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외국인 노동력 관리 실패가 부동산 거품의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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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질의 일자리 축소에도 여전히 눈높이 높은 한국 청년들에 대한 지적 이어져
사무직 취업 경쟁력 없다는 사실 받아들이지 못해 현장직 일자리 부족하단 지적
외국인 노동력 공급 확대 시 노동 단가 하락으로 건설 비용 감소 기대
눈높이 안 낮추는 청년들 대신 외국인 노동력으로 건설업 수익성 증대 길 열어줘야
Seoul APT PE 002 20240801

건설 현장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을 보는 것은 이제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다. 현장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예전에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생산성이 모자란 탓에 보조 역할밖에 못 했는데, 노령의 국내 인력이 빠져나간 자리를 메워 넣기 시작하면서 더 이상 보조가 아닌 핵심 인력이 된 사례가 크게 늘었다고 답한다. 한국 건설 업계를 지탱하는 하나의 축으로 성장한 것이다.

일부에서는 외국인에게 임금을 적게 줘야 한다거나, 국내 인력을 더 뽑도록 건설 현장을 압박해야 한다는 주장들을 내놓기도 한다. 일용 잡부가 아닌 기능공들은 오전 6시에 출근해 오후 3시 전후까지 일하고 일당으로 적게는 25만원, 많게는 40만원씩을 받는데, 국내 인력들이 그 돈을 받아가면 국내 소비로 이어져 한국의 불경기를 이겨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느낀 경험에 따르면, 한국 청년들이 현장을 기피하고, 대체 인력으로 투입됐던 외국인 노동자들의 공급이 부족했기 때문에 인건비가 이렇게까지 오른 것이라는 결론 밖에 나오지 않는다.

나빠진 대외 여건에도 눈높이 조절 못하는 한국 청년들

경제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들 중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수출을 통해 국내에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기업의 숫자와 일자리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과거에는 국내 내수 시장만으로도 기업들이 충분히 일자리를 양산할 수 있었지만,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계기로 수입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지방의 섬유 기업들이 좌초하기 시작했고, 중국에 대부분의 저임금·고강도 노동 시장을 뺏긴 상황이 됐다. 심지어 최근 들어서는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등의 기술 제품들도 중국과 기술 격차를 유지하기 어려워지면서 사실상 한국 시장에서 노동 생산성만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기업이 거의 사라졌다. 글로벌 시장에서 매출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반도체나 자동차 산업을 비롯해 주요 식품, 문화 상품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한국 기업은 많지 않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처럼 구직자들이 찾는 대기업 일자리마저 줄어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눈높이를 조절하지 않는 한국 청년들이 여전히 많다. 청년 백수 400만 명 시대라는 통계청 발표에 대해 한 건설 현장 관계자는 “그중에 100만 명만 현장에 나와도 노동 단가가 20%는 빠질 것”이라며 최근 건설 현장에서 임금 상승으로 인한 비용 압박의 원인 중 하나가 노동 공급 부족이라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한 학원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문화, 예술 같은 분야는 위험성이 높다며 확률이 높은 공부에 초점을 맞추기를 원하는 부모들이 많았다”면서도 “최근에는 최상위권이 아니면 공부로 수익을 내기도 쉽지 않은 만큼, 되려 아이돌, 스포츠 쪽에 자녀 교육의 초점을 맞추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는 설명을 내놨다. 실제 과거 소년 등과의 상징 중 하나였던 사법고시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으로 대체된 이후 변호사 시장의 경쟁이 격화됐고, 변호사 중 극히 일부만 유명 로펌에서 고액 연봉을 받을 수 있을 뿐인 시장이 됐다. 행정고시는 로스쿨 및 로펌 취직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고, 회계사 시험도 금융감독원 취업 시 가산점을 위한 시험이 됐다는 평가도 있다. 학업만으로 성공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닌 만큼, 의대를 비롯한 일부 전공이 아니면 대학 입시에 목을 매지 않는 분위기가 확대됐다는 것이다.

건설 현장 노동력 공급 부족 원인은 한국 청년들의 눈높이

노량진 학원가에서 2019년까지 5년간 공무원시험 준비에만 시간을 쓰다 결국 ‘노가다꾼’이 된지 5년차라는 A씨는 학원가에서 서울시내 하위권 4년제 대학으로 분류되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A씨는 군복학 이후부터 9급 공시를 준비하다 서울시내 중위권 및 상위권 4년제 대학 출신들까지 9급 공시에 뛰어드는 것을 보고 마음을 비웠다고 답했다. “예전 같으면 사시를 준비했을 분들이 7급도 아니고 9급 준비하는걸 보고 못 이기겠다”고 생각했다며 현재는 건설 현장에서 타일 시공을 배워 일당 28만원에서 많게는 35만원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A씨가 소속된 사무소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장에서는 숙련공이 아니면 고령층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고,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등으로 인한 건설 일자리 감소에도 불구하고 A씨와 같은 30대 청년층에 대한 시장 수요는 꾸준한 추세다. 현장 관계자들은 여전히 한국인 청년을 쓰려고 하는 건설 업체들이 많지만 A씨처럼 역량 부족 등을 느끼고 늦기 전에 방향을 트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지목한 잡부 인력 비용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은 청년 노동력 공급 감소다. 이미 2010년대부터 청년 노동력 공급 감소로 일당을 10만원에서 15만원, 많게는 20만원까지 줘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최근 들어 외국인 노동력이 공급되면서 잡부 비용만 15~20만원대에서 유지될 뿐, 기능공들에 대한 노동 단가는 5년 전 대비해서도 평균 50% 이상 뛰었다는 것이다.

A씨 사무소의 관계자들은 “외국인 노동력들이 투입되던 초기에는 언어적 장벽 및 기술력 부족 등으로 인해 생산성이 높지 않았으나, 요즘은 외국인 중에서도 숙련공들이 나오기 시작했다”며 “외국인 노동자의 추가 투입이 가능하도록 법적 제한이 풀려야 된다”고 주장했다. 국회 등에서 논의되고 있는 최저임금 차등제에 대해서도 “이미 최저임금의 2배, 3배를 주는 실정”이라며 현장과는 관계가 없는 탁상공론이라는 비판도 내놨다. 시장에 노동력이 대규모로 공급돼야 노동 단가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 노동력 투입 부족이 부동산 거품의 원인?

현장 관계자들은 ‘이민청’ 등의 정책을 통해 외국인 노동력을 2010년대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현장에 투입했더라면 10년이 지난 지금 다수의 숙련공들이 시장에 공급된 덕분에 노동 단가를 낮출 수 있었을 것이라고 봤다. 최근 들어 건설 현장들 대다수가 고금리, 원자재 가격 폭등에 이어 노동비 폭등으로 수익성에 애로사항을 겪고 있는 것도 일정 부분 해결이 됐을 것이란 설명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건설사들의 수익성 악화로 신규 아파트 공급이 축소된 것이 최근의 부동산 거품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고 꼬집었고, 건설 현장 관계자들은 글로벌 시장의 영향을 받는 금리와 원자재 가격은 어쩔 수 없더라도 국내에서 노동 공급이라도 늘렸더라면 높은 일당에도 숙련공을 못 구하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결국 부동산 거품의 원인 중 하나가 건설 현장에 대한 노동력 공급 부족이며, 내국인 청년들이 현장을 피했다면 외국인 노동력이라도 적극적으로 투입했었어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반면 청년들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정부 제한이 풀리는 것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내국인들의 일자리를 외국인들이 빼앗아 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A씨의 사무소 관계자는 A씨처럼 사무직을 할 수 있는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늦기 전에 깨닫고 현장으로 고개를 돌리는 한국인 청년의 숫자가 터무니없이 적다는 사실을 들어 반박한다. 이미 한국 청년들에게 외면받는 일자리들인 만큼, 정부의 외국인 노동자 정책이 보다 시장 친화적으로 바뀌어도 한국 청년들의 일자리를 뺏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청년들은 더 높은 임금을 주면 현장직을 지원할 수도 있지 않냐고 반문하지만, 이미 건설사들이 수익성 한계에 직면해 폐업하는 경우가 늘었다는 점, 부동산 공급 물량이 급격하게 줄어들었다는 점, 대체 직군인 택배 상하차 업무마저도 유사한 수준의 급여에서 수익성을 못 내고 있다는 점 등이 반박 논리로 제기된다. 청년들의 무리한 눈높이를 맞춰주는 대신, 외국인 노동자 투입을 늘려야 된다는 현장 관계자들의 지적에 합리적인 반박을 내놓을 수 있는 청년들이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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