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경상수지 122.6억 달러 흑자, 반도체 업황 회복에 전망치 상회
7년여 만에 최대 흑자, 상품수지도 15개월 연속 흑자
수출 8.7% 증가, 반도체 수출이 가장 큰 폭으로 증가
한은 "자본재 수입 감소, 국내 투자 위축 시그널" 우려
올해 6월 경상수지가 123억 달러에 달하는 흑자를 기록했다. 반도체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50% 넘게 증가하면서 2017년 9월 이후 최대 규모의 흑자를 달성한 것이다. 상반기 누적 경상수지도 흑자를 기록하면서 지난 5월 한국은행이 제시한 전망치를 상회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수출 증가와 함께 수입이 감소하는 상황을 두고 제조업 등 국내 투자 위축과 관련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증가하고 수입은 감소, 상품수지도 15개월 연속 흑자
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6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 6월 국내 경상수지는 122억6,000만 달러(약 16조7,000억원) 흑자를 달성하면서 2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2017년 9월 기록한 123억4,000만 달러 이후 최대 규모의 흑자다. 상반기 경상수지는 377억3,000만 달러(약 51조5,000억원)를 기록하며 한은의 전망치 279억 달러(약 38조원)를 상회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6월 경상수지 구성 항목 중 가장 비중이 큰 상품수지가 114억7,000만 달러(약 15조6,000억원)를 달성하며 15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이는 2020년 9월 120억2,000만 달러 이후 3년 9개월 만에 최대 규모다.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8.7% 증가한 588억2,000만 달러(약 80조3,000억원)를 기록했다. 품목별로 보면 우리나라 수출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가 50.4% 증가하며 가장 큰 성장 폭을 보였다. 이어 정보통신기기 26.0%, 석유제품 8.5%의 순으로 나타났으며 철강 제품과 화공품은 각각 -18.0%, -7.5% 감소했다. 지역별로는 동남아 수출이 27.9% 증가했고, 이어 미국 14.8%, 중국 1.8% 순으로 나타났다. 다만 EU(유럽연합)와 일본으로의 수출은 각각 18.3%, 6.8%씩 감소했다.
경상수지 호조를 이끈 것은 수입이다. 6월 수입은 전년 동월 대비 5.7% 감소한 473억5,000만 달러(약 64조6,000억원)를 기록했다. 수입은 2개월 연속 감소했는데 감소 폭도 지난 5월 -1.9%와 비교해 확대됐다. 품목별로 보면 원자재 중에서는 석탄(-25.9%)과 화공품(-20.6%), 철강재(-18.9%) 수입이 크게 줄었고, 자본재는 반도체 제조장비(-24.1%)와 반도체(-4.9%) 수입이 감소했다. 소비재는 승용차(-44.1%)와 곡물(-20.3%), 직접 소비재(-6.8%) 등을 중심으로 줄었다.
여행·운송·지식재산권 사용료 등의 거래를 포괄한 서비스수지는 16억2,000만 달러(약 2조2,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26개월 연속 적자로 적자 폭도 전월 대비 확대됐다. 이 중 여행수지가 9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여행 수입이 여행 지급보다 더 크게 줄면서 적자 폭이 소폭 확대됐다. 기타사업서비스(-12억2,000만 달러)와 가공서비스수지(-6억 달러) 등도 적자가 발생했다. 반면 운송수지는 컨테이너 운임 상승 영향으로 운송 수입이 확대되면서 지난 5월 3,000만 달러(약 409조5,000억원) 적자에서 6월에는 5억 달러(약 7,000억원) 흑자로 전환했다.
반도체 업황 회복에 수출 전망 밝아, 中 수입시장 1위 탈환
수출은 반도체 업황 회복 속에 하반기에도 견조한 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올해 들어 대중 수출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상반기 중국 수입시장에서 우리나라가 2위 자리를 탈환한 점은 고무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7월 대중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4.9% 증가한 114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22년 10월 122억 달러 이후 21개월 만에 최대치로 7월까지 누적 대중 수출액도 748억 달러(약 102조원)로 집계됐다.
올해 상반기까지는 대미 수출 호조로 대미 수출이 643억 달러(약 87조7,000억원)로 대중 수출보다 9억 달러 많았지만, 지난달 대중 수출이 증가하면서 1∼7월 누적 대중 수출이 대미 수출을 다시 앞질렀다. 대중 수출 회복은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가 견인했다. 7월 1∼25일 기준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5.9% 증가했다. 이 기간 평균 대중 수출 증가율 10.4%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특히 메모리반도체와 무선통신기기 부품, 디스플레이 등 한국산 IT 중간재의 대중 수출이 증가했다.
대중 수출이 다시 활기를 띠면서 중국의 수입 시장에서 한국의 입지도 다소 회복됐다. 중국 해관총서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의 전체 수입액 중 한국산 비중은 6.7%(858억 달러)로 2위에 올랐다. 1위를 차지한 대만의 점유율 7.6%와 0.9%p 차이다. 한국은 2021년부터 2022년까지 2위 자리를 지키다가 대중 수출 부진이 두드러진 2023년 미국(6.5%)에 밀려 3위(6.3%)로 한 계단 내려갔고, 올해 상반기 다시 2위 자리를 회복한 것이다.
최근 자본재 수입 감소·대외투자 증가, 국내 투자 부진 우려
다만 최근의 수입 감소세와 관련해서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당장에는 수입 감소가 호재처럼 보이지만, 그 원인이 구조적인 투자 위축과 이로 인한 자본재 수입 감소에서 비롯됐다면 한국 경제의 위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일 산업부에 따르면 6월 무역수지는 13개월 연속 흑자 흐름을 이어가면서 전년 대비 67억6,000만 달러 개선된 80억 달러(약 11조원) 흑자를 기록했다. 2020년 9월 84억2,000만 달러를 달성한 이후 45개월 만에 최대 흑자 규모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무역수지는 231억 달러 흑자를 달성하며 2018년 311억 달러(약 42조4,000억원) 이후 6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올해부터는 경기가 위축된 가운데 수출보다 수입이 더 줄어 발생하는 ‘불황형 흑자’를 벗어나 수출이 증가하면서도 수입이 부진한 흐름의 흑자가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지난달 발표한 ‘최근 수출 개선에도 수입이 부진한 배경’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최근의 수입 감소가 자본재 수입 감소를 동반하는 만큼 국내 투자 위축과 관련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원자재 수입 감소가 주로 단가 하락에서 비롯됐다면, 자본재는 물량 감소에 주로 기인했다”며 “특히 반도체 제조용 장비의 수입이 줄어든 것은 지난해 업종 부진으로 설비 투자가 이연된 가운데 일부 업체의 생산라인 증설 공사가 일시 중단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미국에 대한 직접 투자는 확대됐다. 한은의 ‘2023년 지역별·통화별 국제투자대조표(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대미 투자는 8,046억 달러로 전체 해외 투자액 1조9,116억 달러(약 2,610조원)의 42%를 차지했으며 증가 폭 역대 두 번째로 컸다.
한은은 보고서를 통해 대외투자의 증가와 자본재 수입 감소가 동시에 장기화할 경우 국내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본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된 제조업 공동화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은은 “국내 투자가 부진해 생산시설이 줄게 되면 고용이 악화하고 소득 감소, 민간 소비 악화의 부작용을 낳게 된다”며 “우리 경제의 생산 능력 확대나 생산성 제고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