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에 보복하겠다” 고율 관세에 불만 드러낸 中, 독일은 ‘중립’
중국산 전기차 대상 고율 관세 부과 결정한 EU에 中 뿔났다
보복 시사한 中, 수입차·EU산 식재료 등에 제재 가능성
"아직 논의할 시간 있다" 이해관계 따라 움직이는 독일
중국이 유럽연합(EU)의 고율 관세 부과 조치에 반발, 대응 의지를 분명히 했다. EU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 인상 계획을 발표한 이후 처음 열린 중국·독일 간 고위급 회담에서 사실상 관세 보복을 예고한 것이다. 이에 지금껏 EU의 중국산 전기차 ‘관세 폭탄’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해 온 독일은 추가 논의의 가능성을 시사하며 중립적 태도를 드러냈다.
“권익 보호 위해 조치”, 中의 경고
23일 중국 공산당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정산제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은 전날 베이징에서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과 회담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양측은 EU의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 부과 조치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 주임은 이날 “중국 신에너지 산업의 ‘과잉 생산’ 주장은 시장 법칙과 경제 상식에 어긋난다”며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EU의 관세 부과 조치는 EU가 추구하는 ‘탄소중립’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보호주의는 기후 변화에 대한 글로벌 대응과 저탄소 전환을 늦출 뿐”이라며 “중국은 중국 기업의 정당한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U 측의 고율 관세 부과에 대한 보복을 시사한 셈이다.
그는 “중국과 독일 양국 관계의 기조는 항상 협력이었다”며 “양국은 에너지 전환, 저탄소 산업 및 기술 발전 등 여러 면에서 강력한 상호 보완성을 가지고 있고 탄탄한 협력 기반을 갖추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이번 회담을 계기로 양국 간 지속적인 경제 성장과 기후 변화에 대한 글로벌 대응에 더 큰 기여를 할 의향이 있다”며 독일이 EU 내에서 올바른 리더십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립적 태도 견지하는 독일
한편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은 회담 개막식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국이 러시아를 지원하는 것이 베를린과 베이징 간의 경제 관계를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이라고 강조하고 나섰다. 이와 관련해 독일의 유력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너 차이퉁(FAZ)은 “하베크 부총리가 중국과 러시아의 밀착에 대해 공개적·명시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라며 “(러시아와의 밀착이) 독‧중 관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공식화했다”고 짚었다.
아울러 하베크 부총리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는 징벌적 부과금이 아닌 9개월간 면밀히 검토된 차별화된 관세라는 점도 강조했다. 이에 더해 “EU의 문은 중국 수출품에 대한 관세 문제 논의를 위해 열려 있다”며 “11월까진 EU와 중국이 논의할 시간이 있다”는 내용을 담은 성명도 함께 발표했다. EU의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와 관련해 중립적인 태도를 견지한 것이다.
유럽 최대 자동차 생산국인 독일은 그간 EU의 고율 관세 부과 결정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드러내 왔다.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독일 유수의 완성차 업체들의 중국 시장 의존도가 상당히 높아서다. EU의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조치는 7월 4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지만, 최종 확정을 위해서는 올해 11월까지 27개 회원국의 가중다수결 투표를 거쳐야 한다.
중국, 어떻게 보복할까
EU와 중국 사이에 맴도는 긴장감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가운데, 시장은 추후 EU와 중국의 협상이 결렬될 경우 발생할 ‘지각변동’에 촉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중국 관영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중국 당국이 취할 것으로 보이는 보복성 무역 조처들이 속속 공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달 21일 주유럽연합 중국상회(CCCEU)는 성명을 내고 “중국이 대형 배기량 엔진을 탑재한 수입차에 대해 임시 관세 인상을 검토할 수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해당 조처는 벤츠, 아우디, 스텔란티스 등의 글로벌 자동차 회사를 품고 있는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등의 국가를 타깃으로 삼고 있다. 업계에서는 EU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 인상을 최종 결정할 경우 해당 조치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흘러나온다.
이에 더해 중국은 EU산 돼지고기, 유제품 등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글로벌타임스는 지난달부터 중국 업계가 EU산 돼지고기와 유제품에 대한 반보조금 조사 신청을 위해 증거를 수집하고 있다고 연이어 보도했다. 해당 조처는 축산업과 낙농업 등이 발달한 독일, 스페인, 덴마크 등의 국가를 타깃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