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포럼] 중국-대만, 협상 통한 정치적 합의만이 전쟁 방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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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안 긴장 완화 위해 상대방 정치적 의제 용인해야
대만은 ‘하나의 중국’ 수용, 중국은 ‘대만 자주국’ 인정 필요
무력 충돌 시 아시아 전체 군사적 긴장 촉발 위험

[동아시아포럼] 섹션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 이코노미(Policy Economy)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위험 수위로 치닫는 중국-대만 양안 관계의 긴장을 해소하는 길은 군사력 대결이 아닌 협상에 있다. 양국은 상대방 정부가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정치적 의제가 있음을 인식하고 이를 용인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중국 정부에 있어서는 그것이 ‘하나의 중국’(One China) 및 ‘대만 독립 불가’고, 대만 정부에는 ‘국가적 독립’과 ‘자주성’이다. 이처럼 상반되는 가치에 대해 양국이 정치적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양안 관계 긴장은 치명적 사태로 전개될 수 있다.

Taiwan President Lai Ching-te attends a graduation ceremony of military academies in Taipei
사진=동아시아포럼

정치적 타협 없는 군사력 증강, 양안 관계 악화

대만은 중국의 상륙 작전을 포함한 군사적 위협에 대비해 군사력 증강에 집중하고 있지만 이는 양안 관계 긴장의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다. 중국과 대만 정부 모두 군사력이 자국의 정치적 성공과 안전으로 이끌어 주리라는 믿음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원인에 지나지 않는다.

오히려 양국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타협 불가능한 원칙을 해결할 수 있는 정치적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92공식’(1992 Consensus)에서 중국과 대만은 하나의 중국이라는 선언적 명제에 동의했지만, 이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자신들의 정치적 입장을 이롭게 하는 수단으로만 사용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상대방 정부가 처한 정치적 현실을 반영하는 명확한 관계 정립으로 나아가야 한다.

중국은 대만 ‘자주국’ 인정하고, 대만은 ‘하나의 중국’ 수용해야

먼저 대만은 ‘주권국’(sovereign country) 주장을 누그러뜨리고 양안 관계가 국가 간 관계가 아닌 지역 및 정부 간 관계임을 공식화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대만 정부가 갈등을 부르는 ‘주권 논쟁’(sovereignty disputes)에서 벗어나 92공식 정신을 존중하며 실질적인 관계 개선에 나서는 진전을 이룰 수 있다. 중국의 경우 대만의 민주 정부와 자치권을 인정해야 한다. 이를 통해 대만 정부의 부담을 덜어줌과 동시에 자국의 평화 통일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특히 라이칭더(Lai Ching-te) 총통이 이끄는 대만 집권 민진당(Democratic Progressive Party, DPP) 정부는 양안 관계에 대한 모호한 태도로 야당인 국민당(Kuomintang, KMT)의 공세에 직면해 있는데 이는 대만이 보다 적극적이고 개방적인 관계 정립에 나서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대만이 자치권 인정의 대가로 중국 정부가 고수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합의도 가능성 중 하나다.

미국, 양안 대화 촉진과 돌발 행동 자제 역할 중요

미국 정부 역시 중국의 침공에 대비한 대만의 군사력 증강 정책인 이른바 ‘고슴도치 전략’(porcupine strategy)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대만의 군사력 증강만으로는 양안 관계 긴장의 근본 원인인 정치적 이슈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대만 간 대화를 촉진하고 일방의 돌발 행동을 자제시킬 수 있는 미국의 역할도 긴장 완화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양안 관계 갈등이 파국으로 치달을 경우 이는 중국-대만의 영역을 넘어 세계 평화와 안전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중국이 무력으로 대만을 흡수한다면 주변국과 미국의 군사력 증강과 경제적 디커플링(decoupling, 탈동조화)을 촉발해 아시아 지역 전체를 핵무장에까지 이르는 군사적 긴장으로 몰아넣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대만과 우방국들이 중국의 침공을 성공적으로 막아낸다 해도 중국은 대만과 미국 군사 시설에 대한 공습과 군사 행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양국이 군사력을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는 보조 수단 이상으로 이용한다면 정치적 갈등은 해결이 아닌 악화일로를 걸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은 당사국들은 물론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의 안녕이 걸린 중요 의제다. 파국을 피하는 유일한 길은 군사력에 대한 맹신을 버리고 상대방의 입장을 신중히 고려한 개방적 대화와 전략적 협상밖에 없다.

원문의 저자는 필립 허우(Philip Hou) 대만 평화 재단(Peace for Taiwan, 미국 소재 대만 관련 정책 연구 비영리단체) 대표입니다. 영어 원문은 Taiwan and China must negotiate a new political agreement to avoid war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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