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경제 2분기 성장률 -0.2% ‘6분기 만에 역성장’, 하반기에도 내수 부진 회복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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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전 분기 '깜짝 성장'으로 기저효과 영향 커
상반기 성장률 2.8%로 당초 전망치보다 낮아
올해 성장률 전망치 달성의 관건도 내수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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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분기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이 직전 분기 대비 역성장했다. 분기 기준으로는 2022년 4분기 이후 1년 6개월 만에 마이너스 성장률로 전환했다. 성장을 견인했던 수출은 여전히 상승세를 유지했지만, 수입이 더 많이 늘어나며 순수출 기여도가 크게 하락했고, 실질 국민총소득(GDI)도 전기 대비 1.3% 하락하면서 1분기의 높은 증가 폭을 되돌렸다. 지난 1분기 실적이 1%를 넘어서며 ‘깜짝 성장’한 기저효과와 부진한 내수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민간소비 0.2% 감소, 수출 회복세에도 내수 부진 ‘경고음’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민소득(속보)’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실질 GDP 성장률이 직전 분기 대비 0.2% 줄었다. GDP가 분기 기준 역성장을 기록한 것은 2022년 4분기 -0.5%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 분기별 GDP 성장률은 지난해 1분기 0.4%, 2분기 0.6%, 3분기 0.8%, 4분기 0.5%에 이어 올해 1분기 1.3%까지 다섯 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이어오다가 2분기 감소 전환했다.

부문별로 보면 민간소비는 승용차·의류 등 재화 소비가 부진하면서 0.2% 감소했고, 설비투자도 반도체 제조용 장비 등 기계류를 중심으로 2.1% 축소됐다. 1분기에 3.3% 증가하며 성장을 주도했던 건설투자도 1.1%로 성장 폭이 둔화했다. 수출이 자동차·화학제품 등을 중심으로 0.9% 증가했지만, 원유·석유제품 등을 중심으로 수입이 1.2% 늘어나면서 수출을 웃돌았다. 정부 소비도 물건비를 중심으로 0.7% 늘었다.

2분기 성장률에 대한 기여도를 보면 건설투자 -0.2%p, 설비투자 -0.2%p, 민간 소비 -0.1%로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성장률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 1분기 기여도가 0.8%p에 이르던 순수출도 수출보다 수입이 크게 늘면서 2분기 성장률을 0.1%p 깎아내렸다. 정부소비 기여도는 0.1%p로 유일하게 성장률을 끌어올렸다.

업종별 성장률은 농림어업이 5.4%로 가장 높았고, 제조업도 0.7% 증가했다. 반면 건설업은 건물·토목 건설이 5.4% 급감했고, 전기·가스·수도업도 수도·하수·폐기물처리·원료 재생업 등을 위주로 0.8% 역성장했다. 서비스업의 경우 운수업은 늘었지만, 정보통신·도소매·숙박음식업 등이 부진하면서 1분기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한은 관계자는 2분기 성장률에 대해 “직전 분기 큰 폭의 성장에 따른 기저효과의 영향으로 역성장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로는 2.3%로 플러스를 유지했다”며 “상반기 성장률도 전년 동기 대비 2.8%로 2022년 상반기 이후 가장 높다”고 설명했다. 한편 2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 증가율은 -1.3%를 기록했다. 실질 GDP 성장률 -0.2%와 비교하면 감소 폭이 여섯 배 이상 크다. 한은은 GDI 또한 1분기 성장에 대한 기저효과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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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철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이 7월 25일 한국은행 별관 1층 기자실에서 열린 기자설명회에서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 성장률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인플레이션 둔화 지속되면 하반기 소폭이나마 내수 회복 기대

전문가들은 2분기 역성장을 두고 직전 분기 기저효과 등을 감안하더라도 하반기 성장률의 반등을 위해서는 민간소비와 투자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결국 연간 성장률 목표치 달성의 관건은 ‘내수 회복’에 있다는 것이다. 지난 5월 한은이 발표한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5%다. 반기별로 나눠 살펴보면 상반기 2.9%, 하반기 2.2% 성장할 것으로 추산된다. 상반기 성장률은 2.8%로 전망보다는 소폭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한은은 이날 내수 회복을 전제로 성장률 전망치 달성이 가능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브리핑을 통해 “하반기에도 수출이 호조를 이어가는 가운데 그동안 내수 회복을 짓눌렀던 고물가·고금리 요인이 점차 완화될 것”이라며 “내수 부진에서 완전히 벗어난다고 보긴 어렵지만 민간 부문이 소폭이나마 개선되고 설비투자를 중심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연간 성장률 전망치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정부의 예상이 맞아 들어가려면 물가가 최근 흐름대로 둔화세를 이어가고,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린다는 선행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 이날 신 국장도 “민간소비 개선 요인 중에는 물가 부담이 줄어드는 것이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 7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년 4개월 만에 2%대로 내려오면서 내수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으나, 기준금리 인하 압박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가계부채 증가, 부동산 가격 상승세 등 계속되는 시장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금융통화위원회 결정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로 내수 회복 쉽지 않을 듯, 강력한 부양책 필요

이런 가운데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정부와 달리, 수출 회복세로 내수 위축이 일시적으로 완화됐지만 누적된 고금리의 영향으로 올해 내수가 충분히 회복되기는 어렵다는 전망을 내놨다. 지난 5월 최근 20년간 금리와 소비 간 관계를 분석한 KDI의 현안 보고서에 따르면 금리 인상의 효과는 즉각적으로 국민 체감경기에 반영되지 않고 시차를 두고 나타나 상당 기간 지속된다. 정책금리가 1%p 인상되면 민간소비가 3개 분기 후 0.7%p 감소하고 그 효과는 9개 분기 지속되며, 설비투자는 정책금리 1%p 인상에 3개 분기 후 최대 2.9%p 감소하고 그 영향이 8개 분기 지속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토대로 최근의 내수 변화에 대해 분석한 결과, 지난해 상반기에는 수출 급락의 영향으로 내수가 위축되기 시작했고 하반기 들어서는 금리 인상 효과가 시차를 두고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내수 위축이 심화했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장기간 이어진 긴축 통화 기조에 내수 회복이 제약되는 측면이 있다”며 “금리 정책이 내수와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파급효과의 시차를 감안해 선제적인 통화정책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KDI는 정부의 통화정책과 함께 내수 부양책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내수가 부진할 때는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경기를 떠받치는 정책을 전개한다. 서민 경제가 살아나고 중산층이 소비를 할 수 있도록 이들의 가처분소득을 늘리는 방향으로 주머니를 채워 주는 것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취임 이후 계속된 공격적인 부자 감세로 정부 재정의 기초 체력이 이미 허약해져 경기 대응 능력에 구멍이 났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의 세수펑크를 내면서 지출 예산 가운데 45조7,000억원을 집행하지 못했고 정부의 지출 감소는 내수 부진으로 이어졌다.

문제는 올해도 이런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는 점이다. 2024년 총지출 예산은 전년 대비 2.8% 늘어났는데, 이는 2005년 이후 최저 증가율로 물가 상승률 등을 고려하면 감액 예산이나 마찬가지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건전재정을 강조하면서도 ‘퍼주기식 부자 감세’로 세수를 확보하지 못해 결국 지출을 줄이는 악순환이 지속되면서 내수 침체가 길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뒤늦게 내수 부진을 떨쳐내기 위해 공공부문 건설투자 15조원 추가 투·융자 지원 등 부양책을 내놓고 있지만 내수 부진의 큰 흐름을 바꿀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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