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매립지 선정 난항에 ‘쓰레기 대란’ 우려 확산, 정부·서울시 대책 나서나
공회전하는 수도권 대체매립지 선정, 환경부는 4차 공모 추진 나서
강경한 입장 거듭 내놓은 인천지역사회 "윤석열 대통령 공약 지켜라"
민간 처리장 활용 등 대안 모색 나섰지만, 근본적 문제 해결은 어려워
수도권 대체매립지 3차 공모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쓰레기 대란’이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에 환경부는 조건을 더 완화해 4차 공모를 진행하겠단 입장이지만, 시민사회에선 회의적인 목소리가 적지 않다. 공모만 반복한다 해서 님비(Not In My BackYard·내 뒷마당에는 안 된다) 현상을 야기하는 쓰레기 처리장을 주민들이 받아들이지 않을 거란 시선에서다. 정부와 서울시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나설 필요가 있단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수도권 대체매립지 3차 공모 응모한 지자체 ‘0곳’
26일 환경부에 따르면 서울·인천·경기도는 지난 3월 28일부터 이날까지 수도권 대체매립지 3차 공모를 진행했으나 응모한 지자체는 한 곳도 없었다. 이번 공모 설명회엔 41개 지자체가 참여했지만 응모 조건인 ‘후보지 경계에서 2㎞ 내 주민등록상 세대주 50% 이상의 동의’를 받는 식의 실질적인 절차에 나선 이들이 없었던 것이다. 특별지원금을 2,500억원에서 3,000억원으로 늘리고 부지 최소 면적을 1차220만㎡) 공모 기준의 41% 수준인 90만㎡까지 줄이는 등 유인책을 펼쳤음에도 지자체의 참여를 촉진하지 못하면서 대체매립지 선정은 앞으로도 공회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환경부는 우선 대체매립지 응모 조건을 대폭 낮춰 추가 공모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제훈 환경부 폐자원에너지과장은 “사전 주민 동의 50% 이상 확보 같은 공모 조건을 완화하고 인센티브를 재검토해 추가 4차 공모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며 “구체적인 조건과 인센티브, 공모 시기는 4자 협의를 통해 추후 발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수도권 지역 ‘쓰레기 대란’ 발생을 막기 위해 여력을 쏟겠단 취지지만, 회의론이 적지 않다. 조건 완화만으로 대체매립지를 선뜻 받아들일 지자체는 없을 거란 것이다.
인천시 “사용 기한 연장 불가, 정부 차원에서 대책 마련하라”
대체매립지 선정이 실패를 거듭하자 인천지역사회는 답답하단 입장이다. 서울시가 대체매립지를 구하지 못하면 인천시가 주장하는 ‘2025년 수도권매립지 사용 종료’ 합의가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김용식 인천서구발전협의회장은 “이대로 가면 현 수도권매립지를 수십 년간 계속 사용할 수밖에 없다”며 “관계기관들은 기존 방식대로 대체 매립지 공모를 진행하는 게 적절한지 냉정하게 되짚어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992년 인천 서구 백석동 일대에 개장한 수도권매립지는 당초 2016년까지만 쓰기로 합의돼 있었으나, 수도권 3개 시·도와 환경부가 대체매립지를 구하지 못한 탓에 2015년 4자 합의에 따라 3-1공구가 포화할 때까지 현 매립지를 추가 사용키로 했다. 문제는 3-1공구 포화 예상 시기가 당초 전망보다 길어졌단 점이다. 2015년 합의 때만 해도 3-1공구는 2025년께 포화할 것으로 추산됐지만, 최근엔 쓰레기 매립량이 감소하면서 매립 용량으로만 따질 경우 2042년까지도 사용할 수 있단 관측이 나왔다. 여기에 3-1매립장 사용 종료까지 대체매립지가 확보되지 않으면 2015년 합의부속 조항에 따라 매립지 잔여 부지의 최대 15%(106만㎡)를 더 쓸 수 있어 산술적으로는 현재 인천 매립지를 수십 년간 더 사용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에 인천 정치권과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윤석열 대통령은 공약에 따라 국무총리실에 수도권매립지 전담 기구를 설치하고 환경부 산하의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를 인천시로 이관하라”는 목소리가 확산하기 시작했다. 최근엔 인천경실련 등 23개 단체로 구성된 ‘수도권매립지 문제 해결 범시민운동본부’가 “윤 대통령은 쓰레기 매립지 현안을 총리실에 맡겨 대체매립지를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전담 기구를 중심으로 당장 중재에 나서라”는 내용이 담긴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서울시에서 발생한 쓰레기는 서울시가 직접 처분해야 한단 입장을 재차 강조하면서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한 것이다.
처리장 부족 문제 심화 전망,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이런 가운데 정부는 우선 민간 처리장을 적극 활용하며 정책적 대안을 찾겠단 입장을 밝혔다. 지자체 사정에 맞게 쓰레기 처리가 가능하도록 민간 활용을 열어두겠단 것이다. 공공과 민간 사이 무의미한 벽을 무너뜨린단 취지도 있다. 현재도 지자체가 민간 소각장에 생활폐기물 처리 허가를 내주면 제한적으로 처리가 가능하다. 환경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 67개 시·군·구가 산업폐기물을 처리하는 민간 소각장을 통해 생활폐기물을 처리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대체매립지 선정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민간과 공공을 구분하는 건 별다른 효용이 없단 판단이 나왔다”며 “앞으로도 공공 소각장 확충을 최우선 과제로 잡되 사정이 여의찮은 지자체는 민간 소각장을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책 입안자들 사이에선 전처리시설을 확충해야 한단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소각·매립 대상 폐기물 자체를 줄여 서울시의 쓰레기 처리 여력을 키워야 한단 것이다. 전처리시설은 생활폐기물을 소각·매립하기 전 종량제봉투 쓰레기에서 재활용이 가능한 폐비닐, 폐플라스틱, 금속 등을 분리하는 시설로, 일회용품과 음식물 등이 혼합돼 단순 처리가 곤란한 쓰레기를 사전 분리해 폐기물을 줄이는 역할을 맡는다. 전처리시설의 효용은 확실하다. 강원 동해시는 지난 2020년 9월부터 전처리시설을 가동해 2021년 전체 쓰레기 매립량을 전년 대비 40% 감량한 바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두 대안 모두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진 못할 것”이란 의견을 내놓는다. 민간 처리장을 적극 활용한다 해도 현존하는 민간 처리장만으로 쓰레기를 처분하기 어려워지는 한계 시점은 분명 도래할 수밖에 없고, 전처리시설은 장기적인 쓰레기 감소 측면에서 도움이 될지 몰라도 단기적인 ‘쓰레기 대란’을 해결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대체매립지 선정, 공공 처리장 확충 등 작업은 필수 불가결하단 의미다.
차후 처리장 부족이 더욱 심화할 전망이란 점도 문제다.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오는 2026년 1월 1일부터 수도권매립지 직매립이 금지되면서 앞으론 생활폐기물을 소각한 후 소각재만 매립할 수 있다. 결국 소각장의 필요성이 높아졌단 건데, 막상 서울시 내 소각장들은 이미 대부분 사용 연한을 초과해 상당히 노후화한 상태다. 환경부에 따르면 2005년 이전 가동된 소각장은 용량과 관계없이 사용 연한이 15년인데, 마포를 제외한 양천, 노원, 강남 소각장은 모두 가동을 시작한 지 21~25년이 지났다. 서울시 자원순한과 관계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설비가 노후화돼 가동률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며 “새 소각장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 2022년부터 마포구 상암동에 소각장 건립을 추진 중에 있으나, 이 역시 갈등의 단초가 됐다. 마포구 주민들이 “이미 소각장이 있는 상암동에 또 소각장을 짓는 건 상암동 주민에게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반발한 것이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다른 지자체에 부담을 떠안기면서 손 안 대고 코 푸는 데만 열중한다”는 힐난이 나오기도 했다. ‘쓰레기 대란’을 대하는 서울시의 태도가 지나치게 소극적이란 것이다.
혐오시설인 쓰레기 처리장에 대한 님비를 배제하는 게 불가능하단 건 인천시, 마포구 등의 전례를 통해 이미 증명됐다. 서울시 차원에서 더 큰 보상금을 약속하는 등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쓰레기 처리 부담을 나눠 가질 필요가 있단 목소리가 서울시 주변 시·도민을 중심으로 쏟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