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보위 감독 강화에 ‘자진 시정’ 나선 테무, C커머스 국내 진출 억제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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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 유출 우려 확산에 직접 나선 개보위, C커머스 관리·감독 강화
"유예 기간 없다" 압박에 선제적 시정 나선 테무, "제재 수위 낮추려는 의도"
일각서 'C커머스 억제' 기대 나오지만, "쉬안 등 국내 진출 사례 여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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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4년 제10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사진=개인정보보호위원회

중국 e커머스(C커머스) 플랫폼 테무가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보위)에 사실상 꼬리를 내렸다. 개인정보 판매, 해외 유출 등 논란으로 개보위의 조사를 받고 있던 중 뒤늦은 자진 시정에 나선 것이다. 이에 시장에선 “정부가 C커머스의 국내 진출을 억제한 셈”이란 평가가 나온다. 강경 대응을 이어감으로써 한국 시장 진출의 어려움을 몸소 보여줬기 때문이다.

테무 개인정보 처리방침 개정

24일 업계에 따르면 테무는 지난 17일 개인정보 처리방침을 개정했다. 개보위가 개인정보 처리방침, 국외 이전, 안전 조치 의무 등의 적정성을 점검하기 위해 C커머스 기업에 대한 조사를 본격화하자 자진 시정을 이룬 것이다. 지난 4월 최장혁 개보위 부위원장이 직접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테무·알리 관계자와 간담회를 갖고 “개인정보보호법 준수에 대한 유예 기간을 줄 수 없다”는 의사를 밝힌 것 역시 압박이 됐다. 개보위 차원에서 강경 대응을 시사한 데다 앞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으로 과징금 상한액 기준이 전체 매출액 3%로 대폭 상향 조정된 만큼 선제적인 시정을 통해 제재 수위를 다소 낮추겠단 게 테무 측의 목적으로 풀이된다.

정부 차원의 C커머스 기업에 대한 개인정보 관리·감독은 향후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개보위가 개인정보 국외 유출, 무단 사용 등 가능성을 사전 차단하겠단 의지를 전면에 내비친 바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12일 개보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2024년도 개인정보 처리방침 평가계획을 확정했다. 개인정보 처리방침은 개인정보 수집·이용, 제공, 위탁 등 개인정보 처리와 관련된 기준과 안전조치에 관한 사항을 개인정보처리자가 스스로 정한 문서다. 이를 활용해 개인정보 관리에 대한 적정성, 가독성, 접근성 등을 평가하고 자율 개선을 촉진하겠단 게 개보위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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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 수집 논란 확산에 C커머스 직격한 개보위

이처럼 개보위가 C커머스 업체들을 직격하고 나선 건, 알리·테무로 대표되는 C커머스 기업의 무차별적인 개인정보 수집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우선 알리∙테무의 개인정보처리 방침에 적시된 ‘자동으로 수집하는 정보'(개인정보의 자동 수집)와 개인정보의 제3자 제공 즉, 국외(중국) 이전 및 공유에 대한 내용은 우리 헌법과 민법, 약관법, 개인정보보호법 등에 위반될 가능성이 컸다. 알리는 해당 방침을 근거로 플랫폼에 방문하는 이용자의 구매 및 검색 활동에 대한 세부 정보를 자동으로 수집하고, 이용자의 기기로부터 IP주소, 기기 유형, 기기의 고유식별번호, 위치, 브라우저, 운영체제, 이용자가 이용한 플랫폼에 대한 정보까지 빼냈다. 테무 역시 알리와 비슷한 수준의 개인정보 수집이 만연했다.

이렇게 수집된 개인정보는 중국으로 이전된 후 명확한 정보가 공개되지 않거나 확인되지 않은 협력사 등과 공유됐다. 개보위에 따르면 알리는 188,432개에 이르는 판매사들에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이전하면서도 해당 판매사들에 대한 명확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고, 한국 내 1,721개 제3자(판매자) 및 이용자의 개인정보 역시 공유하고 있음에도 이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또 테무는 중국산 제품을 판매하고 있으면서도 중국 판매사나 국내 파트너사들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공개하지 않았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지에서 “저가 상품을 매개로 개인정보 사업을 펼치고 있다”는 힐난이 쏟아진 이유다.

결국 이번 자체 시정을 통해 테무는 문제시된 항목을 거의 제거·변경했다. 우선 ‘개인정보의 추가적인 이용·제공’ 항목을 추가하고 개인정보 보호 부서와 책임자를 명시했다. 개인정보 제3자 판매 가능성을 명시한 문구를 삭제하고, 처리 방침 곳곳에 국내 개인정보보호법 조항을 삽입해 구체성도 강화했다. 새로 추가된 개인정보의 추가적인 이용·제공 항목은 개인정보 보호법 제15조 3항, 제17조 4항에 의거해 신설한 조항이다. 현행법상 개인정보는 고객이 동의한 범위 내에서만 이용·제공이 가능하며 이외에는 시행령으로 허용한 범위 내에서만 이용·제공할 수 있다. 시행령에 따라 예측 가능성, 부당 침해 여부 등을 고려해 개인정보의 추가적인 이용·제공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명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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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유정 데이지 화보/사진=쉬인

강경 대응에 꼬리 내린 테무, C커머스 국내 진출은 여전

이처럼 개보위의 강경 대응이 일정한 성과를 얻으면서 시장에서는 여타 C커머스에 대한 개인정보 유출 문제도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테무가 꼬리를 내린 상황에서 이전까지의 ‘배짱 장사’를 이어가긴 어려울 수밖에 없으리란 시선에서다. 일각에선 “사실상 정부 차원에서 C커머스 기업의 국내 진출을 억제한 셈”이란 평가도 나온다. 이번 사태로 한국 시장 진출의 어려움이 단적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인정보 문제로 중국 기업이 한국 시장을 실제 포기할지는 미지수다. 한국은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으로 ‘잡아먹기’ 쉬운 시장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중국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 쉬인(SHEIN)이다. 앞서 지난 20일 쉬인은 한국 시장 진출을 선언, 배우 김유정을 서브 브랜드 데이지(Dazy)의 글로벌 앰버서더로 선정해 한국 소비자에 친숙한 이미지를 구축하는 등 진출 전략을 구체화했다.

쉬인이 한국 시장 진출을 선언하면서, 토종 패션 플랫폼 업계엔 전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쉬인이 초저가 여성 의류 상품을 주로 판매하기 시작하면 여성 고객을 타깃으로 삼는 토종 플랫폼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배송과 고객관리(CS) 측면에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토종 업체를 쉽게 넘어서진 못할 것”이라며 낙관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지만, 가격 경쟁력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는 만큼 장기적으론 실적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알리·테무 등 업체가 국내 진출에 성공하면서 제조·유통업계가 침체를 겪었던 과거가 그대로 재현될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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