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포럼] 쿠바, 미중 갈등 불 지피는 ‘화약고’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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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쿠바 내 ‘통신 감청 기지’ 구축 가능성 현실화
쿠바, 미국 본토와 150km ‘근접 거리’
미중 갈등 격화 시 중국-쿠바 군사적 협력 배제 못해

[동아시아포럼] 섹션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 이코노미(Policy Economy)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이 쿠바에 ‘전자 통신 감청 기지’(sophisticated listening posts)를 구축하고 있다는 최근 보도가 미중 관계에 대한 우려를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쿠바가 미국 본토에서 150km 거리 내에 위치한다는 점에서 미국으로서는 최악의 경우 자국 내 주요 공급망과 기반 시설 안전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일각에선 미중 갈등이 쿠바를 발화점으로 ‘신냉전’(new Cold War)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Pictures of the late Cuban revolutionary leader Fidel Castro are on display at the Cuban embassy in Beijing as a Chinese paramilitary policeman keeps watch
사진=동아시아포럼

미국의 대만 내 거점 확보에 대한 중국의 ‘맞불’ 가능성

지난 7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는 중국이 쿠바에 전자 통신 감청 기지를 설치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갈등 악화를 의식한 미중 양국은 신속히 사실을 부인했지만 현재의 지정학적 상황으로 볼 때 완전한 거짓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대만 및 남중국해(South China Sea) 문제에 깊이 개입하고 있는 미국에 대한 중국의 반격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중국과 지척인 대만에 전략적 거점을 확보한 상황에서 중국 정부도 미 본토와 가까운 쿠바에 발판을 구축하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로 밝혀진다면 미국으로서는 대중 관계가 극단까지 갈 경우 주요 공급망과 기반 시설이 직접 공격에 노출될 수 있는 중대한 전략적 위협에 처할 수밖에 없다.

중국-쿠바 90년대 이후 경제 우방국으로 발전

중국과 쿠바는 공산주의 이념과 미국에 대한 적대감을 공유하는 우방이지만 냉전 당시에는 긴밀한 관계가 아니었다. 당시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Fidel Castro) 정권은 미국의 금수 조치로 인해 구소련의 경제 지원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중국은 중국대로 내부 통합, 대만 국민당 정부의 위협, 한국 전쟁, 경제 상황 악화, 대소련 갈등 등 산적한 문제 해결에 바빴다. 1960년대와 70년대 중소 갈등이 고조될수록 중국-쿠바 관계도 따라서 멀어졌다.

중국-쿠바 관계가 정상화를 이룬 건 구소련이 해체되고 쿠바 경제가 몰락한 1990년대다. 당시 신흥 경제 강국으로 떠오른 중국은 새로운 무역 파트너가 절실하던 쿠바에 손을 내밀었고 이후 쿠바의 주요 교역국으로 자리 잡았다. 중국은 쿠바의 석유화학 산업과 주요 기반 시설에 투자와 원조를 제공하는 한편 아연, 니켈 등 핵심 자원을 수입했다.

최근에도 중국은 미국의 쿠바에 대한 무역 제재 중단을 촉구하면서 쿠바에 일대일로(Belt and Road Initiative, 중국의 육해상 무역 인프라 구축 계획) 참여를 제안하는가 하면 코로나19에 공동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올해 들어서는 음식과 의료 장비를 포함한 구호물자도 제공했다.

안보·외교·정책 등 다각적 협력으로 발전

중국-쿠바의 협력은 경제적인 측면에만 그치지 않았다. 화웨이 등 중국 기업들이 건설한 통신 인프라는 쿠바 정부의 대국민 감시에 활용되기도 했다. 2021년 경제난으로 대규모 시위가 발생하자 쿠바 정부가 중국이 제공한 통신 인프라를 국민들의 의사소통을 차단하는 도구로 사용한 것이다.

이러한 중국의 전방위적 지원에 쿠바는 외교적으로 화답했다. UN 총회를 비롯한 국제회의에서 신장 자치구 문제 등 논란을 빚고 있는 중국 정부 정책들을 지지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끈끈한 관계가 지속되자 쿠바가 중국의 도움을 받아 경제 개혁을 시도할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공산당 지도 체제와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 접목에 성공한 중국의 사례를 따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점점 긴밀해지는 양국 간 협력 관계로 비춰볼 때 미중 관계가 더욱 악화할 경우 중국이 쿠바에 경제적 지원을 확대하며 군사적 협력까지 도모하는 것은 제외할 수 없는 선택지로 보인다.

미중 갈등 격화 시 군사적 협력 가능성도 상존

한편 올해 11월로 예정된 미국 대선 결과도 중국-쿠바 관계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Kamala Harris) 부통령의 당선은 쿠바와의 갈등 해소와 관계 개선을 끌어내 쿠바의 중국 의존을 줄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전 대통령의 두 번째 집권은 쿠바와의 관계를 더욱 악화시켜 대중국 및 대러시아 의존도를 한층 높이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결국 중국-쿠바 관계가 미국 국가 안보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미국과 중국이 상호 간 발생하는 지정학적 갈등을 어떻게 해결해 가느냐에 달렸다. 만약 두 초강대국이 펼치는 경제적·이념적 대결이 극단까지 치닫는다면 쿠바가 신냉전 체제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원문의 저자는 스콧 B 맥도날드(Scott B MacDonald) 스미스 연구소(Smith’s Research and Gradings) 수석 이코노미스트 겸 카리브 정책 컨소시엄(Caribbean Policy Consortium) 연구원입니다. 영어 원문은 Cuba emerges as flashpoint amid US–China rivalry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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