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고령자 기준 70세 상향 논의, 사회보장 혜택도 늦어지나
日 경제재정자문회의서 '고령자 기준' 상향 제안
지난해 말 노동력 급감에 '정년 연장 법안' 시행
고령자 기준 높이면 기초연금 수령 등도 늦어져
일본 재계가 저출생 고령화와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대응해 고령자 기준을 현행 65세에서 70세로 상향하는 방안을 정부에 제안했다. 고령자 기준이 높아지면 기초연금, 병간호 서비스 등 각종 복지혜택의 적용 연령도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저출생·고령화 심화, 전 세대 생산성 제고해야
28일(현지시각)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지난 23일 열린 일본 경제재정자문회의에서 “저출생 등으로 인한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전 세대의 생산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며 “건강수명이 연장되는 점을 감안해 고령자 기준을 현행 65세에서 70세로 5세 연장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이날 회의에 민간위원으로 참여한 도쿠라 마사카즈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 회장과 나미 다케시 경제동우회 대표 간사 등은 “누구나 사회의 구성원으로 활동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복지사회 실현을 위해 새로운 ‘레이와(令和)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정책 패키지를 구축해야 한다”며 이같이 제안했다. 경제활동에 의욕이 높은 65세 이상의 인구가 늘어나고 있으므로 고령자에 대한 제도적 정의를 5세 높이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는 취지다.
경제재정자문회의는 수상 직속으로 설치된 심의·자문기구로 경제단체 관계자, 기업 경영자, 학계 전문가 등이 민간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다만 이 회의에서 나온 제안은 말 그대로 제안일 뿐 법적 구속력을 가지지 않는다. 이날 도쿠라 회장의 발언에 대해 경단련 측도 “어디까지나 민간위원의 개인적인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경단련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일할 사람 없는 日, 고령자 비중도 30% 육박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일본의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7,395만 명으로 전년 대비 25만6,000명 감소했다.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9.5%로 미국 64.7%, 중국 68.9% 등에 비해 한참 못 미친다. 반면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자 비중은 29.1%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75세 이상 고령자는 2,007만 명으로 처음으로 2,000만 명을 넘어섰다.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면서 지난 3월 기준 유효구인배율(구직자 대비 구인 수)은 전월 대비 0.02p 상승한 1.28배를 기록했다. 청년 구직자 품귀현상에 고졸 신입사원 구인배율은 3.47배에 달했다. 만성적인 인력난이 이어지면서 기업들이 학업을 1년 남겨둔 대졸 예정자를 미리 입도선매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2025학년도 졸업 예정 대학생 2,270명 중 24%가 ‘취업할 곳이 정해졌다’고 응답했다.
신입사원을 찾지 못한 기업들이 경력직 채용을 늘리면서 ‘평생직장’이라는 일본의 오랜 문화도 깨지는 추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주요 기업 2,242곳의 전체 채용 인원 29만3,532명 가운데 43%를 경력직 사원으로 채용할 계획이다. 이는 전년 대비 5%p 늘어난 규모다.
보험료 납부 기간 연장 등 연금 개혁과 맞물려
이 같은 노동시장의 변화는 정년 연장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12월 모든 기업이 종업원에게 70세까지 취업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개정 ‘고령자고용안정법’이 시행됐다. 사실상 정년을 현행 65세에서 70세로 연장하는 것으로 적용 방식은 전 종업원의 퇴직 연령 상향, 정년 후 재고용 등을 선택할 수 있다. 우선은 법적 제재가 따르는 강제 사항은 아니지만 일본 사회에서는 ’70세 정년 시대’가 본격화하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반면 각종 사회보장제도는 여전히 세계보건기구(WTO)와 같은 ’65세 이상’을 고령자 기준으로 적용하고 있다. 기초연금 수령, 병간호 서비스 이용, 대중교통 요금 할인 등도 모두 65세부터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고령자 기준을 상향해 재정적 부담을 줄임으로써 사회보장제도의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고령자 기준 상향 논의가 향후 연금 개혁의 시발점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최근 일본 정부는 기초연금의 수급액이 줄어듦에 따라 보험료 납부 기간을 현행 40년(20~60세)에서 45년(20~65세)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재직노령연금제의 개선 방안도 살펴보고 있다. 재직노령연금제는 일하는 고령자의 임금과 후생연금 합계가 월 50만 엔(약 436만원)을 넘으면 후생연금을 감액하는 제도로 최근 이 때문에 일하기를 꺼리는 고령자들이 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