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등 배달 플랫폼 ‘불공정 거래’ 집중 조사 나선 정부, 간편결제사에 불똥 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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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 배달 수수료 3.0%p 기습 인상, 정부서도 불편한 기색 감지
현장조사 나선 공정위, 배달 플랫폼 규제·모니터링 강화 움직임도
간편결제사 수수료율 체계 손질 본격화, 업계선 "판이한 사업 구조 고려해야"
Baedal Minjok PE 20240718

공정거래위원회가 중개 수수료를 인상한 배달 플랫폼 3사에 대한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이들 3사의 불공정 거래 행위 혐의를 들여보다겠단 취지다. 특히 최근 중개 수수료 인상을 감행한 배달의민족이 그동안 거래상 우월한 지위를 남용했는지 여부를 중점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다.

공정위 배달 플랫폼 3사 현장조사 실시

18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전날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과 요기요, 쿠팡이츠 본사에 조사관을 파견해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불공정 거래 행위 정황을 포착하고 조사에 나선 것이다. 현재 국내 배달 플랫폼은 이들 3사가 사실상 장악한 상태다. 지난해 기준 배민과 요기요, 쿠팡이츠의 시장 점유율은 각각 65%, 20%, 15%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런 가운데 지난 10일 배민은 입점업체에 부과하는 배달 수수료를 현행 6.8%에서 9.8%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배민이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전면에 내세워 소위 ‘갑질’을 하고 있단 정황이 포착된 셈이다. 공정위는 이번 조사가 배민의 배달 수수료 인상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배민의 일방적인 수수료 인상에 외식업 자영업자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는 만큼 영향이 없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내부에서도 배민의 기습 수수료 인상에 대한 불편한 기색이 감지된다. 정부가 지난 3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소상공인 지원·보호 차원에서 수수료와 배달비 경감 방안을 자율상생협의체를 통해 논의하겠다”고 발표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수수료 인상안을 발표한 탓이다. 자영업자 소상공인의 수수료·배달비 부담 경감을 강조했던 정부로선 면이 서지 않게 됐다.

배달료 지원마저 ‘결국 자영업자가 아닌 배민의 수입으로 환원될 것’이라는 비판도 피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물가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는 시기에 수수료 인상 발표를 했다는 점과 인상률 수준이 자영업자에게 상당한 부담을 준다는 점, 인상 결정 과정이 일방적이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자율 상생이라는 게 실제로 구현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렇다 보니 최근 공정위 차원에서 배민을 포함한 배달 플랫폼 업체에 대한 규제와 모니터링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는 모양새다. 공정위 관계자가 직접 “사업자들의 불공정 거래 행위 여부 등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경쟁사 대비 수수료 낮은 배민, 압박에도 부담 크진 않을 듯

다만 정부의 전방위적 압박이 심화해도 배민 측에 큰 부담이 되진 않을 수 있단 의견도 적지 않다. 애초 이번에 올린 수수료율인 9.8%도 경쟁사인 쿠팡이츠(9.8%), 요기요(12.5%)와 같거나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도 “수수료 인상이 소폭에 그쳐 소상공인의 매출액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번 수수료 인상이 배민 입장에선 고육지책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배달 플랫폼 간 무료배달 경쟁은 심화하고 있어서다. 배민은 수도권 내에서 알뜰배달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고, 경쟁사인 쿠팡이츠는 유료 멤버십인 와우 회원을 대상으로 무제한 무료배달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결국 수익성을 갉아먹는 무료배달 서비스의 비중이 높아지는 만큼 배달 수수료율을 올리는 건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수 있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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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플랫폼 십자포화에 간편결제사도 ‘가시방석’

이에 배달 플랫폼과 연계된 간편결제 서비스 사업자 역시 ‘불똥’을 피해 가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이 간편결제사 수수료율 체계 손질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어서다. 정치권이 ‘간편결제사 때리기’에 나선 건 간편결제 수수료가 카드 결제 수수료보다 높아 소상공인의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영세 가맹점(연간 매출액 3억원 이하) 기준 일반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0.5% 수준이다. 반면 한국핀테크산업협회가 공시한 주요 핀테크 업체 9곳의 지난 1월 기준 영세 가맹점 대상 카드 결제 기반 수수료율은 온라인 기준 0.83~1.5%다. 카드사 수수료와 가장 높은 배민페이(1.5%)를 비교하면 수수료가 최대 3배까지 차이가 난다.

영세 가맹점 기준 카드 수수료율이 가장 낮은 네이버페이의 수수료는 0.83%며 카카오페이는 0.89%, 토스페이는 0.90% 수준이다. 포인트를 충전해서 사용하는 선불전자지급수단 결제 수수료율은 0.88~3.00%로, 가장 높은 배민페이(3.00%)와는 3배 넘게 차이가 났다. 배민페이는 배민 플랫폼에서만 독점적으로 사용되는 간편결제 시스템이다. 수수료를 낮출 유인이 없고 식당을 운영하는 업체들은 배민페이 수수료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독점 구조를 갖고 있어 높은 수준의 수수료율이 유지되고 있다. 쿠팡·쓱페이 등도 플랫폼 내에서 독점적으로 쓰여 수수료가 높은 편이다.

이에 반해 네이버·카카오·토스페이의 경우 좀 더 현금처럼 범용적으로 쓸 수 있다. 이들은 수수료에서 수익을 얻기보다는, 고객들을 끌어모으는 수단으로 간편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배민페이 등 각 플랫폼의 독자적인 간편결제 시스템과 네이버·카카오페이 등 사업자의 사업 구조 자체가 다르단 의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간편결제 서비스 사업자들은 배달 플랫폼 규제가 강화하면서 여타 간편결제 서비스까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를 쏟아낸다. 간편결제사 관계자는 “모든 사업자들이 ‘간편결제사’라는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여 수수료가 공시되고 있지만, 실제론 수수료 차이가 크다”며 “독점 플랫폼을 이용하는 배민·쿠팡·쓱페이 등과 네이버·카카오·토스페이는 전혀 다른 사업을 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고, 이를 구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카드수수료 0.5% 또한 오프라인 결제 기준으로, 온라인에서 결제하면 카드사의 수수료 또한 높아진다”며 “카드사에 비해 간편결제사의 수수료가 크게 높다는 비교도 잘못됐다”고 덧붙였다. 배달 플랫폼의 폐단을 억제하기 위한 정책에 적정한 수준으로 사업을 영위하던 간편결제사들까지 끌어들여선 안 된다고 역설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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