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부동산 PF 연체액, 3개월 새 2.6조원 폭증 “재정 건전성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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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브릿지론 연체율 10% 돌파, 저축은행 토담대 20.18%
캐피털 연체율 5% 돌파, 위험 노출 높은 중·후순위 비율 30%
고금리 장기화 및 부동산 PF 부실 직격탄 지방은행도 경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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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분기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관련 대출 연체액 증가폭이 2조6,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저축은행의 토지담보대출 연체율이 1분기 말 기준 20%를 넘어서는 등 건전성 악화 우려가 높아졌다. 금융당국이 내달 본격적인 수술에 나서는 가운데, 지방은행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지방은행의 경우 기업 대출의 절반가량이 부동산·건설업에 쏠려 있는 상황인데, 지방 주택시장 침체로 부실 우려 사업장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토담대 연체율 20% 상회, 브릿지론 연체도 10%대

금융당국은 지난달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3차 부동산 PF 연착륙 대책 점검회의’를 열고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 추진 상황을 점검했다. 아울러 이날 당국은 처음으로 브릿지론·본PF의 잔액과 연체율 등을 대외적으로 공개했다. △사업성 평가 △대주단협약 개정 △신디케이트론(공동대출) 조성 등 부동산 PF 연착륙 대책이 본궤도에 오른 점을 고려해 앞으로 PF 대출을 브릿지론과 본 PF로 나눠 잔액·연체율을 공개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또 토담대 잔액과 연체율도 주기적으로 공개하기로 했다. 토담대는 사업 초기 토지를 담보로 잡고 대출하는 상품으로, 사업성을 보고 대출하는 브릿지론과 근본적으로 큰 차이는 없지만 한도 규제나 충당금 규제 수준이 낮고 정확한 수치도 공개되지 않아 부동산 PF의 숨겨진 부실로 꼽혀 왔다.

이날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분기 말 기준 금융권 부동산 PF 대출 중 본PF 대출잔액은 116조8,000억원으로 규모가 가장 컸다. 브릿지론은 17조4,000억원이며, 토담대는 27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연체율을 기준으로는 토담대가 12.96%로 가장 높았고, 브릿지론은 10.14%, 본PF는 2.57%였다. 특히 저축은행 토담대는 1분기 말 기준 연체율이 무려 20.18%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말 9.91%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대출잔액을 통해 추산한 연체액도 같은 기간 1조2,000억원에서 2조3,000억원으로 석 달 만에 1조1,000억원이나 늘어났다.

대출잔액과 연체율을 통해 추산한 부동산 PF(본PF·브릿지론)와 토담대 연체액도 지난해 말 5조8,000억원에서 1분기 말 8조4,000억원으로 석 달 만에 2조6,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권은 본PF와 브릿지론, 토담대 연체 규모를 감안하면 정리해야 할 PF 부실 사업장이 7조~8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새마을금고 역시 3조원 내외 부실 PF를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캐피털사 부동산 PF 대출 연체액, 1조 이상 증가

캐피털사의 연체율 상승세도 가파르다. 올해 3월 말 기준 여신전문금융업계의 부동산 PF 연체율은 5.27%, 연체액은 1조3,400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이 중 캐피털사의 비중이 90%에 달한다. 여신전문금융사 중 주로 캐피털사들이 부동산 PF 대출 사업에 대거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말 캐피털업계의 부동산 PF 연체율은 0.47%, 연체액은 900억원이었으나, 1년 새 각각 4.80%포인트, 1조2,500억원 늘었다. 캐피털업계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은행권과 보험업계 다음으로 3위지만, 연체액만 놓고 보면 증권업계에 이어 2위다.

연체 규모도 문제지만 대출의 질적 구성이 낮다는 점이 위험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캐필털사는 다른 2금융권 대출과 비교해 중·후순위 비율이 높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캐피털업계의 전체 부동산 PF 대출 가운데 중·후순위 비율은 30%에 이른다. 반면 캐피털업계와 함께 부동산 PF 잠재 위기 진원지로 거론되는 저축은행업계의 중·후순위 비율은 11%로 캐피털의 3분의 1 수준이다.

국내 부동산 PF 사업은 선순위 출자자의 자금 회수가 모두 이뤄진 후에야 중·후순위 출자자도 돈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즉 부동산 PF 중·후순위 비율이 높을수록 대출 자금을 돌려받지 못할 익스포저(위험 노출액)가 크며 대출의 질도 낮다는 의미다. 더 큰 문제는 예상 손실 규모에 비해 캐피털업계가 쌓은 대손충당금 규모는 부족한 편이란 점이다. 손실 시나리오에 따라 최소 2조원에서 3조5,000억원의 대손충당금을 더 쌓아야 하지만, 캐피털업계가 지난해 말 기준 쌓아 놓은 충당금은 1조5,000억원 규모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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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 밀집 지방은행, 건전성 지표 최악

이에 금융 당국은 부실 사업장에 대한 정리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부동산 PF 정상화를 위한 옥석가리기로, 사업성 평가 기준을 강화해 사업성이 있는 PF 사업장은 지원하고 사업성이 없는 곳은 경·공매를 통해 신속하게 정리하겠다는 구상이다. 앞서 금감원은 부동산 PF 사업 규모가 큰 캐피털사 4곳(신한·OK·KB·한국투자)을 현장 점검하며 강화된 사업성 재평가 실시 현황을 파악, 재평가에서 유의(3등급) 또는 부실우려(4등급) 등급을 받은 사업장에 대해 재구조화 및 정리 계획을 제출하라는 지침을 내려보냈다. 또한 각 사에 2분기 실적 발표 전 대손충당금을 더 쌓으라고 주문했다.

이와 함께 당국은 PF 사업성 재평가 현장점검 대상을 지방은행을 중심으로 확대했다. 지방은행의 주요 건전성 지표가 ‘최악’을 가리키고 있어서다. 지방은행은 특히 PF 부실화 여파에 민감한 곳으로 꼽힌다. 일반적으로 지방 건설 사업장 대주단에는 지방은행이 들어가는데 지방의 부동산 경기 악화로 미분양이 급증하면서 부실우려 사업장이 대폭 늘어난 탓이다.

실제로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기준 6개 지방은행(경남·광주·아이엠·부산·전북·제주)의 건설업·부동산 대출 잔액은 40조원에 이르렀고, 올해 1분기에는 42조9,230억원으로 늘었다. 1년 새 3조원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연체율도 무섭게 치솟았다. 지방은행 6곳의 올해 1분기 연체액은 1조3,771억원으로 금감원이 관련 통계를 공개한 2008년 이후 최대치이자, 코로나19 사태로 경기가 움츠러든 2020년 1분기(9,855억원)보다 심각한 상황이다. 올해 1분기 대손충당금도 2조1,130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6,000억원) 대비 5,000억원가량 증가했는데, 향후 지방은행이 쌓아야 할 충당금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사업장이 부실우려 판정을 받으면 대출금의 75%를 충당금으로 적립해야 하기 때문이다.

당국은 또 대부분 대출로 돌려막는 시행사의 자금 조달 구조 개선에도 나선다. 그간 국내 시행사는 자기자본 10% 정도만 가지고, 나머지는 대출로 자금을 조달해 PF 사업을 영위해 왔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입주자의 돈으로 본PF와 브릿지론 단계의 대출금을 모두 상환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하지만 입주자가 감소하고 고금리 기조에 따라 PF 대출 금리가 급등하면서 건설사는 PF 단계에서 빌린 돈을 상환하기 어려워졌고, 결국 사업을 중단하는 부실 사업장이 속출했다. 돈을 돌려받아야 하는 금융사들의 건전성까지 나빠지는 악순환이 시작된 배경이다. 이에 정부는 시행사의 자기자본을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책임 준공 등 시공사인 건설사가 모든 리스크를 떠안는 구조로 개선에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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