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비사업 기간 획기적으로 단축해 주택공급 확대”
기재부·국토부 등 '제2차 부동산 시장 점검 TF' 개최
공공주택 확대, 정비사업·인허가 규제 완화 등 논의
이달 구체적인 방안 담은 '추가 주택공급 방안' 발표
정부가 재개발·재건축 등 주택 정비사업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마련한다. 이와 함께 국토교통부와 각 지방자치단체 간 협의를 통해 인허가를 지연시키는 규제를 찾아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주택공급의 핵심 물량을 신속히 공급하기 위한 조치로 정부는 이달 발표하는 ‘추가 주택공급 확대 방안’에 구체적인 내용을 담기로 했다.
주택공급 위해 대기물량 해소·착공 물량 확대에 주력
1일 정부는 ‘제2차 부동산 시장 및 공급 상황 점검 태스크포스(TF)’를 열어 최근 주택시장 동향을 점검하고, 이달 발표 예정인 추가 주택공급 확대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기획재정부, 국토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관계 부처와 유관기관이 참여했다. 정부는 특히 주택 추가 주택공급과 관련해 활용 가능한 정책 수단을 적극 고려하고 공공주택 공급 확대와 정비사업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먼저 정비사업 관련해서는 전문가 파견·중재를 통해 공사비 조정 합의를 적극 지원해 착공 대기 물량을 해소하고, 정비사업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이달 발표되는 추가 주택공급 확대 방안에 담을 예정이다. 이와 함께 국토부가 개최하는 기초자치단체 인허가 협의회를 8월 중 수도권부터 권역별로 개최해 인허가를 지연시키는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LH의 공공주택 공급 확대도 강화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2월 LH는 올해 주택공급과 관련해 주택 인허가 10만5,000 가구와 건설형 주택 착공 5만 가구를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인허가 물량은 전년 대비 25% 증가했고 착공 물량은 4배 이상 큰 규모다. 여기에는 뉴홈 인허가 6만9,000가구, 3기 새도시 착공 1만 가구 등이 포함된다. LH는 공공주택이 실수요자들의 일정에 맞춰 차질 없이 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 측에서도 사업 승인부터 착공·준공·입주 등 공급과 관련된 전 단계를 밀착 관리하기로 했다.
투기 세력의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해서는 강력 대응 방침을 밝혔다. 정부는 지난달 18일 열린 부동산 관계 장관회의에 따른 후속 조치로 국토부·금융위·국세청·금감원·지자체 합동 현장점검반을 가동해 수도권 전 지역 점검에 나선다. 이를 통해 허위 매물·신고, 편법 증여·대출 등 위법행위 발생 여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국토부는 “최근 서울·수도권 일부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아파트 매매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투기 수요 유입으로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지 않도록 경계하면서 예의주시하겠다”고 강조했다.
올해 초, 사실상 안전진단 폐지하며 정비사업 속도전
정부가 정비사업 규제 완화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총선을 앞둔 올해 1월 국토부는 빠른 정비사업 추진을 위해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발표한 바 있다. 지난해 1월 안전진단 개선 방안을 내놓은 지 1년 만이었다. 당시 정부는 준공 후 30년이 지난 아파트는 주민 선택에 따라 재건축 안전진단 없이 바로 사업 추진하고 사업 인가 전까지만 안전진단을 통과하도록 완화했다. 이와 함께 안전진단 배점 기준을 개선해 안전 측면 외에도 누수, 주차장 부족 등 노후화로 인한 주민 불편이 크면 재건축할 수 있게 했다.
기존에는 아파트를 재건축하려면 먼저 안전진단에서 위험성을 인정받아야 했기 때문에 이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조건을 충족할 때까지 수년간 일정이 지연되거나 리모델링으로 사업 방식을 바꿔야 했다. 이에 정부는 안전진단의 기준과 시기를 완화함으로써 사실상 안전진단을 폐지했다. 당시 국토부는 “재건축이 추진되는 단지에서 안전진단이 걸림돌이 되지 않게 하겠다”며 “안전진단 기준을 노후도, 생활 불편 중심으로 바꿀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와 함께 재건축조합 설립 시기를 앞당겨 사업 기간을 단축할 수 있게 했다. 정비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았더라도 아파트 준공 30년이 지났다면 바로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조합 설립을 신청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번 규제 완화로 평균 13년 정도 소요되는 사업 기간을 3년가량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신속통합기획을 적용받는 서울 내 재건축 단지는 최대 6년까지 단축이 가능할 전망이다.
아울러 재건축·재개발 사업 온라인 총회와 전자 의결을 확대했다. 기존에는 재건축·재개발 조합총회에서 안건을 의결하기 위해서는 조합원 10% 이상이 출석해야 했다. 조합설립 총회, 사업시행계획 변경 등 중요 사안은 조합원의 20%, 시공사 선정은 조합원 50% 이상 참석이 필수였다. 이 때문에 수천 가구에 달하는 대단지 조합이 현장 참석 총회를 개최하려면 비용은 물론, 의사결정 시간도 오래 걸린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정부는 모든 의결 과정에서 온라인 등 전자적 방식으로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게 했다. 다만 노인 등 비대면 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소외계층을 위해 기존 서면이나 대리인을 통한 방법도 유지하도록 했다. 총회 개최는 대면과 비대면 방식을 의무적으로 병행하도록 하고 온라인으로 총회에 참석해 투표하는 경우에도 조합원 직접 출석으로 인정하게 했다. 국토부는 이를 통해 사업 기간이 1년 정도 단축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정비사업은 규제보다 공사비·용적률 등 사업성이 관건
이렇듯 정부가 연이어 대대적인 정비사업 개선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사업성 개선이 동반되지 않으면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로 지난해 1월 안전진단 규제를 대폭 완화한 이후 지난해 160개가 넘는 단지가 재건축 안전진단을 통과했다. 하지만 높아진 공사비로 정비사업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에서는 정비사업 규제 완화와는 별개로 조합원들이 추가 공사비를 얼마까지 낼 수 있느냐가 사업성을 가르는 중요한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서울의 경우 높은 용적률도 걸림돌로 꼽힌다. 부동산 거래 플랫폼 다윈중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서울 시내에 30년 이상 아파트 단지는 635곳(41만2,195가구)으로 이 중 용적률 200% 이상인 단지가 51.3%에 이른다. 용적률 180% 초과 단지는 63.1%로 집계됐다. 일반적으로 부동산 업계에서는 재건축의 경우 용적률이 높을수록 일반 분양 가구 수가 적어 조합원의 추가 분담금이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용적률이 180% 이하인 경우만 사업성이 확보되는 것으로 판단한다.
더욱이 재건축·재개발은 규제보다는 부동산 경기에 영향을 크게 받는 터라 이번 조처에 따른 사업 촉진 효과는 제한적인 데 반해 수혜가 거론되는 일부 지역의 집값만 오르는 부작용만 커질 수도 있다. 실제로 현 정부 들어 안전진단 기준을 부분 완화한 뒤에도 목동·상계동 등 노후 대단지의 재건축 사업 진척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이런 까닭에 일각에서는 이번 조처로 개발 기대감만 높아지면서 노후 아파트 집값만 들썩일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