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 폭염에 청상추 등 농산물 가격 폭등, ‘기후인플레’ 본격화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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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거래 시장, 내달 폭염·폭우 피하기 어려울 듯
일부 품목은 이미 폭염 영향권, 청상추 전월비 123% 폭등
기후인플레 우려 확산, "금리 인하 지연까지 이어질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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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으로 기록적 폭염이 이어지면서 농산물 가격 급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제주도부터 시작된 장마와 7~8월 라니냐로 평년보다 강력한 물 폭탄까지 예고돼 농산물 가격 불안은 쉽게 잦아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폭염·폭우 원인이 ‘이상기후’에 있는 만큼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7~8월 역대급 폭염 예고, 폭우 가능성도

24일 기상청에 따르면 내달 평균 기온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을 확률이 각각 40%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8월 평균 기온 역시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을 확률을 각각 30%, 50%로 내다봤다. 7~8월 ‘역대급 폭염’이 닥칠 가능성이 높단 의미다. 폭염은 이미 여름의 초입인 6월부터 시작됐다. 기상청이 이달 1~20일 전국 관측 지점 295곳의 최고기온을 분석한 결과 77곳(26%)에서 역대 6월 최고기온 1~3위를 경신했다. 폭우도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크다. 기상청은 올 7~8월 예상 강수량이 평년과 비슷할 확률·많은 확률을 각각 40%로 봤다.

이런 가운데 현재 농산물 거래 시장은 우선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팜에어·한경 농산물가격지수(KAPI)를 산출하는 가격 예측 시스템 테란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KAPI 지수는 114.05로 전년(120.4)보다 5.3% 낮았다. 올해 들어선 30% 넘게 하락했다. 4월부터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대부분 품목의 출하량이 회복세를 보인 영향이다. 실제 지난해 10월 kg당 가격이 8,000원까지 뛰었던 토마토는 현재 1,259원까지 떨어졌다.

폭등하는 농작물 도매가, 중도매·소매가도↑

문제는 곧 다가올 폭염과 폭우가 작황 호조세를 꺾을 수 있단 점이다. 일부 품목은 이미 폭염의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청상추 4㎏ 한 상자 도매 가격은 2만625원으로 전월 같은 날(9,229원)보다 123% 넘게 증가했다. 풋고추(10㎏) 역시 같은 기간 22.61% 올랐고, 시금치(4㎏)와 당근(20㎏) 도매 가격은 1만7,020원과 7만6,020원으로 전달 대비 각각 28.8%, 24.3% 뛰었다.

중도매인 채소 판매 가격도 오름세다. 지난 21일 청상추 4㎏ 한 상자 중도매인 판매 가격은 1만9,600원으로 전월 대비 60.97% 상승했다. 최근 일주일 청상추 판매 가격 추이를 살펴보면 1만3,540원, 17일(1만3,500원), 18일(1만6,380원), 19일(1만8,480원), 20일(1만9,240원)으로 점차 오르고 있다. 시금치 4㎏ 역시 13일(1만3,460원), 14일(1만2,960원), 17일(1만3,460원), 18일(1만5,120원), 19일(1만5,720원), 20일(1만7,360원)을 기록했고, 오이 10㎏도 14일(1만4,500원), 17일(1만4,500원), 18일(1만5,500원), 19일(1만6,833원), 20일(1만8,167원), 21일(1만7,500원)으로 계속해서 가격이 올랐다.

소매 가격 역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청상추 100g 소매 가격은 21일 기준 1,029원이었는데, 이는 지난달(978원) 대비 5.2%가량 오른 수준이다. 적상추 100g도 지난달 821원에서 이달 914원으로 11% 이상 증가했고, 시금치 100g은 지난달 699원에서 824원으로 17.8%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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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환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지난 11일 경기도 이천시 비축기지에서 여름 비축현황을 점검하고 있다/사진=기획재정부

대책 마련 나섰지만, “기후인플레이션 막진 못할 듯”

농산물 가격이 거듭 오름세를 보이면서 정부와 유통업계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곧 있을 장마철을 고려해 식품 가격 인상 움직임 등을 예의주시하기 시작했다. 지난 11일엔 김병환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한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과 함께 8개 정부비축기지 중 가장 큰 규모인 이천비축기지를 방문해 봄배추 등 작물에 대한 비축계획을 점검하기도 했다. 유통업계는 산지 다변화 등 방책을 통해 농산물 물량 추가 확보에 나섰다. 이마트의 경우 장마와 폭염에도 높은 당도와 품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상품 운용을 확대하겠단 방침도 마련했다.

다만 이런 노력에도 근본적인 기후인플레이션(기후 이변 및 온난화로 인해 발생한 인플레이션)은 막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름철 폭염으로 급격히 물가가 상승하는 건 예년부터 이어져 온 일이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국내 농산물 물가는 전년 대비 0.3% 증가하는 데 그쳤으나, 폭우와 폭염이 동반된 8월엔 5.4%나 폭증했다.

특히 가을 이후에도 물가가 계속 올랐다. 농산물 물가 상승률은 10월 13.5%를 기록했고, 올해 2월엔 20%를 돌파했다. 지난 5월엔 20.3%로 3개월 연속 20% 이상 상승률이란 기록 아닌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올해도 이런 추세가 반복될 경우 기후인플레이션이 더욱 극심해져 결과적으론 금리 인하 지연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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