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이라고 해놓고 대출” 티몬·위메프 사태 피해 업체, 정부 지원책 강력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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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미정산 피해 업체에 6,000억원 규모 추가 저리 대출 지원
대규모유통업법 개정·판매대금 별도관리 의무화 등 제도 개선 예정
대출 중심 지원책에 뿔난 피해 업체들, 근본적 해결책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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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텐(Qoo10) 그룹 계열사 티몬·위메프의 셀러 미정산·소비자 미환불 사태로 인한 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가운데, 정부가 제시한 피해 업체 지원안이 ‘핵심’을 놓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대출 중심의 지원책은 당장의 기업 파산을 막는 임시 조치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정부, 위메프·티몬 사태 추가 지원 방안 발표

7일 정부는 ‘위메프·티몬 사태 추가 대응 방안 및 제도 개선 방향’을 발표, 지난달 29일 발표한 1차 대책에 이어 각종 추가 보완 방안을 제시했다. 지난 1일 기준 파악된 위메프와 티몬의 미정산 금액은 총 2,783억원에 달한다. 분야별로는 일반상품 79%, 상품권 21% 등이다. 현재까지 정산 지연 피해를 입은 업체는 약 3,395개, 상품권·여행 상품 등을 제외한 일반 상품 관련 소비자 피해 금액은 최소 6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신속한 피해 구제를 위해 대규모 자금을 집행할 예정이다. 미정산 피해 업체를 지원하기 위해 광역지방자치단체 재원 약 6,000억원을 추가로 마련하는 것이 골자다. 1차 대책에 5,600억원 규모 저리 대출 지원 방안이 담겨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출 지원에만 자그마치 1조원 이상의 재원이 투입되는 셈이다. 전국 13개 광역지방자치단체는 지방 재원을 활용해 정산 지연 피해 판매자들에게 이달부터 3,000만원~5억원 한도로 1.5~3%의 저리 대출을 제공할 예정이다. 저리 대출 지원 기간은 1~6년이다. 대출 한도, 지원 이자 규모, 지원 기간은 지자체마다 다르다.

소비자 피해 지원에도 속도를 낸다. 우선 일반상품은 이번 주 중 환불이 완료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또 휴대전화 소액결제 금액에 대해서는 원활한 환불이 이뤄지도록 PG사와 이동통신사에 협조를 요청하기로 했다. 여행·숙박·항공권 분야 소비자 대상으로는 집단 분쟁 조정 신청 접수를 이번 주 중 완료하고, 조정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할 계획이다.

관련 제도 개선 움직임

정부는 피해 구제에 더해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에도 착수할 예정이다. 먼저 대규모유통업법을 개정, 오픈마켓을 통해 소비자·판매자 간 거래를 중개하는 이커머스 업체를 규율 대상에 추가한다. 이커머스 업체가 정산 기한을 자율적으로 조정하며 판매 대금을 유동성 확보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현행법상 대규모 유통업자의 정산 기한은 40∼60일인데, 이커머스 업체의 정산 기한은 이보다 더 짧은 수준으로 설정하기로 했다. 위반 시 시정명령과징금도 부과한다.

지금까지 티몬·위메프와 같은 통신판매 중개 업체들에는 적용되지 않았던 ‘판매대금 별도관리’도 의무화된다. 이커머스 업체와 PG사 모두에게 대금의 일정 비율을 예치·신탁·지급보증보험 등으로 별도 관리하게 하는 것이다. 적용 대상과 비율 등은 차후 업계·전문가 간담회 등을 거쳐 결정될 예정이다.

상품권을 할인가에 대량 판매하는 방식의 ‘돌려막기’ 자금 확보 전략이 문제가 된 만큼, 상품권에 대한 관리·감독도 강화하기로 했다. ‘선불충전금 100% 별도관리 의무’를 도입해 선불충전금을 100% 예치·신탁, 파산했을 때 소비자 우선 변제가 이뤄지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이달 중 업계 간담회 등을 거쳐 구체적 법안을 마련한 뒤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또 상품권 전반에 대한 관리 체계를 마련하는 등의 근본적 제도 개선 방안을 하반기 중 계속해서 논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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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으로 빚 막나” 피해 업체들의 호소

그러나 실제 위메프·티몬 사태로 피해를 입은 업체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지원안에 대해 비판적 시각이 지배적이다. 피해업체 대표들은 6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더불어민주당 장철민·이정문·오기형 의원 주최로 열린 ‘티메프 사태 피해 판매업체 긴급 간담회’에 참석, 정부의 지원 방안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대규모 긴급경영안정자금 등 정부의 대출 지원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을 쏟아낸 것이다.

한 피해업체 대표 A씨는 “19년 간의 사업이 티몬·위메프 사태 한 방에 무너진다는 생각에 밤잠을 설치고, 악몽을 꾼다. 눈물밖에 안 난다”며 “정부가 신용보험이나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을 통해 대출을 해준다고 하는데, 이건 선순환의 빚이 아니라 목숨만 유지할 수 있는 빚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다른 입점업체 대표 B씨도 “‘정부가 5,600억원을 지원한다고 했으니 숨통이 풀리는 것 아니냐’는 말이 가장 힘들다”며 “말이 지원이지, 전부 대출”이라고 호소했다.

정치권에 특별법 마련을 촉구하는 의견도 다수 나왔다. 전세사기특별법, 조세특례제한법 등 선례를 참조해 피해 업체에 각종 혜택을 제공해달라는 주장이다. 한 판매업체 대표 C씨는 “티몬 미정산 사태가 터진 7월은 1분기 부가세를 납부하는 달이다. 당시 셀러 카카오톡방에서는 ‘파산 신청하러 간다’는 얘기가 많았다”며 “조세특례제한법과 같은 세액 감면 특별법을 제정해 피해 셀러들에 대한 법인세와 부가세 혜택을 향후 5년 정도는 지원해줬으면 한다”고 발언했다. 다른 판매업체 대표 D씨도 “전세사기특별법 같은 경우 선 채권 매입 후 구상권 청구 방식으로 (사태를) 처리해줬다”며 “집에 관한 서민들을 위해 법이 제정됐다면, 우리도 임직원과 가족의 생사가 달린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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