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확전 분수령 ‘가자지구 휴전 협상’에 먹구름, 다시 폭풍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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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 15일 협상 불참키로 "네타냐후 협상 의지 없어"
헤즈볼라·하마스 “이스라엘에 로켓 2발 발사” 전운 고조
바이든 “가자 휴전, 어려워지고 있지만 포기 안 할 것"
Joe Biden getty 20240814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게티이미지뱅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협상에 대해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내비쳤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지도자 암살에 대한 이란의 이스라엘 보복 공격으로 확전 가능성이 고조된 가운데, 가자지구 휴전 협상 타결만이 사태 악화를 막을 유일한 방안으로 떠오른 상황이다.

바이든 “휴전협상 점점 어려워져, 타결 시 보복 보류 가능”

13일(현지 시각) 바이든 대통령은 “휴전 협상이 어려워지고 있지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이란이 무엇을 하는지, 만약 공격이 있다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협상이 타결되면 이란이 보복 공격을 보류(hold off)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그것이 내 예상”이라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카린 장피에르(Karine Jean Pierre) 백악관 대변인은 같은 날 대통령 전용기 기내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우리는 협상 담당자들이 논의 테이블로 나와야 한다고 본다”며 “우리는 휴전 협상 타결이 현재 우리가 목도하는 긴장을 완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믿는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는 이날 이스라엘에 27조원에 달하는 무기 공급을 잠정 승인하기도 했다. 국방부 산하 국방안보협력국(DSCA)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13일 F-15 전투기 50대와 첨단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 탱크용 포탄, 고폭탄, 중형 전술차량 등 200억 달러 이상 규모의 대이스라엘 무기 판매를 이날 결정해 의회에 승인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란 당국자도 “휴전 만이 보복 막을 수 있다”

같은 날 이란의 고위 당국자들도 바이든 대통령과 비슷한 언급을 내놨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란 고위 관리 3명은 “가자지구 휴전 협정만이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Ismail Haniyeh)를 암살한 이스라엘에 대한 직접적인 보복을 막을 수 있다고”고 말했다. 하니예 암살 사건 이후 이란 당국자가 보복을 자제할 수 있다는 뜻을 시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로이터는 이란의 한 안보 당국자의 발언을 인용해 “가자 회담이 실패하거나 이스라엘이 협상을 지연시킨다고 판단하면 이란은 헤즈볼라 등 동맹과 함께 이스라엘에 직접 공격을 개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란 측은 협상 진전을 얼마나 기다려 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바이든 대통령과 이란 당국자들의 발언을 두고 양측 사이에서 확전을 막기 위한 긴밀한 물밑 대화가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싱크탱크 이란연구센터 메이르 리트박 선임연구원은 “이란은 동맹인 하마스를 돕기 전에 자국의 필요를 우선시할 것”이라며 “이란도 전면전은 피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이란 분석가인 사이드 레이라즈도 “이란 지도자들이 전면전을 피하고 지역 내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가자지구 휴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란은 그동안 휴전 협정에 관여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핵심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도 “하니예 암살 이후 중동 전쟁의 위험이 커졌지만, 이란은 최근 며칠 동안 보복을 조정하는 방법에 대해 미국 등 서방 국가와 치열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란이 오는 15일 휴전 회담 때 자국 대표를 파견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해당 대표자는 회담에는 직접 참석하지 않고,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미국 측과 외교적 소통 라인을 유지하며 막후 논의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란은 공식적으로는 보복 공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란은 이날 영국, 프랑스, 독일 정상들이 보복 공격을 자제해야 한다는 요청에 대해 “과도한 요구”라고 거부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8일 미국과 이집트, 카타르 등 3개 중재국 정상은 공동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과 하마스에 오는 15일 휴전 및 인질 협상 회담 재개를 촉구한 바 있다. 지난 6월 미국이 제안한 휴전안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서 채택되면서 휴전 회담에 속도가 붙는 듯했으나 이후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이스라엘이 하마스 정치지도자와 헤즈볼라 최고 군사 사령관을 암살하면서 긴장이 고조됐다.

이에 중재국은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인구밀집 지역에서 철수하면 6주간 휴전에 돌입해 인질-수감자 일부를 맞교환하고(1단계) △휴전을 영구적으로 연장해 모든 하마스 피랍 인질을 석방하면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철수한 뒤(2단계) △폐허로 돌변한 가자지구를 재건하고 사망 인질 유해를 유가족에게 인도하는(3단계) 내용을 담은 새로운 휴전안을 제시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협상에 대표단을 보내겠다고 밝혔고, 이집트와 카타르는 하마스의 새 최고 정치지도자 야히야 신와르(Yahya Sinwar)가 휴전 합의를 원한다고 이스라엘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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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의 새로운 정치 지도자 야히야 신와르의 얼굴 포스터, 포스터에는 ‘위대한 사람을 잃으면 다른 위대한 사람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하마스·헤즈볼라, 가자 휴전회담 앞두고 이스라엘에 로켓 발사

그러나 하마스는 돌연 이번 협상 참여를 사실상 거부하고 나섰다. 뉴욕타임스(NYT)는 “레바논 주재 하마스 대표인 아흐메드 압둘하디(Ahmed Abdulhadi)가 오는 15일 휴전 회담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며 “베냐민 네타냐후(Benjamin Netanyahu) 이스라엘 총리가 성의 있게 협상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여기에 헤즈볼라와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로켓을 발사하면서 회담 불발 가능성은 더 높아진 상황이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13일(현지시간) 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북부 갈릴리 지역을 향해 약 25발의 로켓을 발사했다. 이번 공격은 세 차례로 나눠 진행됐으며 첫 번째는 이스라엘 점령지 크파르추바 언덕에, 두 번째는 잘 알-데이르에 위치한 이스라엘 기지에, 세 번째는 메론 산에 위치한 이스라엘군(IDF) 사령부를 겨냥한 것이다. 헤즈볼라는 곧바로 해당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라며 이스라엘 파견부대에 로켓포 집중 공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하마스도 이스라엘 중부 텔아비브에 M90 로켓 2발을 발사했다. IDF는 성명을 통해 “가자지구에서 넘어온 것으로 확인된 발사체가 이스라엘 중부 해상에 떨어졌다”며 “동시에 추가 발사체는 이스라엘 영토로 넘어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혔다. 이스라엘군은 이번 공격 이후 가자지구 남부 도시 라파에 대한 원조 경로를 일시적으로 폐쇄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 정세가 다시금 급변하는 가운데,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협상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면서 이란과 친(親) 이란 무장세력 간 충돌 가능성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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