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첫 취업까지 11.5개월, 3년 이상 미취업자도 10%에 육박
청년층 미취업자 129만 명, 3년 이상 미취업자도 23만 명
청년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 시험 준비자도 3년째 감소
취업 준비 분야는 일반 기업체 29.7%, 공무원에 첫 역전
15~29세 청년층이 첫 일자리를 구하는 데 1년 가까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층의 고용률이 절반에 못 미치는 가운데 3년 이상 취업을 못 한 청년은 23만 명을 넘어섰고 구직활동 자체를 아예 포기한 ‘니트족(NEET,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도 40만 명 대에 진입했다. 청년 노동시장의 상황이 갈수록 악화하자 정부가 일자리 미스매치(불일치) 해소 등의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개선 효과는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졸업 후 취업까지 10.4개월→11.5개월 ‘역대 최장’
1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5월 경제활동인구 청년층 부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으로 15~29세 임금근로자가 첫 취업에 성공하는 데 걸린 기간은 평균 11.5개월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보다 1.1개월 늘어난 수치로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역대 가장 긴 기간이다.
학력별로 살펴보면 고졸 이하가 첫 취업에 걸리는 기간은 지난해 1년 2.8개월에서 올해 5월 기준 1년 5.6개월로 2.8개월 늘었다. 대졸 이상도 같은 기간 8.2개월에서 8.3개월로 0.1개월 길어졌다. 최종학교 졸업자 가운데 5월 기준 취업하지 않은 사람은 129만 명으로 지난해보다 2만9,000명 증가했다. 이 가운데 18%인 23만8,000명은 3년 이상 취업을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층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취업 시험 준비자는 56만5,000명으로 지난해보다 6만9,000명 줄어 3년째 감소세를 보였다. 비경제활동인구 406만6,000명 중 취업 시험 준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3.9%로 3년째 하락했다. 취업 준비 분야를 살펴보면 일반 기업체가 29.7%로 가장 많았고, 이어 일반직 공무원 23.2%, 기능 분야 자격증 및 기타 분야 18.9%, 고시 및 전문직 12.7%, 언론사 및 공영기업체 11.8%의 순으로 나타났다.
청년 고용률 46.9%, 취업 포기자도 40만 명에 달해
문제는 청년 취업 시장 자체가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2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6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15~29세 청년 취업자는 383만2,000명으로 고용률은 46.9%로 나타났다. 전년 동월 대비 17만3,000명이나 감소한 수치로 전체 고용률이 70%를 넘어선 것과 비교해도 상당히 낮은 수치다. 실제로 청년 취업자 수는 지난 2022년 11월 5,000명 감소한 이후 19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그냥 쉰다’고 응답한 청년의 수가 40만 명대에 달하며 증가세로 돌아섰다. 니트족으로 불리는 이들은 구직 활동을 하지 않아 실업률에는 잡히지 않는 ‘취업 포기자’로 분류된다. 최근에는 미취업 상태가 장기화된 20대 니트족이 늘어나면서 핵심 노동층인 30대 니트족의 증가세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통계청은 “청년층과 30대의 경우, 원하는 일자리가 나타날 때까지 대기하는 경향이 있어 니트족 증가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에게 얹혀사는 청년층도 늘고 있다. 2022년 기준으로 한국에서 부모에게 얹혀사는 20대 비율은 8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 1위를 기록했다. OECD 평균 50%보다 31% 높은 수치다.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2030 캥거루족의 현황 및 특징’ 연구에 따르면 25~34세 청년 중 부모로부터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캥거루족은 2020년 기준 66.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절반 이상의 청년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학업을 마친 후에도 부모의 양육을 받고 있는 것이다.
노동시장 미스매치 해소, 1조원 투입에도 효과 미비
전문가들은 청년층이 취업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지각 사회’의 원인으로 일자리를 둘러싼 청년과 기업 간의 미스매치를 꼽는다. 글로벌 경쟁과 저성장에 노출된 기업들이 검증된 경력 사원을 선호하면서 신입 사원을 뽑는 취업 문은 바늘구멍처럼 좁아졌는데, 취업 준비생들은 임금이나 근로 조건이 좋은 대기업·전문직을 선호하기 때문에 취업 경쟁이 갈수록 심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청년층 일자리의 질은 크게 악화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5월 기준으로 고용의 질을 평가하는 상용직은 전년 동월 대비 19만5,000명 줄어들어 최근 10년 새 가장 큰 감소 폭을 기록했다. 반면 시간제 일자리는 23.4%로 2.0%P 늘어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대 비중을 차지했다. 정부가 청년 노동시장의 미스매치를 해소하기 위해 1조원의 예산을 들여 청년 취업 지원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대부분 신청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구직활동 자체를 하지 않는 ‘니트족화(化)’를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일각에서는 저성장과 고임금 시대에 니트족화는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청년층의 취업 포기는 비단 한국만의 상황이 아니다. 일본에서는 저성장이 장기화하면서 부모에게 얹혀살며 생활비를 받아 쓰는 20대를 뜻하는 ‘패러사이트 싱글(기생충 독신)’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OECD 회원국 중 부모에게 얹혀사는 청년층의 비중이 한국에 이어 2위에 오른 이탈리아도 30~40대 자녀가 부모 신세를 지는 ‘밤보치오니(다 큰 아기)’ 현상으로 몸살을 겪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