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커 공백에 업계 1위 ‘롯데면세점’까지 비상경영 돌입, 희망퇴직 검토
중국 단체관광객 부재 직격탄
'희망퇴직 및 매장축소' 등 검토
비용 절감 위해 마케팅 비용도 조정
롯데면세점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다. 이른바 ‘싼커’라 불리는 개별 여행객은 늘었지만, 큰 손으로 통하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 ‘유커’가 돌아오지 않으면서 장기간 부진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사업 전략을 새로 짜면서 위기를 극복해 나가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롯데면세점, 6월 비상경영체제 가동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내달 중으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 희망퇴직과 영업점 면적 축소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조정과 함께 조직 축소를 통한 운영 효율화, 영업점포 면적 축소를 통한 매장 체질 개선, 마케팅 비용 및 송객수수료 조정을 통한 비용 절감 등이 함께 검토되고 있다.
시장 상황을 반영해 전략적 선택과 집중을 통한 시장 주도권 선점에도 나선다. 국내는 서울 시내, 온라인면세점에 집중하고, 해외는 오세아니아, 베트남 중심으로 육성하는 방식이다. 장기적으로는 국내외 저효율 사업장을 정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으나 이는 특허권 반납 이슈가 있어 현실적으로 가능성은 낮은 걸로 전망된다.
조직 개편도 단행한다. 안 되는 사업장은 과감히 축소하거나 없애고 잘 되는 사업장 위주로 자원을 몰아주기로 했다. 업계에선 부산 제주 등의 시내 면세점이 구조조정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들 지점은 중국인 보따리상(따이궁)과 단체 관광객 감소로 영업 상황이 더 어려운 곳들이다. 회사 측은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따이궁 등에게 주던 송객 수수료를 대폭 줄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2022년에 이은 두 번째 희망퇴직, 유커 부재가 주원인
롯데면세점이 희망퇴직을 진행하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로, 지난 2022년 12월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단행한 바 있다. 당시 롯데면세점은 희망퇴직 신청자에게 25개월치 통상임금과 직책수당, 일시금 2천만원을 지급했다. 또 중·고교나 대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퇴직자에겐 최대 2천만원의 학자금을 추가로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면세점이 재작년에 이어 선제적으로 비상경영에 나선 건 엔데믹 이후에도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는 업황 때문이다. 특히 중국인들이 느끼는 한국의 쇼핑 관광 매력이 크게 떨어졌다. 팬데믹 기간 중국 내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됐고, 하이난 등 현지 면세점이 성장하면서다. 저가 제품은 중국 현지에서, 고가 제품은 하이난 등 면세 특구에서 구매하는 수요가 많아진 것이다. 중국 현지의 배송 속도와 가격이 유리해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중국 정부의 면세 산업 육성과 내수 소비 진작 정책이 자국 내 소비를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엔데믹 전환 이후에도 유커들이 돌아오지 않고 있는 데다, 고환율로 인해 내국인 매출도 부진한 상황에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소비 심리마저 위축되는 분위기여서 면세업계는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에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3개 분기 연속 적자(영업손실)를 냈다. 1분기 영업손실 280억원 포함한 누적 적자 규모는 537억원이다.
유커 대폭 줄자 HDC신라면세점도 구조조정
한편 경영 악화를 이유로 정리해고를 단행한 면세점은 롯데만이 아니다. 지난해 4월 HDC그룹과 호텔신라의 합작사인 HDC신라면세점도 유커들의 공백이 점점 커지자 누적된 경영난을 버티지 못하고 구조조정 수순을 밟았다.
사측은 비용구조 개선 등 고정비용을 최소화할 조치로 모회사 지원 확대, 일부 ‘저효율 매장’ 축소 개편을 통한 임차료 부담 완화, 구조조정을 통한 인건비 절감 등 3가지를 제시했다. HDC신라면세점 관계자는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수많은 고뇌와 번민 끝에 구조조정 이외에는 작금의 위기를 타개할 방법이 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당시 HDC신라면세점의 재무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었다. HDC신라면세점의 2022년 연결기준 매출은 6,445억원으로 전년 대비 51.9% 올랐지만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292억원을 냈다. 유동부채가 2,275억원으로 1,382억원대인 유동자산을 넘어서는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