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그룹에 조현문 전 부사장 복귀 수순,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걸림돌’ 되나
고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 "형제들에게 유류분 이상 재산 물려줘야"
조현문 전 부사장 복귀 가능성↑, 지배구조 개편 작업 차질 불가피
이해관계 대상자 늘어난 효성그룹, 계열 분리 등 셈법 복잡해질 수밖에
효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복잡해졌다. 고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유언에 따라 차남인 조현문 전 부사장이 그룹에 복귀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승계 대상이 한 명 더 늘어난 탓이다. 이에 효성그룹 안팎에선 조 전 부사장이 기업 전반에 걸림돌이 되고 있단 평가가 나온다.
효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 ‘난항’
2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최근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진행 중인 효성그룹이 난항에 빠졌다. 조 전 부사장의 등장으로 지배구조 재편의 골조가 틀어질 가능성이 높아진 탓이다. 당초 효성그룹은 내달 예정된 임시 주주총회에서 그룹 지분을 약 8대2 비율로 인적분할한 뒤 7월 1일부로 효성과 효성신설지주 2개 지주사 체제를 출범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조 명예회장의 유언장이 공개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조 명예회장은 유언장에서 형제간 우애를 당부하며 조 전 부사장에게도 유류분(법정 상속비율) 이상의 재산을 물려주라고 강조했다. 유언을 따르면 조 전 부사장도 효성을 포함해 4개 사업 자회사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그룹 경영에 참여할 길이 열린 셈이다.
이로 인해 장남인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과 삼남인 조현상 효성그룹 부회장을 중심으로 전개해 온 승계, 계열 분리 작업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효성그룹은 작년부터 두 형제가 계열을 나눠 가진 뒤 상호 보유지분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상속세를 마련하고 균형을 맞추는 방안을 짜왔는데, 갑작스럽게 유산 분할 대상이 세 명으로 늘어나다 보니 그룹이 둘로 쪼개질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에 대해 자문시장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부터 투자은행을 상대로 계열 분리를 포함해 NF3(삼불화질소), 탄소섬유 분할 및 유동화 작업 등을 준비해 왔는데 유언장에 다른 내용이 담긴 상황”이라며 “분할 비율도 향후 상속세 납부까지 포함해 짜인 구조인데, 승계 대상이 둘에서 셋으로 늘어나면 계산이 복잡해진다”고 설명했다.
조현문 전 부사장 등장에 특수가스사업부 매각 방식도 영향
변화는 이미 진행 중인 거래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특수가스사업부 매각 작업이 대표적이다. 당초 효성화학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채무 연대보증 문제로 분할 대신 신설 법인에 영업양수도 후 소수 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에 무게추를 달았다. 상법상 분할 대신 자산·영업양수도를 택할 경우 연대보증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 효성그룹이 특수가스 경영권을 유지하면서도 효성화학의 부채비율을 낮추는 동시에 채권단과 신규 투자자 우려까지 덜 수 있는 구조를 고안한 결과였다.
그러나 최근엔 통매각을 포함해 특수가스 사업을 양수할 신설법인 설립 주체를 두고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효성화학 재무 불안 문제도 있지만, 뒤바뀔 승계 구조가 큰 영향을 미쳤단 게 업계의 주된 시선이다. 신설 법인을 효성의 자회사로 두느냐 다른 사업 자회사 아래 손자회사로 두느냐에 따라 자금이 드나드는 경로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분할 대신 양수도를 택한 것 자체는 그룹과 효성화학, 대주단, 투자자 모두가 윈-윈하는 구조를 짠 건데 지금은 이해관계자가 하나 더 늘었다”며 “조 전 부사장이 승계 과정에서 특정 회사를 요구할 경우까지 대비한 구조로 보인다”고 전했다.
계열 분리 ‘제동’ 가능성도
당초 효성그룹은 계열 분리 작업의 윤곽을 이미 잡아둔 상태였다. 앞서 지난 2월 효성그룹은 이사회에서 효성첨단소재를 중심으로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HIS), 효성토요타 등 6개사에 대한 출자 부문을 인적분할해 신규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분할 계획을 결의한 바 있다.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이 서로 지분을 정리하면서 독립 경영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겠단 취지다.
이에 조현상 부회장은 지난 4월 12일부터 19일까지 6차례, 22일부터 23일까지 2차례 총 8차례에 걸쳐 효성중공업 주식 20만5,407주를 처분했다. 처분 금액은 670억3,000만원으로, 이로 인해 조 부회장의 효성중공업 지분은 4.88%에서 2.68%로 낮아졌다. 지난 3월엔 IT 솔루션 계열사인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HIS)의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리면서 기존의 효성 등 계열사 사내이사 자리에선 물러나기도 했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효성은 상장회사 효성, 효성첨단소재, 신화인터텍의 사내이사로 활동 중인 조 부회장에 대해 분할 기일까지 해당 회사에 사임서를 제출할 것임을 약속하는 확약서를 한국거래소에 제출한 상태다.
조 부회장 및 효성의 이같은 행보는 공정거래법상 ‘친족 간 계열 분리를 위해선 상장사 기준으로 상호 보유 지분을 3% 미만으로 낮춰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하기 위한 것이다. 형제 경영에서 독립 경영으로 계열 분리를 이루기 위한 사전 작업을 발 빠르게 진행 중이었던 셈이지만, 결국 승계 대상이 한 명 더 늘면서 이 또한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을 기준으로 승계 작업을 이어오던 효성그룹 입장에선 조 전 부회장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