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 ‘판촉 비용 전가’ 의혹에 공정위 조사 본격화, 유통업계 불법 관행 다시 도마 위로
유통업계 불법 리베이트 관행 도마, 롯데마트 판촉 비용 전가했나
온라인몰서도 뿌리 깊은 관행, 공정위 "처벌 수위 높일 것"
업계선 우려 목소리↑, 유통업계 내실 보조 필요할 듯
공정거래위원회가 롯데마트에 대한 현장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업체인 빙그레와 파스퇴르에 판촉 비용 등을 전가했다는 의혹이 나와서다.
공정위 롯데마트 현장조사 실시
27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전날 서울 송파구 롯데마트 본사에서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증거 수집 등을 위해 빙그레와 파스퇴르 본사에 조사관을 투입하기도 했다. 당국은 롯데마트가 유업체들에 판촉 비용을 부당하게 전가해 압박을 가했다는 의혹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현행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대규모 유통업자가 납품업자와 공동으로 판촉행사를 실시할 경우 최소 50% 이상의 판촉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
유통업계에서 리베이트 등 불공정 관행이 횡행하기 시작한 건 이미 오래 전의 일로, ‘판매장려금’이 대표적이다. 공정위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에 부당한 판매장려금을 지급한 납품업체 수는 2013년 기준 144개사에 달했다. 판매장려금은 납품업체가 대형 유통업체에 입점하는 조건으로 유통업체에 지불하는 금액이다. 표면적으로는 납품업체가 유통업체의 판매 증진을 위해 내는 돈이지만, 대형 유통업체가 입점을 빌미로 소규모 납품업체에 부당 이득을 챙기는 수단이 돼 온 것이다.
리베이트 관행 철퇴 맞았지만, 최근엔 ‘판촉비 전가’ 횡행
다만 최근 들어 판매장려금 문제는 크게 줄었다. 공정위가 직접 철퇴를 내리고 나선 영향이다. 공정위는 2013년 행정규칙을 제정해 판매장려금 중 판매량과 관계없이 납품업체가 유통업체에 내는 ‘기본장려금’ 등을 불법으로 규정했다. 이렇다 보니 2014년 대형마트에 판매장려금을 지급한 납품업체 수는 27개사로 전년 대비 81.3% 급락했다.
문제는 판매장려금이 불법화한 뒤 광고·판촉비 등 새로운 명목을 내세워 납품업체들로부터 부당 이득을 챙기는 사례가 많아졌단 점이다. 식품산업협회는 “대규모 유통업체가 판촉비를 부당하게 전가하거나 수수료 및 광고비를 과다하게 요구하는 등 불공정행위가 여전하다”며 불공정 거래 실태를 토로했다. 가맹점주협의회도 “가맹본부가 점주 동의 없이 과도한 비용을 수령하는 불합리한 관행이 이어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벌백계 나선 공정위, 업계선 ‘앓는 소리’
이 같은 관행은 온라인 쇼핑몰 업계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공정위가 2022년 발표한 ‘6대 유통업태 주요 브랜드 34개의 판매수수료 등 서면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1년 온라인 쇼핑몰 직매입 납품업체들은 평균적으로 거래액의 1.8%를 판매장려금으로, 7.4%를 판매촉진비 등 추가 비용으로 부담했다. 이를 합하면 9%를 넘는 수준이다.
특히 직매입 비중이 96.8%로 다른 온라인몰보다 높은 쿠팡은 거래금액 대비 판매장려금 비율이 2.0%, 직매입 대상 업체의 거래금액 대비 추가 비용 부담액 비율이 8.1%로 상당히 높았다. 이외 마켓컬리의 판매장려금과 추가 비용 부담액 비율은 각각 0.7%, 1.2%였고, SSG닷컴은 0.1%, 2.5%였다.
대형마트의 직매입 납품업체들도 거래금액의 1.3%를 판매장려금으로, 4.7%를 판매촉진비 등 추가 비용으로 부담했다. 편의점은 판매장려금 부담액 비율은 1.9%, 백화점은 0.1% 수준이었다. 이처럼 추가 비용 관행이 여전히 횡행하자 공정위는 대형마트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겠단 방침을 발표하고 나섰다. 대규모유통업법상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정액과징금 상한을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두 배 상향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판촉 비용 부담 전가 행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신설도 추진 중이다.
일벌백계를 통해 유통업계 전반에 만연한 도덕적 해이를 바로잡겠단 게 공정위의 취지지만, 업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진다. 유통업계의 자생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단 시선에서다. 유통업은 기본적으로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판촉이 필요불가결하다. 때문에 업체 입장에선 소비자를 끌어들인 비용을 어떤 방식으로든 회수해야만 하는데, 구조적인 문제 탓에 대형마트나 온라인 플랫폼이 이를 직접 메꾸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결국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선 시장 내에서 관련 비용이 합리적으로 소화될 수 있도록 내실을 갖춰 줄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