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전세사기 예방 위한 ‘클린임대인’ 제도 도입
서울시 집주인 금융·신용 정보 확인해 '클린임대인' 인증
인증 후 국민은행·직방 부동산 플랫폼에 '클린주택' 마크
매물 구경·계약서 작성 '최소 2회' 임대인에게 정보 공개
최근 전세사기 여파로 빌라 전세 회피 현상이 심각해지자 서울시가 전세 계약 전에 집주인의 금융·신용정보를 미리 확인할 수 있는 ‘클린임대인’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집주인이 정보 공유에 동의하면 직방과 KB국민은행이 운영하는 부동산 플랫폼에 ‘클린주택’과 ‘클린임대인’ 마크가 붙는 방식이다.
서울시, 전세사기 걱정 덜어주는 ‘클린임대인’ 제도 시행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이날부터 11월 22일까지 클린임대인을 모집한다. 클린임대인 제도는 임대차 계약을 하려는 예비 세입자에게 집주인의 금융·신용 정보를 열람할 수 있도록 해 문제가 없는 주택을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서울시는 “전세는 사실상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무이자 사금융의 성격에 가까운 만큼, 임대인의 금융·신용정보를 임차인에게 제공해 안전한 계약을 맺도록 유도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신청 조건은 3가구 이하 서울 소재 연립·다세대 임대주택을 보유한 임대인 중 권리관계에 문제가 없고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신용 점수가 891점 이상인 경우다. 클린임대인 인증을 희망하는 임대인이 서울시 종합지원센터에 △KCB 신용점수 △국세·지방세 납세증명서 △등기부등본 △확정일자 부여 현황 △건축물 대장 △부동산 소유 현황 등을 제출하면 센터가 임차 주택의 권리관계, 집주인 신용정보 등을 확인해 인증 번호를 부여하고 클린임대인 등록증을 발급한다.
클린임대인이 보유한 임대주택은 서울시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KB국민은행과 직방의 부동산 플랫폼에서 클린주택 마크가 표시되고 집주인의 신용정보는 매물 구경 때와 계약서 작성 때 최소 2회에 걸쳐 임차인에게 공개된다. 앞서 지난 3일 서울시는 KB국민은행, 직방, 당근마켓과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시범 사업을 준비해 왔다. 서울시는 오는 11월까지 시범사업을 추진한 후 효과를 분석해 제도 확대 등을 검토할 계획이다.
최근 빌라 수요 급감, 매물 처리하려는 임대인도 유리
클린임대인 제도는 임차인이 전세사기 염려가 없는 매물을 사전에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 착안해 설계됐지만 한편으로는 최근 수요 감소로 전세 매물을 처리하지 못하는 빌라·원룸 임대인을 위한 방편이기도 하다. 서울시가 제도 설계 과정에서 실시한 사전 설문조사에 따르면 다세대 주택 임대인 중 ‘임대인의 신용정보를 공개해 매물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 긍정적’이라는 답변이 전체 응답자의 70.9%에 달했다.
실제로 전세사기 피해가 장기화하면서 빌라와 원룸 전세를 찾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다. 이에 최근 거래 회복 조짐을 보이는 서울 아파트 시장과 달리 빌라 시장은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양새다. 저금리 시기에는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가 얼마 나지 않아 ‘갭투자’ 목적의 빌라 매입이 성행했지만, 역전세난, 전세사기 등의 여파로 보증금을 떼이는 일이 늘어나면서 빌라와 원룸의 수요가 감소한 것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전세사기가 기승을 부리기 전인 지난 2021년 아파트·연립다세대(빌라)·단독다가구(원룸) 주택의 전세 계약 중 ‘연립다세대·단독다가구’의 비중이 51.2%로 과반이었지만, 전세사기 사태가 본격화한 2023년과 2024년에는 각각 40.8%, 44.7%로 감소했다. 특히 서울지역의 경우 빌라의 전세 거래량은 줄어든 반면 빌라의 월세 거래량이나 법원경매 매각 건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이전에도 ‘안심전세앱’ 도입했지만, 실효성 한계 지적
정부가 건전한 매물을 가려내기 위한 장치를 도입한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지난해 2월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안심전세앱’을 만들어 시세와 전세가를 기반으로 전세가율을 제공하고 집주인의 세금 체납 이력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안심전세앱은 출시 당시 임대인이 임차인을 대면한 상태에서 정보 조회 화면을 보여주는 방식으로만 정보를 제공했지만 지난해 6월 출시한 2.0 버전에서는 대면하지 않은 상태에서 카카오톡으로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여전히 임차인의 앱 활용도는 낮은 수준이다. 조회 명세의 절반이 ‘집주인 본인 조회’였 임대인의 동의를 받아 임차인이 임대인 정보를 열람하는 ‘집주인 조회 요청’은 10%에도 못 미쳤다. 실제로 사용 후기를 보면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조회 기능에 동의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내용이 많았다. 더욱이 출시 후 1년 넘게 지난 지금까지 시세를 제공하지 않은 주택이 여전히 많은 데다 전세사기 발생 사례의 18.0%를 차지하는 단독·다가구 주택의 경우 시세 업데이트가 쉽지 않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이에 정부는 이러한 한계점을 보완하기 위해 신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은 올해 ‘마이데이터 기반조성 사업’ 신규 과제로 ‘부동산 임대차 안심거래 지원서비스’를 최종 선정했다. ‘부동산 임대차 안심거래 지원서비스’는 임대인과 임차인 간 정보 격차를 줄이기 위해 임대인의 신용평가 점수, 사업장 정보, 납세증명서 등 부동산 임대차 거래 시 필요한 정보를 임차인에게 제공하는 방식이다. 총 7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며 넥스텝 코리아, 나이스 평가정보, 비씨카드가 참여해 개인정보 데이터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