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 아파트 실거래가 고점 회복, 상급지 위주 가격 상승 흐름 이어질 듯
서울 강남구 아파트 가격 상승, 피크 가격대 복귀
한강변, 신축 단지 등 '상급지'만 가격 상승 수혜
재건축 아파트 시세 차익 기대 확산, 가격 상승세 이어지나
서울 강남권 아파트 실거래 가격이 2020년대 고점을 회복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지역은 가격 상승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오히려 하락하는 흐름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급지 위주로만 매매 수요가 몰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강남구 3.3㎡당 평균 실거래가 7,047만원
2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강남구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실제 강남구의 공급가 기준 3.3㎡당 평균 실거래 가격은 12일 기준 7,047만원까지 올랐다. 국민평형인 112㎡(공급 면적) 기준으로 환산하면 평균 아파트 실거래가가 23억원 수준에서 24억원대로 상승했단 의미다.
강남구에서도 상승률 1위를 달린 건 압구정동이었다. 압구정에선 거의 모든 아파트의 실거래가가 올랐고, 그중 현대4차는 31.5% 올라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압구정3구역 재건축 단지들도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현대10차(27%), 현대13차(27.2%), 현대14차(20.6%) 등이 20% 이상 올랐다. 압구정4구역에서도 현대3차(11.2%), 현대8차(15.7%), 한양4차(11.9%), 한양6차(12.6%) 등이 10% 넘게 올랐고, 압구정5구역 역시 한양1차와 한양2차가 각각 17.3%, 25.8% 오르며 상승 흐름을 이었다. 이외 압구정6구역인 한양8차와 한양5차가 각각 21%, 15.5%, 압구정4구역인 신현대아파트(현대9‧11‧12차)가 26.3%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2위는 개포동이 차지했다. 개포동에선 재건축을 추진 중인 개포현대2차가 대형 면적 위주로 전 고점을 뛰어넘으면서 15.4% 상승했다. 전용 165㎡ 기준으로 2020년 12월 30억원에서 올해 6월과 7월 각각 36억5,000만원, 37억원에 손바뀜했다. 3위인 도곡동(6.6%)에선 도곡삼성과 타워팰리스 1‧2‧3차가 상승을 주도했다. 도곡삼성은 14.7%, 도곡렉슬과 래미안도곡카운티는 각각 3.2%, 8% 올랐다. 도곡삼성래미안(3.2%), 개포한신(1.1%), 개포우성4차(0.5%)도 소폭 상승했다.
2020년 피크 가격대 회복세
강남 일대 아파트 실거래가가 3.3㎡당 7,000만원을 호가한 건 2020년 이후로 처음이다. KB국민은행 부동산 리브온 월간 주택 가격 동향 자료에 따르면 2020년 9월 기준 강남구 3.3㎡당 아파트값 평균 매매 시세는 7,085만원이었다.
이 시기 서울 강남구 도곡동 역삼우성아파트 전용면적 84.83㎡는 17억2,000만원(6층)에 매매 계약서를 쓰면서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고, 서초구의 3.3㎡당 평균 아파트값은 2020년 8월 5,994만원에서 그해 9월 6,111만원으로 올라 6,000만원을 넘겼다. 이외 양천구(4,089만원)와 영등포구(4,002만원)가 4,000만원을, 서대문(3,024만원)·동대문(3,096만원)·성북(3,060만원)구가 3,000만원을 각각 처음으로 돌파했다. 올해 들어 강남구 아파트값이 상승한 건 과거 피크 가격대를 회복하는 양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단 것이다.
일부 지역은 가격 하락
다만 같은 강남구 일대라도 가격 상승세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도곡동에서 도곡경남(-10.6%), 개포우성5차(-10.2%) 현대그린(-10.1%), 도곡1차아이파크(-9.2%), 역삼럭키(-9.4%), 도곡한신(-7.8%), 도곡쌍용예가(-5.8%) 등이 10% 안팎으로 하락한 것이 대표적이다. 강남구 상승률 5위인 일원동(4.7%)에서도 개포한신(-16.5%), 수서1단지(-17.1%), 한솔마을(-7.7%), 일원청솔빌리지(-11.1%) 등이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한강변, 신축 단지가 많이 들어선 곳 위주로만 실거래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가격 변동을 살펴보면 강남구 안에서도 한강변에 위치한 압구정동이 실거래가가 가장 많이 올랐다”며 “개포동은 재건축과 신축 단지 입주 호재로 3.3㎡당 가격이 올랐고, 도곡동은 교통 편의성과 함께 전통적인 부촌으로 꼽히는 만큼 상승 폭이 컸다. 일원동은 그린벨트 해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고 전했다. 결국 수요를 견인할 만한 요소가 있는 ‘상급지’만 가격 상승 수혜를 받고 있단 의미다.
상급지 위주의 높은 가격대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 대어가 줄줄이 예정된 가운데 강남권에서 시세 차익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분위기가 확산해서다. 강남권은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으로 대개 3.3㎡당 평균 분양가가 6,000~7,000만원대로 상한선이 씌워지고 있다. 일례로 래미안 레벤투스(도곡삼호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지난 6월 3.3㎡당 분양가를 6,480만원으로 책정한 바 있다.
그러나 분양가상한제라는 최후 한계선에도 불구하고 땅값 상승 및 공사비 급증 등 영향으로 분양 시장 대어인 강남 재건축에 대기 수요가 몰리는 사태가 벌어졌다. 역대 최고치라고는 해도 분양가상한제 덕에 주변 시세와 비교하면 저렴하게 분양받을 수 있어서다. 지난 7월 분양된 반포 래미안 원펜타스를 보면 전용 84㎡의 분양가는 23억원 선이었다. 바로 인접한 반포 래미안 원베일리의 전용 84㎡가 지난 4월 42억5,000만원에 거래된 것을 감안하면 적어도 20억원의 시세 차익이 기대되는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