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美·EU 이어 중국산 전기차에 관세 부과 검토
최근 美·EU의 대중국 무역 규제에 뒤따르는 행보
국내 자동차 단체 "중국 전기차가 자국 산업 위협"
'2035년 전기차 전환' 저렴한 전기차 보급은 과제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무역 규제를 강화한 가운데 캐나다도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 인상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주요국의 무역 규제를 피해 캐나다로 우회하는 중국산 테슬라의 수입 물량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미국과 EU의 행보를 뒤따르는 성격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캐나다 내 자동차 단체들도 관세 장벽을 높여 자국 산업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캐나다 정부를 향한 국내외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캐나다도 전기차 ‘관세 전쟁’에 참전하나
21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은 캐나다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트뤼도 정부가 미국, EU와 유사한 수준으로 중국산 전기차에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며 “아직 구체적인 방식은 결정하지 않았지만, 조만간 공개 협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최근 미국과 EU가 연이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올리면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동맹국들과 유사한 수준으로 관세를 조정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고 있다”고 짚었다.
지난달 미 행정부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현행 27.5%에서 4배 가까이 올린 102.5%까지 상향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EU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현행 10%에서 최대 48%까지 인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 정부의 부당한 보조금 지급 등 불공정 행위에 따른 조치로 조사 협조 여부에 따라 17~38%p를 상계 관세로 추가 부과하는 방식이다.
이에 캐나다 정부를 향한 자국 내 압박이 커졌다. 더그 포드 온타리오주 총리는 정부에 최소한 미국과 비슷한 수준의 관세 부과를 요구했다. 그는 전날 자신의 SNS를 통해 “중국이 저렴한 전기차를 생산하기 위해 열악한 노동 환경과 더러운 에너지를 이용하고 있다”며 “우리가 빨리 행동하지 않으면 온타리오주와 캐나다 일자리가 위험할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중국산 테슬라, 美 관세 피해 캐나다 몰려
지난해 캐나다에 운송되는 중국산 전기차는 총 4만4,000대로 전년 대비 5배가량 늘었다. 테슬라가 상하이에서 생산한 모델 Y를 출하하면서 캐나다 밴쿠버항으로 운송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캐나다는 현재 중국산 수입 전기차에 6%가량의 관세를 책정해 부과하고 있다. 또 국내 소비자들이 외국산 전기차를 구매할 때도 연방 리베이트 프로그램을 이용해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실제로 테슬라가 지난해 상하이 공장에서 수출을 시작한 이후 많은 캐나다 구매자들이 해당 인센티브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캐나다 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까지 1년간 리베이트를 신청한 전기차 구매자 중 10명 중 3명은 중국산 테슬라를 구매했다. 차량 대수 기준으로는 약 5만1,000대로 추정된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등 일부 지방 정부에서는 전기차 구매자에게 수천 달러에 달하는 추가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캐나다의 자동차 산업 단체들은 정부에 강력한 항의를 전달하고 트뤼도 총리에게 미국의 관세 인상 조치를 따르고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더 많은 행동을 취해 달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테슬라뿐만 아니라 향후 중국산 저가 전기차가 시장에 넘쳐날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 조처가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렴한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심↑
한편 지난해 12월 캐나다는 화석 연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오는 2035년까지 모든 신차의 ‘화석 연료 탈출’을 의무화한다고 발표했다. 갑작스러운 변화로 인한 혼란 방지를 위해 캐나다 정부는 순수 전기차뿐 아니라 전기 충전으로 최소 80㎞ 주행이 가능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을 ‘무공해 차량’ 범주에 포함했다.
당시 공개한 규정에 따르면 2026년까지 신차의 20%를 전기차로 전환하고 2030년에는 그 비중을 60%까지 확대한다. 이후 2035년에는 캐나다 내 모든 차량을 전기차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일반 승용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럭을 포함한 모든 차종이 의무화 대상이며 긴급 차량은 의무화 대상에서 제외됐다.
지난해 캐나다에서는 약 18만5,000대의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가 등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50%가량 증가한 수치이지만 여전히 신차의 11%에 불과하다. 이에 캐나다 정부는 전기차 산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해 주요 기업의 생산시설을 유치하고 저렴한 전기차 공급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미 중국 자동차업체 BYD는 온타리오주에 전기버스 조립공장을 세웠고 일부 지역에서 운행도 하고 있다.
전기차 구매 시 지급하는 리베이트와 맞물려 캐나다 내에서 저렴한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미국과 같은 100%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해도 중국산 전기차는 가격이 4만 달러 이하여서 여전히 가격 경쟁력에서 다른 기업을 앞설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일례로 중국산 MG4 전기차의 기본모델은 독일에서 약 4만2,000달러에 판매되는 반면, 유사한 사양의 폭스바겐 전기차는 6만 달러(약 8,300만원)가 기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