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EU 대상 ‘무역 장벽’ 조사 착수, 반보조금 조사·관세 폭탄에 맞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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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상무부, EU의 자국 기업 부당 조사 여부 조사
EU산 돼지고기, 차, 브랜디 이어 보복 범위 확대
EU의 태양광 무역 조사 및 관세 폭탄 보복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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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당국이 유럽연합(EU)을 상대로 철도 기관차와 태양광, 풍력 등 제품의 무역 장벽 조사에 착수했다.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EU의 ‘관세 폭탄’ 잠정 조치 이후 사실상 중국의 맞불 조사로, 양측의 무역 갈등이 격화하는 모습이다.

中 상무부, EU 무역 장벽 조사 실시

중국 상무부는 10일(현지시간) “EU는 ‘외국 보조금 규정’에 따라 중국 기업에 대한 예비 검토, 심층 조사, 기습 검사와 같은 관행을 채택하고 있다”며 “이러한 관행에 대한 무역·투자 장벽 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조사는 설문조사, 공청회, 현장실사 등을 거쳐 진행된다”며 “조사 대상에는 철도, 태양광, 풍력, 안전검사 설비 등이 포함된다”고 전했다. 다만 최근 EU와 중국의 무역 분쟁을 촉발한 전기차 부문은 따로 거론하지 않았다. 이번 무역 장벽 조사는 6개월 안에 완료될 예정이나, 특수한 상황이 있다면 내년 4월까지 3개월 더 연장할 수 있다고 상무부는 덧붙였다.

앞서 중국 상무부는 지난달 27일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는 EU의 관련 처사가 중국 기업의 대유럽 수출·투자·경영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준 것에 고도로 주의를 기울이고 있고, 여러 차례 강한 불만과 단호한 반대의 뜻을 표했다”며 이미 무역 장벽 조사 신청 자료를 접수해 심의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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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집행위의 FSR 조사·관세 폭탄에 대한 보복

중국의 이번 조치는 EU의 역외보조금 규정(Foreign Subsidies Regulation·FSR) 조사에 따른 보복 성격이다. EU의 행정부격인 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부터 세계 기업들을 상대로 FSR 준수 여부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FSR은 과도한 제3국 보조금을 받은 외국 기업이 EU 내에서 기업결합이나 공공 입찰에 참여하는 것에 제동을 걸기 위한 법으로, 외국기업은 과거에 받은 보조금을 의무적으로 EU 집행위에 신고해야 한다. EU 집행위 직권 조사 결과 대상 기업이 불공정 보조금을 수령한 것으로 결론이 나면 기업 인수합병이나 공공 입찰 참여가 제한된다.

특히 작년 7월 FSR이 전면 시행된 이후 3건의 조사가 이뤄졌는데, 모두 중국 기업이 대상이었다. 첫 조사 대상 기업은 불가리아 공공조달 입찰에 참여했던 중국 국영 열차제조업체 중처그룹(CRRC)의 자회사 중처쓰팡(中車四方)으로, 20량의 전기 열차 유지 보수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로젝트였으나, 집행위의 조사가 시작되자 중국 당국으로부터 20억 달러(약 2조7,600억원)의 보조금을 받았다며 먼저 사업 참여 계획을 전면 철회했다. 이후 올해 4월에는 중국 풍력터빈 공급업체에 대한 새로운 조사에 착수했다. 대상은 스페인·그리스·프랑스·루마니아·불가리아 풍력발전단지 개발과 관련된 중국 기업이었다. 하지만 새벽에 이뤄진 급습 조사라는 점에서 당시 EU 주재 중국 상공회의소가 EU 집행위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태양광 패널과 전기자동차를 필두로 시작된 EU 집행위의 중국산 반(反)보조금 조사는 최근 플라스틱·전동차·풍력터빈 등으로 그 대상을 넓혀가고 있다. EU는 2022년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를 줄이면서 역내 녹색산업 전환을 가속하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저가 중국산 태양광 패널 수입 증가로 홍역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산이 유럽 시장을 잠식하면서 EU 역내 기업들은 고사 직전에 몰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산 전기차도 EU가 골머리를 앓는 대상이다. 중국이 수십년간 막대한 보조금 뿌리며 자국의 CATL(닝더스다이)과 비야디(BYD)를 세계 점유율 1, 2위 전기차 배터리 업체로 육성하는 한편, 2009년부터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전기차 구매세 인하 조치로 세계 전기차 시장을 장악한 뒤 유럽 시장으로도 몰려들고 있어서다.

중국의 공세가 거세지자 EU 집행위는 지난달 12일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반보조금 조사 잠정 결론을 토대로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이달 4일에는 향후 4개월간 적용할 잠정 상계관세율을 17.4∼37.6%로 결정하기도 했다. 이 기간 EU 27개국은 투표를 거쳐 잠정 관세를 향후 5년간의 확정 관세로 전환할지를 의결할 예정이다. 잠정 상계관세는 EU의 기존 관세 10%에 추가 적용되는 만큼, 4개월 동안 중국산 전기차에 부과되는 총관세율은 27.4∼47.6%가 된다.

중국이 EU 무역 압박 대항하는 법

이에 중국은 지난달 EU의 관세 인상 계획 발표 후 정부 당국과 기업 단체, 관영매체 등을 동원해 EU의 보조금 조사가 ‘차별적’ 성격을 띤 데다 EU 측이 중국 업체들에 고압적으로 과도한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같은 달 유럽산 돼지고기와 돼지 부산물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하는가 하면, 유제품에 대한 조사 가능성도 예고하며 맞불을 놨다. 아울러 올해 1월 시작한 EU산 브랜디 반덤핑 조사에도 속도를 내는 등 각종 ‘보복 수단’을 잇따라 꺼내든 상태다.

중국의 보복 조치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중국 정부는 보복 관세를 허용하는 새로운 관세법을 제정하고 자국 전기차에 유리한 보조금 정책인 ‘자동차 이구환신(以舊換新·낡은 제품을 새것으로 교체 지원) 보조금 시행 세칙’을 발표했다. 올해 연말까지 중국 소비자가 자동차를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교체하면 최대 1만 위안(약 19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실제 해당 정책으로 자국 전기차 제조사 BYD 등 중국 토종 기업들이 상당한 혜택을 볼 전망이다. 중국 내수 시장에서 중저가 전기차 시장은 이미 토종 브랜드가 장악했기 때문이다. 보조금을 등에 업고 중국의 자동차 수출도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지난해 전기차를 필두로 자동차 490만 대를 수출해 전통적 자동차 수출 강국인 일본을 제치고, 새로운 세계 1위 자동차 수출국으로 부상했다. 올해도 중국의 자동차 수출은 20%대 증가율을 기록하며 서방의 제재에도 보란 듯이 성장 가도를 이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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