탓에 미중 간 갈등이 격화하는 정세에 유연한 대처를 이루지 못했단 평가를 받는다. 사실상 고래 싸움에 낀 새우 꼴이 된 셈이다.

중국 관세 높인 미국, 관련주 주가도 덩달아 ‘널뛰기’

앞서 미국 정부는 지난 14일 중국의 불공정 무역에 대응해 관세율을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배터리 및 소재·부품(7.5%→ 25%), 전기차(25%→100%), 태양광 셀(25%→50%)을 비롯해 의료용품과 반도체 품목의 관세율을 크게 높인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EU에 중국산 저가 수출품에 대한 공동 대응을 촉구하기도 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지난 21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금융경영대학원 연설에서 “중국 산업 정책에 단합된 방식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세계 기업들의 생존이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는데, 사실상 태양광 패널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하는 EU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EU 집행위원회도 중국산 태양광 패널과 전기차에 대해 불공정 보조금 조사를 타진했다. 미국과 유럽이 중국산 수출품에 공동 대응을 구축한 셈이다.

정세가 바뀌면서 국내 관련주 주가도 덩달아 요동치는 모양새다. 실제 최근 1개월 사이 한화솔루션은 31.3%, OCI홀딩스는 7.1%가량 주가가 상승했다. ESS 관련주가 중국산 배터리 제재 수혜주로 떠오르면서 SK이터닉스는 한 달간 22.4%, 서진시스템은 31.4% 오르기도 했다. 현대자동차 역시 중국 전기차 제재 아래 어부지리를 얻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주가가 9.4% 뛰었다. HD현대에너지솔루션의 경우 24일 3만5,000원에 거래를 마치면서 2020년 9월 4일 이후 약 3년 8개월 만에 상한가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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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싸움에 반사이익 얻은 EU, 무역수지 개선하기도

유럽도 미국과 중국 양 고래 사이에서 역대급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중국에 대한 무역적자를 줄이는 동시에 미국에 대한 무역 흑자를 늘리면서 무역수지 개선을 이룬 것이다. 실제 EU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올 1분기 EU의 대중 무역적자는 625억 유로(약 92조원)로 2021년 2분기 이후 거의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8%, 전 분기 대비 10% 줄어든 수치로, 정점이었던 2022년 3분기 1,073억 유로(약 159조원)과 비교하면 무려 42% 감소한 수준이다.

미국과의 무역에서도 선전했다. EU의 1분기 대미 무역흑자는 436억 유로(약 64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27% 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이 다수의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고 친환경 에너지 관련 제조업체에 보조금을 제공하면서 유럽 수출 기업들이 탄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대중 무역 장벽은 앞으로도 EU에 장기적인 반사이익을 가져다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샌더 토르두아르 유럽개혁센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유럽산 (제품) 수입에 개방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한 미국이 중국에 대해 폐쇄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은 의심할 여지 없이 EU에 이익이 될 것”이라며 “EU는 녹색 기술 제조업과 수출에서 미국을 앞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세금 감면 혜택이 차량 임대 업체가 구입하는 수입 전기차까지 확대된 게 유럽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미국의 강력한 대중 제재에 EU의 판로가 확대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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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의존도 높은 한국은 “중국에 휘둘릴 수밖에”

우리나라 역시 대중 관세 인상으로 당분간 수출에서 이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문제는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특성상 장기적으로는 미중갈등 격화 양상이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여지가 크단 점이다. 한국의 대중 수입 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중국 공급망 의존도는 핵심 원자재 등을 중심으로 19%로 주요국(9%)의 두 배를 상회했다. 중국 의존도가 절반 이상인 수입 품목도 30%를 넘어섰고, 불화수소, 네온 등 주요 반도체 소재는 70%를 웃도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2021년 요소수 부족 사태 △2023년 갈륨·게르마늄·흑연 수출 금지 사태 등 중국발 자원 위기가 다시금 도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차후 중국의 보복 대응과 이로 인한 미중갈등 증폭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면 중국이 핵심 원료 수출을 통제하는 최후의 수단을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시선에서다. 실제 2023년 수출 금지 사태도 미국의 무역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이 수출 통제에 나서면서 시작됐다. 이 같은 사태가 다시 벌어지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판로가 막힌 중국산 제품이 한국에 몰리면서 시장이 교란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가장 우려되는 분야는 철강이다. 당초 중국 철강 업계는 대부분 자국 내에서 물량을 소화했으나, 최근 부동산 위기로 건설 수요가 위축되면서 수출을 늘리고 있다. 세계철강협회에 따르면 중국의 철강 수출 물량은 2020년 5,372만 톤에서 지난해 9,120만 톤으로 70%가량 증가했다. 올해 1분기에도 약 2,600만 톤의 철강이 중국에서 나올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이 중국산 철강에 관세를 기존 7.5%에서 25%로 3배 이상 늘리면서 미국 수출길은 사실상 막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이 한국에 밀어내기 수출을 확대할 개연성이 높아진 셈이다.

중국산 철강이 국내에 대량 보급되면 국내 업체는 휘청일 가능성이 높다. 중국산 철강은 국내 시중 가격 대비 낮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중국산 철강 공세 아래 올 1분기 영업이익이 급감했다. 더 큰 문제는 국내 업체가 미국에서 반사이익을 얻기도 어려운 구조라는 점이다. 한국은 지난 2018년부터 대미 철강 수출에 쿼터(공급 물량 제한)를 적용받고 있다. 이에 현재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 물량은 연 263만 톤으로 묶여 있다. EU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막대한 이익을 취하는 사이 한국은 새우 꼴을 면치 못하고 있단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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