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제3 후보 케네디 주니어, ‘트럼프 지지’ 공식 발표 “박빙 구도 흔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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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선 제3후보 케네디 주니어, 선거운동 중단 및 트럼프 지지 선언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후보가 거절한 '장관직 딜' 트럼프는 수락
경합주서 케네디 지지자 44% 트럼프, 22% 해리스 지지, 향배 변수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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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도널드 트럼프 선거 캠페인 공식 사이트(DonaldJTrump.com)

미국 대선 무소속 후보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결국 선거운동을 중단하고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고 나섰다. 지난해 4월 출마를 발표한 지 1년 4개월 만의 포기다.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오차 범위 내 초격차를 보이는 가운데, 케네디 주니어의 트럼프 캠프가 대선 판도를 바꿀 결정적 카드가 될지, 찻잔 속 태풍으로 그칠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美 대선 막판 변수’ 케네디 주니어, 트럼프 지지 천명

23일(이하 현지 시간) 케네디 주니어는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대언론 입장 표명을 통해 “나는 선거 승리에 대한 현실적인 길이 있다고 더는 믿지 않는다”며 선거운동 중단을 선언했다. 이어 민주당을 긴 시간에 걸쳐 조목조목 비판한 뒤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케네디 주니어는 민주당인 존 F 케네디(John F. Kennedy) 전 대통령의 조카이자, 1968년 민주당 대선 경선 참가 도중 암살된 로버트 F 케네디(Robert F. Kennedy) 전 법무장관의 아들로, 민주당을 토대로 성장한 정치 명가 출신이 공화당으로 돌아선 것이다.

케네디 주니어는 “트럼프와 많은 사안에 대한 접근 방식에 여전히 매우 심각한 차이가 있지만 국경 문제와 불법 이민, 표현의 자유, 전쟁 종식 등 핵심 이슈엔 뜻을 같이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이에 대한 예로, 미국이 외국 문제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게 자신의 입장인데 트럼프도 해외에 주둔하는 미군 규모를 줄이고 싶어 한다는 점을 들었다.

다만 케네디 주니어는 선거운동만 접었을 뿐이며, 후보 등록 자체를 전면 철회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대선 승패를 좌우할 격전지 10개주의 투표용지에서 자신의 이름이 삭제되도록 할 것이지만, 그 외 다른 주에서는 후보 자격을 유지할 것이란 얘기다. 이는 대선에서 일정한 지지 민심을 확인한 뒤 그것을 정치적 자본으로 삼아 대선 이후 독자 정당 창당 등을 모색하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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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암살범 리 하비 오스왈드(Lee Harvey Oswald)/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장관직 빅딜·존 F 케네디 문서 공개 통했나

지난해 4월 민주당에 대선 후보 경선 출마 신청서를 제출했다가 6개월 만에 무소속 출마로 방향을 틀었던 케네디 주니어가 돌연 트럼프를 공개 지지하고 나선 배경에는 정치적 물밑 거래가 있다. 케네디 주니어의 러닝메이트인 니콜 섀너핸(Nicole Shanahan)에 따르면 케네디 주니어는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 시 장관직을 약속받는 대가로 트럼프를 지지하는 방안을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케네디 주니어가 트럼프 측에 손을 내민 건 앞서 이달 초 해리스 부통령에게도 차기 정부 입각을 제안했으나 거절당했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 등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케네디 주니어가 해리스 부통령 측에 이러한 제안 내용을 논의하자며 사적인 회동을 요청했지만 해리스 부통령 측이 제안에 관심을 보이지 않아 두 사람 간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케네디 주니어가 사퇴하고 자신에 대한 지지를 표명할 경우 대선 승리 때 장관직을 줄 수 있다며 수락했다.

이뿐만 아니라 재집권 시 1963년 총격으로 사망한 케네디 전 대통령의 암살 사건을 조사할 위원회를 꾸려 비공개 상태인 모든 문서를 공개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케네디 전 대통령이 사망한 지 일주일 뒤 당시 연방 대법원장이자 공화당원인 얼 워런(Earl Warren)을 위원장으로 한 ‘워런위원회’가 만들어졌는데, 위원회는 저격범인 리 하비 오스왈드(Lee Harvey Oswald)가 댈러스에서 혼자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오스왈드가 구소련, 쿠바 정부를 비롯해 CIA 요원과도 함께 범행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오스왈드가 미국 시민권자지만 소련에 살았던 사실 등이 근거다.

이에 미국 의회는 지난 1992년 케네디 전 대통령 암살에 대한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관련 기록의 기밀을 해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해당 법에 따라 미국 정부는 암살에 관한 모든 문서(32만 건)를 2017년 10월까지 공개해야 했지만, 미국 국가문서기록보관소에 여전히 기밀로 유지되는 문서가 3,000건 이상이다. 이 법은 미국 관리들이 국가 안보 및 개인 정보 보호 우려가 공개에 대한 대중의 이익보다 더 크다고 생각할 경우 문서 공개를 연기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현지 미 정부가 암살 관련 문서 중 기밀로 보존하고 있는 문서는 개인정보보호, 국가안보 문제에 걸려있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문서에 CIA가 오스왈드의 암살 계획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담겨 있다는 의혹이 불식되지 않는 이유다. 다만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할 경우 문서 공개 약속을 지킬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당시에도 나머지 문서를 공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으나, 역시 국가 안보상의 이유로 파일 공개를 연기한 바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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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사진=카밀라 해리스 선거 캠페인 공식 사이트(KamalaHarris.com)

트럼프·해리스 양자구도로, 대선 캐스팅보트 ‘케네디 표’ 주목

한편 케네디 주니어의 트럼프 지지는 경합주 승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목을 끈다. 케네디 주니어의 지지율은 고령 후보자 간 재대결에 싫증을 느낀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으면서 한때 두 자릿수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최근 5%까지 떨어진 상태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피격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전격적인 후보 사퇴로 여론의 관심이 양당(민주·공화당)에만 집중된 영향이 크다.

비록 케네디 주니어의 현재 지지율은 낮지만, 지금과 같은 초박빙 구도에서는 의미 있는 수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차 범위 내 박빙 상황이 계속되면서 케네디 주니어 지지자들이 특정 후보에 몰표를 행사할 경우 본선 결과를 가를 ‘캐스팅 보트’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즉 케네디 주니어 지지자들의 선택에 따라 대선 결과가 결정될 수 있는 셈이다.

뉴욕타임스(NYT)와 시에나대학(University of Siena)에 따르면 최대 승부처 7곳의 유권자 중 케네디 주니어를 지지한다고 밝힌 응답자를 대상으로 ‘해리스·트럼프 중 택일할 것’을 요구한 결과, 트럼프를 찍겠다는 응답이 우세했다. 구체적으로 미시간·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 등 ‘러스트 벨트(rust belt·쇠락한 공업지대)’의 경우 44%가 트럼프, 25%가 해리스를 지지한다고 답했고, 애리조나·조지아·네바다·노스캐롤라이나 등 ‘선벨트(sun belt·일조량이 많은 남부 지역)’에선 38%가 트럼프, 36%가 해리스를 찍겠다고 응답했다. 결국 트럼프 측에서도 케네디 주니어를 자기편으로 끌어오는 것이 경합주 승부에 있어 유의미한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추정된다.

케네디 주니어의 사퇴로 외부 변수가 사라진 양 후보는 경합주에서 본격적인 집중 선거 운동에 나설 계획이다. 해리스는 민주당 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Tim Walz) 미네소타 주지사와 함께 오는 28일 격전지인 조지아주를 찾아 선거 운동에 나선다. 해리스와 월즈는 버스 투어 방식으로 조지아 남부 지역을 훑은 뒤 서배나에서 유세를 할 예정이다. 조지아주는 2020년 대선 당시 바이든 대통령이 1만2,000표 미만의 근소한 차로 승리한 지역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최대 승부처인 러스트벨트를 샅샅이 훑으며 경제에 초점을 맞춘 유세에 돌입한다. 트럼프 선거캠프에 따르면 26일 미시간주 디트로이트를 시작으로 29일에는 위스콘신주, 30일에는 펜실베이니아주를 찾는 강행군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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