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급 인재’에 수요 몰리는 AI 업계, 커리큘럼 부실한 한국 이대로 괜찮나
AI 인력 수요 급증, AI 키워드 채용 공고도 대폭 늘어
거품 꺼지며 '양극화' 수순, 업계 수요 몰리는 A급 인재들
하급 인재 양산에 집중하는 한국, "단발성 프로그램 한계 명확"
인공지능(AI)의 활용 범위가 확장하면서 AI 인재 수요도 부쩍 늘었다. 빅테크의 중심 미국에선 비AI 개발자를 내보내고 AI 개발자를 들이는 현상이 확산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선 AI 훈풍도 꺼져가는 모양새다. 양극화가 심화하면서다. 결국 AI 산업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A급 인재를 육성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업계를 중심으로 쏟아진다.
챗GPT 이래 AI 확산, AI 일자리도↑
2022년 11월 챗GPT의 등장으로 AI가 전 산업군으로 침투하기 시작하면서 기업들이 앞다퉈 AI 인재를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실제 채용 플랫폼 사람인과 개발자 플랫폼 점핏에 따르면 지난해 ‘챗봇’, ‘알고리즘’, ‘딥러닝’ 등 AI 연관 키워드가 포함된 채용 공고는 전년 대비 각각 23.7%, 23.0%, 5.2% 늘었다. 특히 두뇌의 뉴런 구조를 본떠 데이터를 처리하는 기술을 뜻하는 ‘신경망’ 키워드 공고는 무려 117.9%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AI 관련 일자리는 중장기적으로 거듭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AI가 적용되는 분야가 점차 넓어지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AI 인력의 몸값도 덩달아 치솟고 있다. 이에 빅테크 기업들이 즐비한 미국에선 ‘사람을 구하기 위해 사람을 자르는’ 사태가 일반화되기까지 한다. 미국 고용정보 사이트 레이오프에 따르면 지난 1일(현지 시각) 기준 정리해고를 단행한 미국 기술기업은 총 186곳으로 지난 1월부터 총 4만9,386명이 해고됐다. 이에 대해 다니엘 금 컬럼비아 비즈니스스쿨 교수는 “AI와 관련 없는 개발자들을 내보내고, AI 전문성을 갖춘 새로운 인재를 채용하며 우선순위를 재설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극화도 심화 양상, A급 인재에 수요 집중
다만 최근 들어선 업계 내 다소 부정적인 기류도 흐른다. 지난해 상반기 IT 업계가 침체기를 맞으면서 AI 인력 채용이 위축하는 모습을 직접 목도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 IT 업계 관계자는 “한국에는 순수 AI 모델 개발을 하는 기업이 많지 않다”며 “이미 나와 있는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나 미국 오픈AI 등의 거대 모델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서 오히려 순수한 연구·개발(R&D)을 생각하는 인재들은 갈 곳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고용시장에서 양극화가 극심해졌다는 시선도 있다. 우선 인력 채용 규모 자체부터 줄었다. 미국 컴퓨팅기술산업협회(CompTIA)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월평균 약 30만8,000건에 달했던 신규 기술직 채용 공고는 지난 4월 기준 18만 건으로 절반 수준까지 급감했다.
AI와 머신러닝(기계학습) 분야 채용 비율의 경우 지난해 1월 9.5%에서 4월 11.5%로 늘었으나 여전히 전체 미국 기술직 일자리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현저히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생성형 AI 관련 지식이나 대규모언어모델(LLM) 프로젝트 경험이 있는 특정 유형의 1급 AI 인재에 대한 수요는 여전하지만 정작 이 같은 기술을 가진 직원은 충분하지 않다”며 “지난 몇 년간 해고된 수천 명의 다른 직원들은 AI 교육 과정을 수강하고 이력서에 ‘AI’ 유행어를 추가하며 점점 혼잡해지는 고용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고 전했다. A급 인재에 수요가 집중되는 업계에서 하급 인력 규모만 팽창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양극화가 극심해졌다는 설명이다.
시장 흐름에 역행하는 정부, “인재 육성 전략 재고해 봐야”
문제는 우리 정부가 이 같은 시장 흐름에 역행하는 정책을 거듭 내놓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A급 인재 육성 커리큘럼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현재 정부의 주안점은 A급 인재 육성보단 하급 인재 양산에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 현 정부의 AI 육성 정책은 단기·초단기 역량 향상 프로그램의 반복 편성이 주를 이루고 있다. 원티드랩의 주니어 개발자 대상 직무 역량 향상 초단기 프로그램 ‘프리온보딩 AI 챌린지’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프리온보딩 AI 챌린지는 ‘현직자가 도와주는 AI 직군 면접전략’을 주제로 네이버, 하이퍼커넥트 등 국내 기업에서 근무 중인 AI 개발자를 참여시켜 커리큘럼을 구성했다.
다양한 직군에서 업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생성형 AI 등 세분화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겠단 취지지만, 업계에선 단발성 프로그램은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서너 개의 딥러닝 모델 사용에 익숙해도 기초 지식이 부족해 응용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게 공통적인 지적 사항이다.
2025년부터 학교 교육과정에 AI 교육을 도입하겠단 정부의 청사진에도 의문이 나온다. 실질적인 의미가 없을 거란 것이다. 이처럼 현장의 반응이 냉담한 건, 앞선 소프트웨어 교육 의무화 실패의 영향이 크다. 소프트웨어 교육의 경우 학교에서 기대만큼의 심도 있는 교육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현장의 실망감만 키웠다.
오히려 깊이 있는 수업을 받기 위해 사교육 부담이 늘어나는 악순환을 낳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코딩 교육 대비 인프라가 협소한 AI 교육을 교육과정에 도입할 경우 ‘인재 육성’이라는 기존 취지가 퇴색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글로벌 경쟁력 갖춘 인재의 육성 전략을 정부 차원에서 재고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