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뇌관 된 레지던스, ‘실거주 불가’ 원칙에 수분양자-시행사 소송 전국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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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투자 상품'으로 주목받은 레지던스, '실거주 불가'에 분위기 급반전
우왕좌왕하는 정부에 비판 여론, "왜 분양자들이 피해 봐야 하나"
건설업계서도 우려 목소리, "레지던스 사태로 시행사 파산 불거질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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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대안 주거 상품’으로 주목을 받으며 수요가 몰린 전국 10만 실 규모의 생활형숙박시설(레지던스)이 부동산 시장의 새로운 뇌관으로 떠올랐다. 잔금 납부를 거부하는 계약자,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상환 위기를 맞은 건설업계가 얽히고설키면서 레지던스 대란이 현실화할 수 있단 우려가 쏟아진다.

레지던스 계약자 소송↑, “실거주 불가 사실 알리지 않았다”

28일 한국레지던스연합회와 개발업계에 따르면 레지던스 계약자들의 소송은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앞서 서울 강서구 마곡동 ‘롯데캐슬 르웨스트’ 수분양자 416명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시공사와 분양대행사, 시행사 등을 상대로 ‘사기 분양 계약의 취소를 구하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수분양자들은 분양 당시 업체들이 사기 분양을 자행했다고 주장했다. 실거주가 불가능한 레지던스를 ‘실거주가 가능한 대체 주거상품’으로 안내했단 것이다. 반면 업체들은 분양 당시 계약자별로 확약서를 받고 약관에도 명시한 만큼 자사에는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 중구 ‘세운 푸르지오 그래비티’ 수분양자 150명도 서울중앙지법에 대우건설과 코리아신탁, 분양대행사인 미래인 등을 상대로 분양계약 취소 및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내년 4월 입주를 앞둔 ‘힐스테이트 청주 센트럴(1차)’ 수분양자 80여 명 또한 조만간 건설사와 분양대행사, 시행사를 대상으로 분양계약 취소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지적하는 것 역시 업체 측의 사기 분양이다. 실거주가 불가능하단 사실을 업체 측이 제대로 알리지 않았단 것이다.

레지던스 주택 용도 사용 불허, 준주택 인정도 불발

레지던스는 2018년께부터 대체투자 상품으로 인기를 끌었다. 취득세 중과와 청약 규제를 피하면서 주거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1년 정부가 레지던스에 대한 주택 용도 사용을 불허하면서 시장 분위기가 급반전했다. 정부는 오는 12월까지 숙박업 등록을 하거나 오피스텔로 용도를 전환하지 않고 레지던스에 실거주할 경우 매년 시가표준액의 10%에 달하는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이에 업계에선 오피스텔 전환을 위한 건축 규제 완화나 준주택 인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쏟아졌지만, 정부는 “레지던스를 준주택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을 박은 상태다. 레지던스는 주차장, 유치원, 학교, 안전 관리 등 건축 허들이 낮고 주거지역 입지도 불가해 주거용으로 사용하기에 부적합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정희 국토교통부 건축정책관도 “지난 2년간 오피스텔 용도 변경 특례를 주다 보니 (소유자들을 중심으로) 주택으로 변경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심리가 컸다”며 “정부의 이번 발표는 레지던스를 앞으로도 계속 숙박시설로 정의하고 관리하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규제를 철회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정부 차원에서 재확인한 셈이다.

하지만 시장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애초 이번 사태가 커진 건 정부가 레지던스 관련 정책의 중심을 잡지 못한 탓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레지던스는 도심 주택 공급이 부족했던 시기 ‘아파트 대체재’로 일시 허용됐으나 이후 주택 용도로 활용되는 방안이 뒤늦게 금지됐다.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이 편법을 부추긴 셈이 됐단 것이다. 이에 한 수분양자는 “레지던스가 주거시설이라고 홍보한 건 정부와 시행사, 분양사들”이라며 “왜 분양자들에 피해를 봐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일갈했다.

레지던스를 숙박업으로 일괄 전환하는 게 의미 있는 정책인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호텔과 모텔이 다수 포진해 있는 한국에서 레지던스를 굳이 찾아야 할 메리트가 없다”며 “레지던스 실거주가 불가능해지면서 주택 수요가 늘면 주택 공급은 오히려 줄어들 텐데, 주택 공급을 늘린다던 정부가 내놓은 정책이 맞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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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자 부담 확대, 건설업계에도 ‘불똥’

수분양자 입장에서 마땅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란 점도 비판 대상이다. 현재 수분양자들은 금융권 대출이 제한되는 등 어려움에 부닥쳐 중도금과 잔금을 내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직접 입주하거나 전세 세입자를 구할 수도 없다. 최근 들어 시행사와 건설사를 상대로 한 계약 해지 소송이 거듭 이어지는 배경이다. 계약자들이 불법 시비를 벗기 위해선 오피스텔 등으로 용도를 전환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쉽지가 않다. 복도 폭과 주차장 변경 등 요건은 준공을 눈앞에 둔 사업장으로선 충족하기 어려워서다.

이렇다 보니 레지던스 소유자들을 중심으로 벌금을 피하기 위한 편법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전문 위탁관리 업체를 선정하고 같은 건물 내 30개 객실을 묶어 숙박업으로 등록한 뒤 직접 거주하는 식이다. 협동조합 설립도 늘고 있다. 같은 건물 내 레지던스 소유자들이 직접 30개 객실을 모집해 조합을 결성한 뒤 이 조합에 위탁관리 업체의 역할을 맡기기 위함이다.

이처럼 계약자들의 부담이 커지면서 건설업계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계약자 측에서 분양 대금을 치르지 않으면서 유동성 리스크가 확대된 것이다. 일례로 경기 안산의 한 레지던스는 총사업비 1조5,000억원 중 PF 대출로 5,500억원, 분양 수입(계약금+중도금)으로 9,500억원을 조달하려 했으나 분양 대금이 들어오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를 중심으로 “레지던스 사태가 시행사 파산 및 PF 대주단 부실 등 문제로 옮겨갈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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