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커지는 ‘전세 사고 공포’, 보증금 반환 보증 7월 들어 증가세 반전
HUG, 7월 보증사고 4,227억원 기록
4개월 감소 후 다시 증가세로 전환
상급지·하급지 온도차 뚜렷
서울 빌라 전세가율 하락 추세
한동안 감소세를 보이던 전세보증사고액수가 지난달 증가세로 돌아섰다. 보증사고는 올해 들어서만 3조원 이상에 달하는데, 집주인으로부터 전세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가 다시 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진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액, 4개월 감소 후 다시 늘어
20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해 1∼7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액은 3조818억원, 사고 건수는 1만4,250건으로 집계됐다. 전세보증은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내주지 않을 때 HUG가 자체 자금으로 먼저 세입자에게 반환한 뒤 2∼3년에 걸쳐 구상권 청구와 경매를 통해 회수하는 상품이다.
월별 보증사고 액수는 2월 6,489억원을 정점으로 4개월(3월 4,938억원→4월 4,708억원→5월 4,163억원) 연속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6월 3,366억원에서 7월 4,227억원으로 다시 증가했다. 같은 기간 누적 전세 보증사고 규모도 작년 동기간(2조2,637억원)보다 36.1% 늘었다. 세입자의 전세금 반환을 요청받은 HUG가 집주인 대신 올해 상반기 내준 돈(대위변제액)은 2조4,177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상반기 대위변제액 1조6,506억원보다 46.5% 증가한 수치다.
월별 대위변제금액은 연초 2,000억원 중반대를 보이다 5월 4,000억원 수준까지 오른 뒤 6월 3,673억원으로 떨어졌다가 지난달 3,752억원으로 반등했다. 전셋값이 정점이던 2022년 5~7월 맺어졌던 전세 계약의 만기가 돌아오면서 역전세 문제가 발생해 전세 보증사고 금액이 다시 증가한 것으로 HUG는 진단했다.
다만 HUG는 올해 상반기까지는 만기가 돌아온 전세계약의 보증 사고율이 높게 나타났으나, 하반기부터는 점차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집값과 전셋값이 정점이던 2022년 5∼7월 맺어진 전세 계약의 만기가 지나면 빌라 역(逆)전세 문제가 어느 정도 가라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올해 7월의 경우 전세보증 잔액이 늘어 보증사고액 또한 증가한 것으로 HUG는 보고 있다.
고가아파트 밀집지역은 갭투자 비율 증가
전세 사기 여파로 전세 기피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면서 전국의 전세 거래량도 대폭 감소했다. 수요가 없다 보니 공급도 사실상 축소되며 전세가 하락을 부추겼고, 이런 이유로 전세를 끼고 집을 매입하는 갭투자도 수요도 시들해지는 형국이다. 하지만 최근 투자 수요가 가장 몰리는 서울 서초·강남·용산은 되레 갭투자 규모가 증가하고 있다.
19일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올해 1~7월(26일까지) 전국 주택 매수자의 자금조달계획서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서울 집값은 3월 말부터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부터 오르기 시작해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강동·동작·광진구 등으로 확산하는 흐름이다.
갭투자도 이와 비슷하다. 올해 1~7월 서울 주택 갭투자 비중은 용산(66.5%)·서초(51.6%)·강남구(50.5%) 등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4월 이후로 보면 용산(66.8%)·강남(53.8%)·서초구(49.2%)와 함께 동작(52.6%)·성동(51.8%)·강동(44.9%)·마포구(44.7%) 등의 갭투자 비중도 높았다. 향후 집값이 더 많이 오를 가능성이 높은 상급지 주택을 ‘일단 사고 보자’는 식의 불안 심리가 작동해 투자 수요의 유입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상·하급지 양극화 심화, 하급지 전세가 하락 이어질 것
이처럼 서울 내에서도 상급지와 하급지의 양극화가 두드러지는 가운데, 주택 수요가 상급지로 몰리면서 하급지의 인구 감소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2014년~2023년까지 지난 10년간 서울에서 인구 감소율이 가장 큰 지역은 노·도·강(노원구·도봉구·강북구)으로 파악됐다.
하급지 인구 감소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주택 노후화가 꼽힌다. 다른 지역 대비 노후화된 중소형 평형 아파트가 많아 수요자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탓이다. 주택 노후화가 가속화될수록 지역을 떠나는 인구가 늘며 도시가 활력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일자리, 학군, 교통 등 다양한 변수도 인구 감소를 부추긴 요인으로 지목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노도강에 거주하던 인구 상당수가 서울 상급지나 경기도에 조성된 2기 신도시로 다수 빠져나가며 인구가 줄어든 측면이 있다”고 짚었다.
이렇다 보니 해당 지역의 아파트 가격도 좀처럼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한국부동산원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값은 0.55% 오르며 전국 광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서울에서 상반기 최고 상승률을 기록한 곳은 성동구(1.82%)로 서울 평균의 3배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하며 상승폭을 견인했다. 다음으로 용산구가 1.52%, 마포구가 1.43% 오르는 등 서울 도심의 준상급지로 인기가 높은 ‘마용성’ 지역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강남권에서는 송파구가 상반기 1.47% 올라 강남3구 중에서 가장 큰 폭으로 올랐고, 서초구는 1.25%, 강남구는 0.8%의 상승률을 보였다.
이에 반해 도봉구는 0.81% 하락해 서울 25개 구 가운데 하락 폭이 가장 컸다. 이어 강북구가 0.48%, 노원구가 0.45% 각각 내리는 등 노도강 지역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전세 가격도 크게 다르지 않다. 7월 기준 노도강 지역의 평균 전세 가격은 3억원선으로, 평균 4억원선에 형성돼 있는 경기도 광명보다도 낮다.
빌라 시장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전세사기 여파로 빌라 등 비아파트 ‘포비아(공포증)’가 커지면서다. 한국부동산원의 임대차 시장 사이렌에 따르면 서울 빌라의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도 올해 4∼5월을 기점으로 하락하는 추세다. 서울 지역 연립·다세대(빌라)의 최근 3개월 평균 전세가율은 4∼5월 두 달간 72.0%로 같았고, 6월 71.6%에서 7월 70.0%로 떨어졌다. 전세가율이 70%라는 것은 빌라 매매값이 1억원이라면 전셋값이 7,000만원이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