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고물가에 15개 시도에서 소비 감소, ‘깊어지는 내수 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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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2024년 2분기 지역경제동향 발표
소매판매액 2.9% 하락, 15년 만에 최대폭
내수 부진에 2분기 성장률 마이너스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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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고물가 영향으로 내수 부진이 지속되면서 전국 15개 시도의 2분기 소비가 감소했다. 신선식품과 농산물 가격 등 생활 물가가 오른 데다 전기차와 가전기기 판매, 주유소 매출 등도 하락하는 등 전반적으로 민간 소비가 부진했다. 최근 2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데 이어 지역 소비와 관련한 지표마저 부진한 가운데 오는 8월 기준금리 인하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분기 소비, 충남·북 제외한 전국에서 하락

1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2분기 지역경제동향’에 따르면 소매판매액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2.9% 하락했다. 2022년 2분기 이후 9분기 연속 하락세다. 감소 폭도 2009년 1분기 4.5% 하락을 기록한 이후 약 15년 만에 가장 큰 규모다. 지역별로는 충남(4.0%), 충북(0.7%)을 제외한 모든 시도에서 전년 대비 소비가 감소했다. 울산이 7.9%로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고 인천과 서울이 각각 7.2%, 6.8% 줄었다.

이는 전문소매점 판매가 줄어든 영향이 컸다. ‘전문소매점’에는 대형마트를 제외한 전통시장, 지역 소형매장 등이 포함하는데 최근 신선식품과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서 소비가 감소했다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여기에 전기차·가전기기 등의 판매가 부진하고, 유류 가격 상승으로 주유소 매출이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다. 충남은 국제아트페어 개최로 미술품 판매가 늘어 소비 감소를 피했다.

산업별 생산을 보면 서비스업은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했다. 다만 증가 폭은 최근 3년간 가장 낮은 수치다. 제주(8.9%), 인천(4.0%) 등 12개 시도에서 생산이 늘었고, 세종·전남 등 5개 시도에서는 감소했다. 광공업 생산은 전국 17개 시도 중 11개 시도에서 증가했다. 특히 인천(30.2%)과 경기(19.7%)에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의약품 생산의 경우 제약·바이오 본사가 밀집한 인천이 전년 동기 대비 152.5% 급증했다.

건설 수주는 전년 동기 대비 15.5% 늘어나며 회복세를 보였다. 충북(174.5%), 대전(105.7%), 전남(46.9%) 등에서 기계설치·주택 등 수주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다만 광주·전북·대구의 건설 수주는 각각 77.1%, 61.7%, 58.6% 감소해 지역별 편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호황을 맞은 반도체 산업 성장으로 반도체·전자부품 생산은 관련 사업체가 밀집한 경기 지역에서 38.5%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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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마이너스 성장률, 내수 부진에 ‘발목’

이러한 소비 위축은 내수 전반의 침체에 기인한다. 실제로 지난 2분기 소비와 투자가 모두 부진하면서 우리 경제가 역성장했다. 지난달 25일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직전 분기 대비·속보치)은 -0.2%로 집계됐다. 지난 2022년 4분기 이후 첫 역성장이다. 2분기 성장률의 부문별 기여도를 보면, 소비와 투자 등 내수가 -0.1%포인트, 순수출이 -0.1%를 나타냈고 정부 기여도는 0%포인트로 집계됐다.

한은의 발표에 앞서 해외 주요 투자은행(IB)들도 2분기 한국의 성장률이 0% 안팎이 될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씨티은행, 스탠다드차타드는 -0.1%, HSBC는 -0.2%로 마이너스 성장을 추정했다. 민간 소비가 위축된 상황에서 1분기 깜짝 성장에 따른 기저효과가 더해져 성장률 둔화가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이들은 지난 5월 전산업생산·소매판매·설비투자가 10개월 만에 ‘트리플 감소’를 보인 것을 성장률 둔화 시그널로 해석했다.

6월 들어 소매판매도 0.1%로 3개월 만에 소폭 반등했다.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 소비가 0.9% 감소한 데 반해 승용차 등 내구재 소비가 5.2% 증가하며 플러스 전환에 기여했다. 다만 1년 전보다는 소비 자체가 낮은 수준을 기록하는 등 여전히 내수는 부진한 모습이다. 이에 대해 HSBC는 “긴축적 통화정책이 가계 구매력에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며 “소비심리 약화가 지속될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내수 부진 해소 위해 금리 인하 시점에 주목

분기별 경제 성장률은 한은의 금리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지표다. 1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5%로 낮췄다. 글로벌 IB 8곳이 제시한 평균 성장률 전망치(지난달 말 기준)도 2.5%로 전월 대비 0.2%p 낮아졌다. UBS는 같은 기간 3.0%에서 2.3%로, 골드만삭스는 2.5%에서 2.3%로 낮췄다. 앞서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들 역시 2.6~2.7%에서 2.4~2.5% 수준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번에도 하향 조정의 주된 근거로 내수 부진을 꼽았다. KDI는 “민간 소비와 설비 투자를 중심으로 내수 증가세가 기존 전망에 미치지 못한다”며 “내수가 미약한 수준에 그치며 경기 회복이 다소 지연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내수 부진의 주된 배경으로는 고금리와 누적된 고물가가 거론된다. 특히 기준금리는 2020년 5월 0.5%까지 내려갔다가 지난해 1월 3.50%까지 올라간 뒤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어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 등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시장은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시점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4월부터 2%대로 내려가면서 물가 부담이 완화된 가운데 내수 부진을 해소하기 위해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정부 안팎에서 나오고 있어서다. 이에 KDI도 수정 전망에서 “물가가 어느 정도 안정된 상황에서 금리도 정상화된다면, 불필요한 내수 부진이 해소되는 방향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며 8월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다만 최근 가계부채 급증과 수도권의 아파트값 상승세가 금리 인하에 부담스러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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