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불법 공매도’ 과징금 소송 패소, 과징금 불복 줄소송 이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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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플러 과징금 소송 패소한 금융위, 재판부 "불법 공매도 활용 의도 없었다"
지난해 12월엔 글로벌 IB 2개사에 불법 공매도 과징금 265억2,000만원 부과
외국계 금투사 2개사에도 과징금 부과 조치, "'불복 소송' 연달아 일어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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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불법 공매도 처벌 강화 이후 여러 건의 불복 소송이 진행 중인 가운데, 외국계 운용사 케플러 슈브뢰(Kepler Cheuvreux, 이하 케플러)가 관련 1심 재판에서 승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 공매도를 하려던 의도가 없었던 만큼 금융 당국이 내린 과징금 처분이 과도하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케플러 과징금 취소 소송서 금융위 패소

3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케플러가 제기한 과징금 취소 소송 1심에서 패소했다. 앞서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지난해 7월 케플러에 과징금 10억6,300만원을 부과한 바 있다. 2021년 9월 21일 빌리지도 않은 SK하이닉스 보통주 4만1,919주(44억5,000만원)를 매도해 ‘무차입 공매도’를 한 혐의에서다.

공매도는 특정 종목의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될 때 주식을 빌려 매도 주문을 내고 향후 주가 하락 시 매수해 수익을 내는 투자 기법이다. 여기서 주식을 빌려 매도하는 차입 공매도는 허용되지만, 주식을 빌리지 않은 채 매도 주문부터 내는 무차입 공매도는 불법으로 규정된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김정중)은 케플러의 손을 들어줬다. 해당 거래는 케플러 측 직원의 실수로 인한 것일 뿐, 불법 공매도를 하려던 의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판결의 요지다.

케플러 측에 따르면 해당 직원은 당초 A 펀드가 아닌 B 펀드를 통해 주식을 매도하려고 했는데, 직원의 실수로 A 펀드에서 주문이 나갔다. 재판부는 케플러의 이 주장을 수용하고 이들의 무차입 공매도 행위를 “단순 과실에 기한 것”으로 인정했다. 증선위가 과징금 수위를 결정할 당시 ‘주문을 전달받은 증권사에서 매매 기법상 위탁받은 수량을 초과해 낸 공매도 주문 금액’을 기준으로 삼은 데 대해선 적법하지 않다고 봤다. 케플러 측이 실제 위탁받아 매도를 요청한 금액을 먼저 살펴야 했단 것이다. 금융위 측은 이번 재판 결과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할 계획이다.

제재 무효화에 줄소송 가능성↑

아직 최종 판결이 내려진 건 아니지만 시장에선 1심에서 당국의 제재가 무효화된 사례가 나오면서 차후 줄소송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장 거액의 과징금을 내야 하는 금융사 입장에선 결과가 어떻든 소송에 나서는 게 이익이라서다. 불법 공매도로 제재를 받은 기업은 케플러 외에도 다수다. 앞서 지난해 12월 증선위는 글로벌 IB 2개사의 장기간에 걸친 무차입 공매도 주문·수탁에 대해 자본시장법상 공매도 제한 위반으로 판단하고 검찰 고발 및 과징금 265억2,000만원 부과 조치를 의결했다.

증선위에 따르면 홍콩 소재 A사는 2021년 9월부터 2022년 5월 기간 중 101개 주식 종목에 대해 400억원 상당의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자행했다. 증선위는 이 기간에 발생한 A사의 무차입 공매도 주문행태에 대해 “매도 가능 수량 부족을 인지하면서도 외부 사후차입 및 결제를 지속해 향후 무차입 공매도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음을 인식할 수 있었음에도 방관한 채 공매도 주문을 제출한 건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홍콩 소재 B사는 2021년 8월부터 12월 기간 중 9개 주식 종목에 대해 총 160억원 상당의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증선위는 B사에 대해 “공매도 업무처리 프로세스 및 전산 시스템이 국내 공매도 규제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이를 변경하지 않은 채 공매도 후 사후차입 행위를 상당 기간 지속했다”며 “위법행위의 고의성이 인정된다”고 전했다. 이외 A사의 계열사인 국내 수탁 증권사 C사에 대해서도 처분이 이뤄졌다. A사의 공매도 포지션 및 대차 내역을 매일 공유받고 결제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잔고 부족이 지속적으로 발생했음에도 원인 파악 및 예방 조치 등을 취하지 않았단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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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에도 금융투자회사 2개사에 과징금 부과 조치

지난해 3월에도 외국계 금융투자회사 D사와 E사가 공매도 규제 위반에 따라 과징금 부과 조치를 받은 바 있다. 증선위에 따르면 D사는 펀드가 소유하지 않은 보통주 21만744주(451억4,000만원 규모)에 대한 매도 주문을 제출해 무차입 공매도 제한 규제를 위반했다. 특히 D사는 무상증자로 발행 예정인 주식을 펀드 가치 평가를 위해 내부시스템에 미리 입고 처리하고 이를 매도 가능 주식으로 인식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증선위는 D사에 38억7,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E사의 경우 종목명을 착각해 본인이 소유하지 않은 보통주 2만7,374주(73억2,900만원 규모)에 대한 매도주문을 제출하면서 무차입 공매도 제한 규제를 위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증선위는 E사에 대해 21억8,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 조치했다. 이들 기업이 연달아 불복 소송에 나서면 금융위로서도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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